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의 아픔 머금은 천혜의 군산 탐험 '늬들이 군산을 알아?'

장한별 기자 / 2021-03-08 10:36:23
기자 출신 김병윤 씨 발품 팔아 펴내
수려한 자연과 문화와 맛집이 풍성
군산의 속살을 파헤친 <늬들이 군산을 알아?>가 출간됐다.

어디선가 낯익은 제목이다. 맞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늬들이 서울을 알아?>의 후속 작품이다. 저자가 같다. 차이가 있다. <늬들이 서울을 알아?>는 조선시대 얘기가 많았다. <늬들이 군산을 알아?>(감미사)는 불과 100년 전 얘기가 많다. 일제강점기 시절 힘들었던 선조들의 얘기가 주를 이룬다.

SBS 기자 출신인 저자 김병윤 씨의 정성이 흠뻑 들어가 있다. 행간마다 군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문장 속에 분노와 웃음이 혼재돼 있다. 좌절과 희망이 교차된다. 저자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2시간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궁금해서 물었다. 왜 그랬냐고. "당신도 군산의 아픔을 알아보라고"란 답이 돌아왔다.

군산은 아픔의 도시다. 한국근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관문이었다. 호남평야의 질 좋은 쌀은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비옥한 농지는 일본인에게 빼앗겼다. 소작농으로 전락해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군산의 선조들은 먹을 쌀이 없었다. 피죽으로 연명했다. 피는 벼 옆에 자라는 잡초다. "피죽도 못 먹었냐"는 말이 거기서 나왔다.
▲군산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담은 <늬들이 군산을 알아?> 표지.

군산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일제강점기 아픔의 현장이 많이 남아있다. 군산에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가 있다. 일본식 가옥 170여 채도 잘 보존되고 있다. 히로쓰 가옥은 거의 원형상태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군산세관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다. 군산세관 본관 건물은 국내 3대 서양고전주의 건물로 인정받고 있다. 군산내항은 수탈당한 쌀들이 실려나간 고통의 현장이다. 빛바랜 임피역은 그 시절 아픔을 숨기며 낭만의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임피역의 기적소리는 선조들의 통곡을 대신해 줬다.

저자는 일본식 건축물을 보며 반성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치욕스러운 역사를 썰물처럼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동시에 희망의 서곡을 울리고 있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열강의 다툼에 대비해야 된다고.

군산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도시다. 특히나 섬이 아름답다. 군산의 섬은 단순한 섬이 아니다. 왕들이 반한 섬이다. 신선의 섬이다. 군산의 섬을 걷다보면 삶의 의미를 알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농익은 삶을 군산의 섬에서 기술하고 있다.

"석양이 비출 때 몽돌해변을 걸어 보라. 황혼의 노부부가 걸으면 지나온 삶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서로가 미안한 마음에 두 손 꼭 잡게 된다. 젊은 연인이 걷게 되면 말없이 껴안게 된다. 석양의 붉은 빛보다 더 뜨겁게 사랑해야 되겠다며."

그만큼 군산의 섬은 인생길을 알려주는 보물 같은 존재다. 군산에는 섬이 많다. 모두가 절경이다. 아쉬움이 있다. 모두를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 저자는 아쉬운 대로 5개의 섬을 특유의 단문체로 맛깔스럽게 소개했다.

군산은 미각의 도시다. 군산 특유의 맛을 자랑하고 있다. 서해바다의 싱싱한 해산물. 바닷바람을 견디며 피어난 신선한 채소. 음식 맛을 내는 재료가 풍부했다. 여기에 어머니들의 손맛이 더해졌다. 음식 맛을 내는 3위1체가 조화를 이뤘다. 군산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구수한 사투리도 분위기를 북돋는다. 저자는 군산에 머무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객지에 와서 먹을 걱정을 안 했단다. 굳이 맛집을 찾을 필요가 없어서 좋았단다.

군산 사람들은 강하다. 자신의 아픔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과거의 아픔을 미래의 희망으로 탈바꿈시켰다. 진취적이다. 군산은 현재 경제적 어려움에 놓여있다. 현대중공업과 GM자동차의 철수로 지역경제가 힘들다. 이런 어려움에도 군산은 흔들림이 없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군산은 문화예술관광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융합된 특색 있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양관광도시가 설립된다. 군산은 이방인의 도시다. 많은 예술인들이 정착을 하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들이 터를 잡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군산의 매력에 빠져서다. 이들은 군산을 위해 작곡을 한다. 노래도 부른다. 군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군산은 음악과 미술 공연이 조화를 이루는 낭만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군산은 건강의 도시다. 시내에 나지막한 산이 많다. 해발 200m 안팎의 산이다. 언제나 부담 없이 올라갈 수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면 된다.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트레킹 코스도 군산의 자랑이다. 11개 코스로 이뤄진 구불길은 전국에 알려진 트레킹 명소로 떠올랐다. 백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체험하며 걸을 수 있다.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된다. 몽돌해변의 파도소리에 시름을 씻겨 보낼 수 있다. 책에는 11개 주제가 실려 있다.

저자는 군산 사람이 아니다. 1987년에 처음 군산을 찾았다. 야구취재를 위해. 바쁜 기자생활 속에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난 2019년 운명처럼 군산에 갔다. 군산의 속살을 취재하려고. 취재하며 창피함을 느꼈다. 군산의 아픔을 모르고 살았던 자신이 미웠다. 선조들의 고통에 머리를 조아렸다. 곰곰이 생각했다.

속죄의 마음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군산에 터를 잡고 군산사람들의 얘기를 빠짐없이 들었다. 과거를 끄집어냈다. 현재의 모습을 적었다. 미래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늬들이 군산을 알아?"는 그렇게 출간됐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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