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물량'으로 승부수…"민간참여·투기차단이 관건"

김이현 / 2021-02-04 14:19:15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전문가진단
"획기적인 물량 긍정적…민간참여·실제공급 미지수"
전세난 해소 방안 빠져…개발 지역 집값 상승 우려
정부가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승부수를 띄웠다. 서울 32만 가구 등 수도권 61만6000가구, 전국 총 83만 가구 규모다.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급대책까지 포함하면 188만8000가구로, 과거 노태우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200만 가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규제 완화와 각종 인센티브 강화 등 정부가 언급해온 '획기적인 대책'을 총망라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강력한 공급 시그널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수요 억제와 투기 근절에 집중해온 정부가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공급 물량을 끌어모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민간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예고된 물량이 실제로 시장에 공급될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도심 개발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와 현재 시장 불안의 원인인 전세난을 해소할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공주도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획기적인 물량에 규제 완화도 담겨" 긍정평가

정부가 4일 발표한 '대도시권 공급 대책'을 놓고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정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또 대책의 핵심이 '공공이 주도하는 충분하고 신속한 공급'인 만큼,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사이 나타나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지난 8·4 대책에서 서울 도심 13만 가구 공급방안을 내놓았는데, 이번 대책은 2배 이상의 물량인 32만 가구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물량"이라며 "임대 위주 공급방식에서 총 물량 중 70~80% 이상을 분양주택으로 공급하는 건 시장의 문제를 직시한 것이고, 정비사업의 경우 절차 생략으로 단기간에 물량을 확대하려 고심한 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 정부 단일 공급대책으로는 최대 공급량"이라며 "지난 6년간 서울 아파트 한 해 평균 준공 물량이 3만8687가구, 전국이 37만4941가구였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수치다. 기존 공공임대 위주가 아닌 분양이나 공공자가주택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면제나 종 상향, 패스트트랙을 통한 절차 단축 등 여러 규제 완화가 대거 담겨 있는 대책"이라며 "실제 추진된다면 공급량 확대 면에서는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스카이서울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정병혁 기자]

"사업 과정서 진통 예상…토지가격 상승 우려도"

다만 시장 불안 심리가 큰 상황에서 변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아무리 패스트트랙이라고 해도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전세 불안과 집값 상승, 청약 당첨 어려움 등으로 추격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자가 어떻게 믿고 기다리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법제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또 이것이 오히려 주변 아파트 선호로 대체돼 풍선효과를 낼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시범지역, 역세권 주변으로 개발 호재에 따른 부동산 투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지금까지 투기 억제를 위한 정책을 폈는데도 집값이 올랐다. 결국 투기 수요 전반을 차단하고, 단기 불안을 어떻게 조절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조합과 토지주, 사업자에게는 혜택일 수 있으나 무주택자에게 차별성 없는 품질의 저렴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짧은 임기 내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지 못한다면 토지가격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 대책은 빠져…추가 방안 고민해야"

전세 매물 품귀현상에 대한 해결책이 병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전세난을 겪고 있는 수요자들이 희망하는 입지와 희망하는 수준으로 올해 또는 내년까지 입주 가능한 주택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급물량이 얼마가 됐든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양지영 소장은 "청약 대기자가 발생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또 재건축이 활발해지면 이주 수요 발생으로 전셋값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앞으로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추가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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