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극한에 몰리는 20대 여성들, 본질은 일자리 차별"

김지원 / 2021-03-12 17:40:05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여성을 돌봄 담당자로 바라보는 인식
취업에서도 차별로 이어지며 구조화"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모든 사람들의 삶의 환경을 뒤흔들고 있다. 숱한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앞날이 막막하다. 

그중에서도 20대 여성들에게 코로나 한파는 더욱 가혹하다. 그렇지 않아도 성차별로 취업 문턱이 높게 느껴지던 터에 상황이 더욱 암울해졌다. 각종 서비스 업종도 최소한의 고용으로 버티고 있어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사망자는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지난해 1~6월 20대 우울증 환자는 전년 동기 대비 26.3% 늘었는데 남녀 차이가 확연하다. 남자는 9.9% 증가한데 비해 여자는 39.2%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20대 여성들의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근저에는 일자리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3월에만 20대 여성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직군인 식음료서비스업(카페 레스토랑), 일반서비스업(콜센터), 대면판매업 등의 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코로나는 가뜩이나 힘든 20대 여성에게 특히 더 가혹하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를 만났다. 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매년 3000여 건에 이르는 노동상담부터 여성노동 관련법 제·개정 운동, 사회의식 변화, 여성노동문제의 사회 이슈화 등 노동시장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실에서 UPI뉴스와의 인터뷰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여성이 집중된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여성들이 고임금 이공계열 일자리에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본질은 차별이다. 남자들은 '우리가 힘든 일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일종의 카르텔이다. 여성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 남녀 공대 졸업생의 정규직 진입 비율도 남성이 훨씬 높다. 여성은 경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10년 후에 여성은 같은 일자리에 있지 않다. 진입 자체에서 차별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힘겹게 진입을 해도 업무 분배, 성장 등에서 문제를 겪는다.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에 따르면 2017년도 자연계열의 경우 남녀 비중은 5대5였지만 남녀 정규직 고용 비율은 7대3이다. 공학계열도 남녀 8대2에서, 정규직 진입 비율은 9대1로 차이가 벌어진다.

같은 기관의 2018년도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남성의 경우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비율은 87.5%인데 비해 여성은 76.6%로 10%P 이상 차이가 난다.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수도권 기준 남성 12.5%, 여성 23.4%로 여성의 비율이 두 배 가량 높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안되는 이유는

"남성이 생계 부양을 하고 여성은 돌봄의 전담자라는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여성도 돈을 벌지 않으면 한 가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여성이 돌봄의 전담자라는 이데올로기는 계속 작동한다. 면접자리에 가면, 여성 지원자에게는 꼭 '결혼 및 출산계획, 남자친구 유무' 등의 질문이 날아온다.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여성을 '미래 돌봄 전담자'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출산, 육아 휴가를 다 쓸 것이고, 함께 일하기 힘들다' 하는 판단이 깔려있는 거다. 이는 여성의 진입 및 승진을 막는 논리로 작동한다."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라는 말도 한다

"맞다. 흔히 여성들에게 좋은 일자리라고 하는 건 '돌봄을 병행할 수 있게 세팅된 자리'다. 우리 사회는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4시간 대기하는 노동자'를 모범노동자로 상정한다. 그러면 남성이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너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남성에게는 그럼 돌봄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에겐 그 역할을 부여하고, 일과 가정 양립을 요구한다."

—여성이 몰리는 직군은 '저임금화'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성이 집중된 직업군은 저평가되기도 한다. 선생님 중 여성 비율이 높다. 현재 사회의 불안정성과 연금 등의 요인으로 선생님이 전보다 훨씬 좋은 일자리가 됐다. 그러니까 '남교사 할당제' 이야기를 한다. 교육현장에 남녀 성비가 안 맞아서 문제라는 거다. 그런 논리라면 어린이집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나. 어린이집 교사의 90% 이상이 여성이다. 그거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임금이 낮기 때문이다. 처우가 좋지 않아서다. 근데 초·중·고 교사에 대해서는 '오, 여자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라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대학도 교육 현장인데, 대학교수는 남자가 너무 많다. (그거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다)일관성이 없는 거다."

—여성돌봄노동도 저평가되어 있나 

"그렇다. '여성에게 돌봄 전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유급 돌봄노동의 저평가' 이 3가지가 세트로 간다. 여성은 돌봄을 맡는다. 돌봄을 맡아서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받는다.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 수행은 시장에 유급으로 나와 있는 돌봄노동을 저평가하게 한다. 돌봄노동은 당연히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고, 무급으로 수행해온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나와도 큰 가치와 가격을 부여하지 않는거다. 이는 여성들만 수행했던 일에 대한 합리적인 사회적 기준과 평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차별적 노동시장 구조, 인식 등을 고치려면

"한 개인이 시민이자 노동자이자 돌봄 자인 다중역할 모델이 필요하다. 가부장제라는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로 들어가면서 변형된 '남성이 곧 생계부양자'라는 이 체제가 깨져야 한다. 한 사람이 세 가지 역할을 다 소화해내는 사회가 되어야 평등한 사회가 된다. 구피도 어항 환경이 여유가 없으면 새끼를 낳지 않는다. 저출생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그대로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 저출산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돌봄을 여성에게 전가하지 말고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없애 여성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전국에서 세종시의 출산율이 가장 높지 않나."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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