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원전, 야당은 '헛다리', 정부여당은 '모르쇠'

김당 / 2021-02-05 12:47:25
[김당의 단매] 원전사건의 본질은 경제성 평가 조작과 삭제·은폐
문재인 "언제 가동 중단?"…백운규, 가동연장 보고에 "너 죽을래?"
북한, 원전 강력 요망…'DMZ에 건설' 등 노무현 정부 때도 검토

산업통상자원부가 1차 남북정상회담(2018. 4. 27) 이후 보름여 뒤에 작성했다가 감사원 감사 직전에 삭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하 '북원추') 문건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에 관한 감사결과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정병혁 기자]


산업부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불필요한 논란의 종식'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쳤다며 삭제된 '북원추' 문건의 원문을 공개했다.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북원추' 파일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 직전인 2019년 12월 1일 밤 11시24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16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사무실에서 삭제한 '월성원전 조기폐쇄 결정' 관련 530개 파일 중의 하나다.

 

산업부에서 원전정책을 총괄한 당시 문모 원전산업정책관, 정모 원전산업정책과장, 김모 원전산업정책과 서기관 등 공무원 3명은 공전자 기록 삭제, 감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산업부는 삭제된 이 파일을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서 찾았다고 해명했다.

 

▲ SBS '끝까지 판다' 탐사보도팀이 공개한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의 '북원추' 관련 문건들


'범죄일람표'에 예시된 '북원추' 관련 파일은 17개이고, 엄밀히 말해 이는 그 중의 '둘'이다. 하나는 5월 14일 작성한 v.1.1(버전 1.1)이고 다른 하나는 5월 15일 작성한 v.1.2(버전 1.2)이다.

 

그런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v'자가 'VIP'를 의미한다고 헛다리를 짚어 망신을 샀다.

 

헛다리 짚기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이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저장장치(USB)에 '원전 건설 제안'이 담겼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이 포함된 '북원추'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5월 14일이다. 작성 시점이 문 대통령이 USB를 건넨 시점(4월 27일)보다 20일 뒤이므로 주 원내대표의 주장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억지주장에 대해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국정조사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월성원전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청구는 국민의힘이 주도해 얻은 '성과물'인데도 말이다.

 

삭제된 북원추 문건(17개)은 당초 국회가 제기한 의혹의 본류인 '월성원전 조기폐쇄 결정을 위한 경제성 평가 자료조작' 사건의 '곁가지'일 뿐이다.

 

국회는 2019년 10월 감사원에 '월성원전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한수원, 즉 한국수력원자력이 전기판매 단가에 대한 자료 조작을 통해 월성원전 경제성을 고의로 낮게 평가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 감사 청구 사유였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도한 감사 요구였다. 그렇게 해서 1년 동안 한수원과 산자부에 대한 감사가 이뤄진 것이다.

 

감사원의 월성 원전 감사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국회에서 "대통령의 국정 과제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정 과제는 일종의 통치행위라는 논리인데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명분으로 여야의 정책갈등 사안에 '불가침 성역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권능과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한 헌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 월성원자력본부의 신월성1, 2호기 전경 [한수원 홈페이지]


정부여당의 감사 중단 압력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를 돌파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감사결과를 공표하고, 검찰에 7000장의 관련 서류 이첩과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산자부 공무원들이 조기폐쇄를 결정하기 위해 고의로 경제성을 낮게 산정하도록 유도하고, 외부기관의 평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조기폐쇄 방침을 결정하고, 관련 자료를 삭제해 감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감사원은 검찰에 송부한 '수사 참고자료'에 현 정권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밀어붙인 과정을 상세하게 담았는데,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2018년 4월 월성원전 1호기의 2년여 동안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한 정모 원전산업정책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화를 내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보고는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월성 1호기를 방문한 뒤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있었다'는 글을 청와대 내부망에 올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질문한 직후에 이뤄졌다고 한다.

 

백 장관은 당시 "원전을 그때까지 가동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하란 말이냐. 어떻게 이따위 보고서를 만들었느냐"며 "너 죽을래?"라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 장관은 "즉시 가동 중단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튿날 원전 담당 간부 등이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만들어 보고하자, 백 장관은 "진작에 이렇게 하지"라며 "청와대에 이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월성 1호기는 2019년 12월 가동을 영구 정지했다.

 

결국 '북원추' 문건은 곁가지이고 경제성 평가 자료 조작이 본질인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감사원 감사결과에 드러난 사건 전개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18. 4. 4 백운규 산업부장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 하는 것으로 방침 결정해 지시

▲18. 5. 4 S회계법인, 한수원에 월성1호기 평균 이용률 85% 적용한 경제성평가결과 제시했으나 당일 산업부와 면담 및 한수원 회의 거쳐 70%로 변경

▲18. 5. 11 S회계법인, 산업부·한수원과 회의 통해 이용률을 70%에서 60%로 재변경

▲18. 5. 11 산업부·한수원, S회계법인에 원전 판매단가를 전년도(17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하도록 함

▲18. 6. 11 S회계법인, 한수원에 월성1호기 평균 이용률 60%, 판매단가 1kWh당 평균 51.52원산정한 경제성 평가 최종안 제출

▲18. 6. 15 한수원, 이사회에서 S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결과를 토대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 의결

 

즉, 산자부는 경제성 평가에 개입해 2018년 5월 3일 최초 경제성 평가 때는 '이용률 85%, 판매단가 1kWh당 평균 63.11원'이던 것을 그해 6월 11일 최종 경제성 평가 때는 '이용률 60%, 판매단가 1kWh당 평균 51.52원'으로 전기판매수익을 불합리하게 낮게 산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이다.

 

그런데 '북원추' 문건을 만든 시점(18. 5. 14)은 산업부가 외부기관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최종안 18. 6. 11)가 나오기도 전이다. 즉 문재인 정부는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가동 중단' 방침을 정하고 월성원전 조기폐쇄를 밀어붙임과 동시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북원추' 방안까지 검토한 것이다.

 

이는 산업부가 공개한 '북원추' 문건에서 드러난 세 가지 원전 건설 추진방안에 대한 검토의견에서 잘 드러나 있다. 산업부는 '북원추' 문건에서 함남 금호지구 △DMZ △경북 울진 세 곳에 원전을 짓는 방안에 대한 각각의 장·단점과 검토의견을 적시했다(아래 [표] 참조).

 

이를 테면 경북 울진에 북한 송전용 원전을 짓는 3안은 문재인 정부의 '탈전원 기조'에 따라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이다. 이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산업부는 "신한울 3·4용 종합설계와 제작하다가 중단된 원자로 등을 활용함으로써 5000억원 내외의 사업비 절감 가능"(장점)하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의 수정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단점)하다고 적시한 것이다.

 

즉, 문재인 정부가 이미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했는데, 북한 송전용 원전을 국내에 짓는 것은 탈원전에서 다시 원전으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안은 DMZ에 수출형 신규노형의 원전을 짓는 방안이다.

 

산업부는 2안에 대해 "평화지역에 수출형 신규노형인 APR+/SMART를 건설함으로써 핵의 평화적 이용과 원전수출 지원이라는 상징성 확보 가능"(장점)하다면서 "지질조사 결과에 따라 건설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북한으로 신규 송전망 구축이 필요"(단점)하다고 적시했다.

 

산자부가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검토한 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원전을 짓다가 중단된 함남 신포시 금호지구에 APR1400 원전 2기을 건설하는 것이다.

 

산자부는 1안에 대해 "KEDO 당시 북한이 희망한 지역으로 신속히 추진 가능"하고 "제작 중단된 신한울 3·4용 원자로 등을 활용 가능성도 있음"이라고 장점을 부각했다. 단점은 "사용후핵연료 통제가 어려워 미국 등 주요 이해 관계자와 협의 등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및 장단점

구분

입지

노형

방폐물

장단점

1안

함경남도

금호

APR1400

북한내

(長)

▶KEDO 당시 북한이 희망한 지역 ▶지질조사 완료, 토지공사 일부 진행 등으로 신속하게 추진 가능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분 활용 가능 ▶북한내 송전망 활용 가능

(短)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통제 곤란

2안

DMZ 등

APR+/SMART

부지내

(長)

▶APR1400 이후의 수출모델 실증 가능 ▶평화지역에 핵의 평화적 이용과 원전수출 지원이라는 상징성 확보 가능 ▶핵물질 통제 가능

(短)

▶신규노형 건설로 장시간, 고비용 소요 가능

3안

경북

울진

APR1400

남한내

(長)

▶종합설계, 토지조성, 실시계획 협의 등이 완료돼 가장 신속히 추진 가능 ▶울진지역의 요구 수용 가능 ▶핵물질 통제 가능

(短)

▶에너지전환 정책 수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 선행될 필요 ▶북한지역으로 송전망 구축 필요 ▶울진지역 다수호기 문제 해소 필요 ▶북한을 위한 원전건설과 사용후핵연료를 남한에 저장하는데 따른 반발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왜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가동 중단' 방침을 정하고 월성원전 조기폐쇄를 밀어붙임과 동시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북원추' 방안까지 검토하는 무리수를 둔 것일까?

 

현 21대 국회는 범여당이 180석에 달할 만큼 압도적 우위이지만 당시만 해도 여야 의석 비율은 '여소야대'였다.

 

2016년 20대 총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었다. 하지만 개원과 함께 정세균 의장의 당적 이탈과 무소속 의원들의 새누리당 복당으로 새누리당이 제1당이었다.

 

국회에서 열세인 만큼 문재인 정부는 관련 법을 제정해 '탈원전 공약'을 이행하는 방법 대신에 한수원의 팔을 비틀어 공약을 이행하는 강압적 방법에 의한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이같은 강압에 의한 우회 돌파를 총괄한 곳이 '청와대 에너지정책 TF'였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이끈 TF에는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과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산업부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김수현 전 수석이 탈원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주도적으로 챙겨왔다는 것은 산업부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시절 KEDO에서도 파견 근무한 적이 있는 이 관계자는 "산업부 공무원들은 본디 무리한 공문서를 만들지 않는데 공직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들이 위에서 찍어 누르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면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탈원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백운규 전 산자부장관은 각각 세종대와 한양대 교수 출신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낸 김수현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비서실장과 함께 국정과제·사회정책비서관 등으로 근무했다. 누구보다도 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진 국정과제를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 건설 중단된 북한 신포 금호지구 경수로(맨위)와 2004년 당시 구글 위성 사진 상의 금호지구 일대(위) [구글 캡처]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남측이 경수로를 건설해줄 것을 강력하게 원했고, 노무현 정부도 이런 북한의 열망을 알았기에 미국이 반대하는 '대북 경수로 제공'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참여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 비망록, 칼날 위의 평화에 잘 드러나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경수로 제공' 반대 논리를 가까스로 설득해 9·19공동성명 1조(비핵화)에 △미국이 원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포기, NPT와 IAEA 안전조치 복귀"와 △북한이 원한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 권리 보유, 여타 국은 이를 존중하고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문제 논의에 동의" 조문을 반영시켰다.

 

"9·19공동성명 직후부터 한국 정부는 5차 6자회담에 제시할 공동성명 이행계획을 짜고 언제 제기될지 모를 '경수로 제공'에 대한 해법 마련에 주력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관련 논의는 미국의 거부감을 고려하여 아이디어 차원에서 동해안 지역 비무장지대(DMZ) 내에 경수로를 건설하여 북한에 송전하는 방식을 검토했다."(칼날 위의 평화, 341쪽)

 

당시 북한측은 6자회담을 앞두고 신포 경수로 건설이 중단된 것을 아쉬워하며 경수로 건설과 전력 지원을 강력히 원했다.

 

이와 관련 이종석 전 장관은 UPI뉴스에 "당시 북측이 경수로 제공을 강력히 원했지만 우리 정부가 경수로의 키를 쥐고 있어야 했기에 한수원측 인사들과 동행해 동해안 우리측 DMZ 지역을 후보로 검토해 다녀온 적이 있다"면서 "당시 그런 경험이 있기에 산자부의 '북원추' 시나리오에 DMZ 추진방안이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지역 원전건설 추진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이처럼 연원이 있는 것이다.

 

'북원추' 문건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고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임을 감안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는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당

김당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