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강희태 '승부수'…'이베이' 이어 '중고나라'까지 잡는다

강혜영 / 2021-03-24 16:06:29
강희태 "이베이코리아 인수 충분히 관심"…중고나라 인수도 참여
GS리테일, 당근마켓과 동맹…네이버, 스페인 왈라팝에 1550억 투자
올 1월 기준 중고거래 유저 1432만명…"관련 기업과의 협업 확대될것"
롯데그룹이 중고거래 시장에 발을 들인다. 롯데쇼핑은 중고물품 거래 시장의 원조 격인 중고나라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지난해 온라인 유통 부문이 휘청였던 롯데는 이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1월 기준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 수 [와이즈앱]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이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하는 과정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인수 거래 금액은 1000~1100억 원 수준으로 롯데쇼핑 투자금은 200억~300억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투자자 가운데 롯데쇼핑만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SI)로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이 그동안 운영하던 중고거래 앱인 마켓민트 서비스는 오는 31일 종료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마켓민트는 사내 벤처 프로젝트로 테스트 형태로 진행했던 서비스로 본격적으로 중고 시장에 진출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중고 시장은 2008년 4조 원에서 지난해 20조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거래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월간 순 사용자는 1432만 명이다. 이는 한국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 4568만 명의 31% 수준이다.

월 이용자 수는 당근마켓이 1325만 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번개장터 284만 명, 중고나라 74만 명 순이었다.

2003년 네이버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는 후발주자에 밀려 중고거래 시장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233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작년 거래액은 5조 원으로 전년 대비 43% 급증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출시된 롯데그룹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이끌던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은 지난달 사실상 경질됐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전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롯데온의 사업 부진에 대해 사과했다. 강 대표 "이커머스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기대한 만큼 성과 거두지 못했고 주주들께 송구하다"며 "외부 전문가를 도입해 그룹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롯데온은 지난해 5월 오픈 이후 6~8월에는 서비스 안정화를 이유로 마케팅 활동을 전혀 안 했던 상황"이라면서 "지난해 실적을 보기보다는 올해 1~12월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검토에 이어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하면서 올해 이커머스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강희태 대표는 전날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에 맞설 규모로 온라인 부문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GS리테일·네이버도 중고 플랫폼과의 시너지 꾀한다

유통업체가 중고거래 플랫폼과 동맹에 나선 것은 롯데가 처음이 아니다. GS리테일과 당근마켓도 지난달 9일 상품 판매, 동네 생활 서비스 활성화, 신상품 개발 및 상호 간 인프라 활용 등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두 회사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우리동네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 GS25 점포 앞에서 당근마켓 회원이 중고물품을 거래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과 당근마켓 서로 상대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협업할 전망이다. GS25와 GS더프레시에서 발생하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한 할인 정보, 증정·할인 및 공동 구매 상품 정보를 당근마켓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으나 공동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커뮤니티라는 점과 GS리테일이 전국 1만5000여 개 오프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시너지를 내고자 손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도 지난 2월 스페인 최대 중고 상거래 기업 '왈라팝'에 1억1500만 유로(약 1550억 원)를 투자했다. 왈라팝은 스페인 중고거래 시장의 63%를 점유하고 있다. 패션·의류·전자기기 등 뿐 아니라 자동차·오토바이·부동산까지 거래되는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당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품목들이 거래되는 중고 상거래 플랫폼 특성상 추후 네이버가 보유한 인공지능(AI)·비전 기술 등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 등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창출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들이 늘면서 앞으로도 기업들의 협업 및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나 앱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을 만나기 위한 투자와 협업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커머스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한 신플랫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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