모바일폰 접는 LG전자, 미래 신사업 '車부품·6G' 집중

박일경 / 2021-04-05 16:08:26
5일 이사회 개최…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 종료 결정
MC사업본부 3500명, 他 사업본부 및 계열사로 재배치
"핵심기술 연구개발은 지속"…'언제든 재진출' 여지 남겨
LG전자가 모바일폰 사업을 끝내 접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사 역량을 핵심 사업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미래 준비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LG그룹 제공]

LG전자는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은 삼성-애플 양 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데다 중국의 샤오미·오포 등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흐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실패하며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전담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2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누적 적자가 5조 원에 달한다. LG전자가 이달 7일 실적을 잠정 발표하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 LG 모바일 관련 안내. [LG전자 홈페이지 캡처]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1월 20일 모바일 사업과 관련,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바일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수년간 고심했던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후 LG전자는 매각에 방점을 찍고 원매자들과 접촉했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베트남 빈그룹과 페이스북, 구글, 폭스바겐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완전 매각과 분할 매각 등을 모두 검토했으나, 특허권과 핵심 인재를 뺀 '해외 생산 공장만 매각'하는 제안에 인수 희망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로 예상됐던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 등의 출시를 전면 보류했으며 새로운 폼팩터인 'LG 롤러블' 역시 양산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LG전자가 지난 1월 11일 'CES 2021' 프레스 컨퍼런스 영상을 통해 LG 롤러블의 실물을 공개했다. [LG전자 유튜브 캡처]

'질적 성장' 위한 사업 다각화…자동차 부품 등 新성장동력 강화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만, 향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당장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서며 분기 사상 최대치를 달성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와 전기자동차 등 전장(자동차 부품) 사업 비중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질적 성장에 기반한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의 빠른 확대로 사업의 기본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특히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마그나)과의 자동차 전장 합작법인 관련 홍보 이미지. [LG전자 제공]

오는 7월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고,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다.

LG전자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가전·TV 등 기존 사업은 고객 니즈와 미래 트렌드에 기반한 플랫폼, 서비스, 솔루션 방식의 사업으로 확장한다.

이를 위해 고객 접점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 앱, 가전관리 서비스인 LG 케어솔루션,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집약해 고객에게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새롭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 [LG전자 제공]

"미래준비에 필요한 핵심 모바일 기술 등 연구개발은 지속"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 오랫동안 쌓아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6세대(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2025년께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 사물, 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Ambient IoE) 시대를 대비한다. 신사업의 경우 사내벤처, CIC(Company in Company·사내회사) 등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역량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적 협력 등도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 지난해 'CES 2020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세계 최초 롤러블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 최근 LG전자는 대당 1억 원에 이르는 초고가 프리미엄 TV의 글로벌 출시를 통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LG전자 제공]

MC사업본부 3500명 임직원 재배치

LG전자는 MC사업본부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한다. 이를 위해 해당 직원들의 직무 역량과 LG전자 타 사업본부 및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MC사업본부 임·직원은 약 3500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따른 고객 보호 방안 또한 마련했다. LG전자는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다음 달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한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종료 후에도 구매 고객 및 기존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 서비스를 지속한다. 아울러 사업 종료에 따른 거래선과 협력사의 손실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결정했으나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 능력과 R&D 핵심 인력은 그대로 지키기로 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스마트폰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서 "전자 기업의 정체성과도 같은 휴대폰을 완전히 손 떼기보다는 전환 배치 방향으로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배수의 진을 친 각고의 노력에도 벼랑 끝에 몰린 스마트폰 사업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 전사적인 실적 부담을 주던 주축 사업에서 숨을 고르는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를 택했다는 해석이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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