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범계 물러나라" 사퇴 공세
검찰 지휘부 결속해 박 장관 지시 거부
'추미애 시즌2' 추진 시 진통 불가피 여권이 '한명숙 구하기'에 또 실패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법무부 장관이 전면에 나섰으나 망신만 당했다. 이번엔 상처가 깊고 후유증이 크다.
무능 드러낸 박범계, 리더십 위기와 책임론 확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무능을 드러냈다. 취임 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는데, 안이하고 허술했다.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재소자 위증교사' 의혹을 대검찰청 부장회의에서 재심의하라는게 지시사항이었다.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고검장도 참여 카드'로 허를 찔렀다. 박 장관은 지난 18일 조 대행과 통화한 사실과 함께 "문제가 없다. 그리하시라고 했다"고 공개적으로 소개했다. 19일 뚜껑이 열리니 무혐의 처분 결론이 압도적이었다. 박 장관의 지휘권 발동 취지를 검찰이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박 장관이 이런 일방적인 회의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능력이 부족하거나 업무에 태만한 것이다. 얼추 짐작했다면 무리수를 밀어붙인 셈이다. '고검장도 참여 카드'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는 얘기도 된다. 박 장관도 "제 수사지휘 내용은 부장회의지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지침'을 보면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했다. 치밀한 사전 준비가 없다보니 조 대행의 반격에 속수무책이었음을 자인한 대목이다.
박 장관의 리더십은 연이은 헛발질로 위태롭게 됐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론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입법 논란 때도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속도 조절론 지시를 놓고 오락가락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혈안인 여권 강경파 눈치를 본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수청 입법화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에 빌미만 준 채 뒷전으로 밀렸다.
국민의힘 "한명숙 두번 죽이기"라며 박 장관 사퇴 공세
국민의힘은 20일 무혐의 종결 결론 유지가 당연한 결과라며 박 장관 사퇴를 주장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아무리 정권이 부정의를 정의로 둔갑시키려 해도 엄중한 법치주의 위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증명됐다"며 "그릇된 판단으로 국민과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이들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19일 대검 회의에는 조 대행과 부장 7명, 고검장 6명이 참석했다. 14명 전원은 표결에 참여해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권 2명을 빼면 기소 의견은 단 2명에 그쳤다고 한다. 사실상 검찰 지휘부가 똘똘 뭉쳐 박 장관에게 저항한 것으로 비친다.
검찰의 결속 분위기는 향후 여권의 권력기관 개혁 등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여권이 검찰개혁 시즌2를 추진할 경우 거센 반발에 따른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국을 흔들었던 여권과 검찰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여권으로선 공석인 검찰총장 자리에 친여 인사를 앉혀야한다는 절박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코드 인사를 통해 검찰 길들이기 시도도 예상된다. 그러나 여권의 강수 만큼 검찰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정치적 부담이 커진 셈이다. 더욱이 여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진다면 검찰개혁 추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 대행 불기소 의견 최종 정리 수순…합동감찰 변수되나
조 대행은 대검 회의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다만 기존 대검이 내린 무혐의 판단이 유지된 만큼 조 대행도 공소시효가 끝나는 22일 전에 불기소로 최종 의견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사건 재심의와는 별개로 법무부 감찰관실·대검 감찰부가 당시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특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합동 감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 감찰 결과를 내놓더라도 검찰 내부의 반발과 함께 공정성 시비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합동 감찰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의 조사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추 전 장관 시절부터 검찰개혁을 구실로 갖가지 감찰 압박 카드를 쓴 바 있다. 검찰 내부의 반감이 쌓일대로 쌓여 감찰 결과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KPI뉴스 / 허범구 정치에디터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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