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백신의 정치화'를 한다며 '선 접종' 릴레이 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끌어들이지 말라. 내가 먼저 맞겠다"(고민정 의원), "백신 도입이 늦다고 비난하던 이들이 백신 불안증을 부추기고 있다"(이재정 의원) 등의 발언이 나오지만, 백신 불안감을 증폭한 책임은 민주당 역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21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백신 접종의 부작용을 부각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그는 "(미국은)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 안면마비' 등 각종 부작용도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이 백신 확보를 촉구하자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단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이후 코로나19 백신에는 '안면마비'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후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현재의 백신은 완성품 아닌 '백신 추정 주사'일 뿐"이라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은) 사실상 국민을 '코로나 마루타'로 삼자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키웠다. 게다가 정청래 의원은 대통령이 백신을 먼저 맞는 것을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며 "대통령이 실험대상이냐"고 대응해 백신 공포감을 키웠다.
'포비아(phobia)', 국민이 위험이나 불안을 과도하게 느끼고 이를 피하려는 증상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의 두려움과 공포의 신(神) 포보스(Phobos)에서 따왔다. 현재 논란인 '백신 포비아'의 가장 큰 원인은 백신의 예방효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공포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가량은 '백신 접종을 미루겠다'고 답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19~20일·성인 1020명) 조사 결과, '순서가 와도 접종을 연기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응답은 45.7%였다.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은 5.1%로 백신 접종에 부정적 반응이 절반을 넘겼다. '순서가 오면 바로 접종하겠다'는 응답은 45.8%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16~1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는 '백신이 도입되면 접종을 받을 것인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 '접종 의향이 없다'는 비율은 19%에 그쳤다. 여야가 '백신 정치'를 하는 사이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섰다. 정 총리는 24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정치는 신뢰를 전파하는 철학"이라며 "정치가 끼어들어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백신접종을 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자"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백신 공방은 40여 일 앞둔 재·보궐 선거와 무관치 않을 터다. 백신확보 경쟁에서 주요국에 밀렸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온 국민의힘 입장에선 백신 안전성을 쟁점화해 '반문재인 정서'를 강화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의 건강·위생·보건 문제를 정쟁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은 오히려 표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백신 정쟁화는 유치한 4류 정치다. 의학의 영역을 여야 정치인들이 입에 올리고 있다"라며 "불안감을 증폭시켜 지지자를 결집시키려는 목적일 테지만 오히려 표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제1야당 대표는 '이런 공세는 적절하지 않다. 차라리 내가 맞겠다'라고 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65세 이상 인구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보류하겠다고 했으니 1940년생인 김종인 위원장이 먼저 맞아 안전성을 입증하며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이 맞아야 하는지 아닌지가 가장 큰 논란인데, 민주당 의원들은 젊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안맞겠다면 국민들이 불안해하니까 김종인 대표가 맞겠다고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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