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3차 공공기관 이전 놓고 전역이 '들썩들썩'

안경환 / 2021-03-04 15:43:51
이전 기관 직원들은 연일 시위...'분도' 목소리까지 나와
동북부 지자체는 유치전, 공공기관은 살길 찾아...천태만상

경기도 3차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경기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공공기관이 위치해 있는 수원에선 반대를 넘어 '분도'까지 제기하고 있고,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은 '일방적인 이전에 반대한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이전 지역으로 호명된 경기 동북부 지역 지자체들은 서로 좋은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유치전'에 나섰고, 대상 공공기관들은 조금이라고 가까운 곳에 자리잡기 위해 해당 시·군과 물밑 접촉을 벌이는 등 '천태만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17일 3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거세지는 반발…차라리 '분도'하자

 

경기도 3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가장 큰 속앓이를 하고 있는 곳은 수원이다.

 

염태영 시장의 "경기도와 부딪치지 말라"는 지시에 따라 직접 대응은 피하면서도 피해를 우려하는 반응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3차례에 걸쳐 이전이 확정됐거나 예정된 공공기관 15곳 중 12곳이 현재 수원에 위치, 지역 상권 침체와 세수 감소 등 직·간접적 피해가 우려돼서다.

 

12개 공공기관 대부분이 비영리 기관으로 지방세 납부 규모가 크진 않지만 경기도 수부 도시에 위치해 상징성은 물론, 이들 기관과 연계된 상권의 경제 규모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발을 담당하는 경기도시주택공사(GH)는 지방세 규모가 연간 80억~90억 원에 달해 세수 손실 또한 적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수원시는 2019년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 특례 폐지로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가용재원이 준 데다, GH를 비롯한 12개 공공기관이 모두 이전하면 시 재정과 지역 경제에 악 영향이 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이재명 지사의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답을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 보상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북동부 보답을 위해 남부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희생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라는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일방적 희생을 또 요구할 게 아니라 차라리 이 참에 분도를 추진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지부 및 경기도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4일 도청 앞에서 '일방적 기관이전 재검토 및 노동자 협의'를 촉구하고 있다. [안경환 기자]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지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이날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 기관이전 재검토 및 노동자 협의'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경과원 지부와 함께 경기도일자리재단 노동조합,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노동조합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라는 슬로건을 걸었으나 정작 '특별한 보상'의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과 노동자의 또 다른 '희생'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인 통보로 노동자들이 매일 불안에 떨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정규직 전환(공무직) 노동자는 "빽도, 학벌도 없는 사람은 취업이 정말 어렵다. 2006년 경과원 계약직 노동자로 들어와 지난해 1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하지만 이번 공공기관 이전 발표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게 됐다. 또다시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누구를 위한 이전인지 되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앞서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경공노)도 지난달 22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이전에 강제 이주 명령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경공노에는 경과원 등 도 산하 공공기관 12개 기관 노조가 가입해 있다.

 

이어 25일에는 수원 광교비상대책위원회가 도청에서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며 삭발식을 진행했고, 같은 날 수원시의회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전 지역 지자체와 이전 대상 공공기관, '동상이몽'

 

이같은 상황에서 이전 대상 지역으로 발표된 경기 동북부 17개 시군은 규모가 큰 기관을 끌어오기 위한 유치전에 나섰고, 공공기관들은 조금이라고 편한 곳으로 가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연천군이다. 연천은 지난 2일 경기도 북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이전을 환영하며 경과원 유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광철 군수는 "연천BIX(은통산업단지)는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경과원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바이오산업 지원임을 고려하면 이전지는 연천BIX가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남양주는 시민단체가 앞장섰다. 오남·진접발전위원회는 지난 3일 "남양주는 군사보호구역과 상수원 보호구역 등 수많은 중첩 규제를 받아 온 만큼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이 지사가 한 말을 그대로 활용하고 나섰다.

 

시도 유치총괄반 등 4개반으로 구성된 TF를 구성, 7개 기관 중 유치에 주력할 후보를 선정해 전략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 이천과 양주, 광주 등의 지자체도 자체 공공기관 유치 전담팀을 꾸리고 본격 유치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전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제공]


공공기관들은 이같은 유치전에 가세해 기존 소재지인 수원에서 지리적으로 최대한 가까운 곳에 가기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적의 위치는 경기도 광주가 꼽힌다.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곳은 '빅4' 중 하나인 GH와 경기농수산진흥원 등이다.

 

이들 공공기관은 시·도의원 등을 통해 기관별 공모 진행 시 해당 지자체로 이전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 달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GH의 경우 각종 도시개발에 유리한 데다 연간 1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세 수입 효과까지 더해지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고 나섰다.

 

경기농수산진흥원은 광주가 도농복합도시인 데다 광주에 위치한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및 이곳에 조성 예정인 경기도 유기농산업 복합센터가 진흥원의 역할과 맞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뒤질세라 경과원도 지자체에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 보다 유리한 지자체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17일 '공공기관 3차 이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균형발전을 위해 이른바 공공기관 '빅4'로 불리는 경기연구원,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비롯해 경기농수산진흥원, 경기복지재단,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등 7개 기관을 경기 북·동부로 이전하는 게 핵심이다.

 

이전 대상 시·군은 북·동부 접경지역과 자연보전권역 가운데 중복지역을 제외한 17곳으로 고양, 남양주, 의정부, 파주, 양주, 구리,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김포, 이천, 양평, 여주, 광주, 안성, 용인 등이다.

 

도는 기관별 공모 후 4월 심사를 거쳐 5월 중 이전 선정 대상 시·군을 발표할 예정이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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