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 투기 의혹' 일파만파…'공공주도' 주택공급 신뢰 무너져

김이현 / 2021-03-04 14:40:37
"대책 효과 반감 불가피"…광명·시흥 지정 철회 목소리도
주택 공기업 직원 일탈에 대통령이 직접 전수조사 지시
LH 직원 농지 공동소유…쪼개기로 '대토보상' 노린 정황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LH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강조해온 '투기 차단'과 '공공주도'에 대한 신뢰가 이번 투기의혹으로 한꺼번에 무너졌다는 평가다. 속도전을 내세운 2·4 공급 대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뉴시스]

LH는 4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부서 직원, 가족의 미신고 및 부당한 토지거래가 확인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 패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도 직접 '강도 높은 조사'를 주문했다.

토지주택공기업 직원들의 투기 의혹…'공공개발' 부동산 정책 치명상

현 정부가 임기 내내 강조한 '공공 개발' 정책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공급 부족론을 반박하기 위해 3기 신도시를 우선으로 물량을 추가했고, 과열양상을 사전 차단코자 '사전청약' 물량까지 늘렸는데 생각지 못한 기관 내 투기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보상 업무는 정상 진행 중이며, 주택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조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문제 행위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토지거래 건수는 정부 대책 발표 직전마다 급증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4 공급대책 직전 3개월 간 167건, 올해 2·4 대책 발표 직전 3개월간 30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졌다. 심지어 대다수 거래는 쪼개기(지분)로 이뤄졌다. 직전 3개월이 아닌 평소에는 거래건수가 거의 없었다. 

김 의원은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에 투자가 쏠릴 수는 있지만 해당 지역의 추세는 너무 극단적"이라며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이런 거래 폭증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확실한 공공정보의 유출 또는 공유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방위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공급 대책 핵심은 '속도전' 효과 반감 불가피…보상때 주민반발 거세질 듯"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제 투기 목적의 땅들은 차명으로 매입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하나하나 조사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론 악화는 불가피하다. 공급 대책의 핵심은 '속도전'인데 대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의지에 따라서 사업은 제동 없이 진행될 수 있겠지만, 국민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 탓에 토지 보상 단계에서 계속돼온 주민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잘못이 있는 관련자들을 확실히 처벌 하는지, 투기로 인해 얻은 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지 등 두 가지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선례가 된다"며 "정부는 공급 대책 발표 당시 투기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철회하겠다고 했는데, 광명·시흥지구부터라도 이 원칙을 바로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시흥시 과림동 농지에 묘목이 식재되어 있다. [뉴시스]

'대토보상' 노린 공동 구매…지분 쪼개기에 묘목까지 보상 더 받으려는 '꼼수'

참여연대가 공개한 LH 임직원 구매 의심 토지 현황 자료와 등기부등본을 보면, 투기 의혹이 제기된 토지의 용도(지목)는 대부분 농지다. 의혹 당사자 13명이 광명·시흥 땅을 사들인 목적은 '대토보상'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토보상이란 택지를 조성할 때 일정면적의 토지를 가진 소유주에게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필지 10곳 가운데 15억1000만 원에 거래된 농지 3996m²(약 1209평)는 LH 직원 4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2019년 6월 3일 공동 매입한 뒤 직원 2명은 33.3%씩, 나머지 2명은 절반인 16.6%씩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다.

같은 날 또 다른 인근 농지(2739m²)도 LH 직원 1명이 다른 지인과 함께 10억3000만 원에 사들였다. 같은 날 땅을 매입한 6명 중 5명이 모두 LH 직원인 셈이다. 해당 구입자는 과거 수도권 신규 택지를 추진하는 소형 사업단의 단장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996㎡ 농지를 샀던 한 직원은 지난해 2월 27일 과림동의 밭(5025㎡)도 구매했다. 다른 LH 직원을 포함한 6명과 함께 22억5000만 원에 사들인 뒤, 해당 필지를 1407㎡, 1288㎡, 1163㎡, 1167㎡ 등 네 개로 나눴다. 새 아파트 입주권을 보상받는 것은 1000㎡당 한 채로 똑같기 때문에, 저렴한 땅을 전략적으로 골라 '지분 쪼개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농지엔 수천그루의 묘목이 심어지기도 했다. 묘목이 심겨 있는 땅은 묘목에 대해 따로 감정해 토지보상가에 더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농지를 사려면 지자체에 농사를 어떻게 짓겠다는 계획서를 내고 자격도 얻어야 하는데, 직접 농사를 지은 직원이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며 "수가 빠른 사람이 보상을 더 받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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