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안구 실험에 눈 잃고 '폐기'된 비글의 짧은 삶

권라영 / 2021-02-02 16:26:39
연구대상 비글 2마리, 수술 6개월 뒤 안락사돼
인공안구 넣은 개의 외모 평가에도 비판 이어져
논문 게재 학술지는 윤리 기준 충족 여부 재평가
이름이나 있었을까. 암수 한쌍, 두 비글의 삶은 실험실이 거의 전부였다. 그곳에서 나란히 눈을 잃었다. 인공안구를 달고 6개월을 살았다. 그러곤 안락사됐다. 2년여의 짧은 삶이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던 모양이다.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건강했던 두 녀석이 희생한 덕분이다. 그러나 둘은 겁에 질린 채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멀쩡한 눈을 잃고 6개월 동안 이물질을 단 채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곤 폐기처분됐다.

두 녀석은 무슨 죄인가. 죄라면 그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실험을 진행한 충북대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실험을 승인했다. 동물실험 윤리가 확실한 선진국이었다면 두 녀석의 운명은 달랐을 것이다. 

"적어도 동물은 인간에 의해 불필요하게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동물의 권리'를 주장했다. 한세기 지나 1876년 영국에서 동물실험에 관한 윤리적 기준이 법적으로 체계화했다. 

이제 동물실험의 3R원칙(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 즉 되도록 대체법을 사용하고, 많은 수의 동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실험과정에서 동물의 통증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적 상식이다.

그래서 지금 성공적으로 끝난 실험이 논란의 복판에 섰다.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잇따르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중이다.

왜 실험대상이 꼭 멀쩡한 눈을 가진 건강한 개여야 했나. 충북대 동물실험 윤리위는 어떤 기준으로 실험을 승인했나. 작금의 논란은 우리사회에 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서방 세계에서 이미 200~300년전 정립한 '동물의 권리'와 '동물실험 윤리'의 부재가 낳은 때늦은 논란이다. 

▲ 3D 프린팅한 인공안구를 삽입한 비글의 수술 3개월(위), 6개월(아래) 뒤 모습. 사진 상으로 오른쪽 눈이 인공안구다. 이 사진은 충북대학교 수의대의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눈: 예비연구' 논문에 실렸다. [리트랙션 워치 캡처]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한국동물보호연합과 비건세상을 위한 시민모임의 주최로 비윤리적인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충북대 수의대 연구팀의 동물실험이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실린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눈: 예비연구'를 말한다. 지난달 플로스 원은 이 논문을 공개한 웹페이지 상단에 '우려 표명'이라는 문구와 함께 논문을 재평가하고, 출판 윤리위원회 지침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로스원 측은 "이 논문이 발표된 뒤 이 연구가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동물 연구 윤리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했다. 또한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임상 사례가 아닌 개를 사용한 것이 과학적 또는 임상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논문에는 비글이 암수 각 1마리로, 건강한 2살이라고 적혀 있다. 비글들은 실험동물을 공급하는 업체를 통해 충북대로 왔다. 실험은 충북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연구팀은 매일 신체검사를 통해 건강을 확인했으며, 운동을 시켜주고 장난감과 씹을 것도 줬다고 한다.

연구팀은 멀쩡한 눈을 적출하고 3D 프린팅한 인공안구를 삽입한 비글을 6개월 동안 관찰했다. 그리고는 염증이나 감염과 같은 합병증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3D 프린팅 인공안구가 임상적으로 유용할 뿐만 생체에도 적합하다고 봤다. 비글들은 이후 안락사됐다.

논문철회·연구부정 등을 다루는 매체 리트랙션 워치는 이 논문 중 특히 외모를 평가한 것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논문 결과 부분에는 인공안구를 반대쪽 눈과 색상, 대칭을 비교한 뒤 "인공안구가 온전한 눈과 매우 비슷해 '훌륭함'(5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리트랙션 워치는 이에 대해 "만약 그들(연구팀)의 유일한 동기가 반려견 보호자의 미용적 욕구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연구는 정당하지 않다", "(안구적출) 수술 후 반려동물이 다르게 보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보호자들은 동물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인간의 미학을 만족시키기 위해 동물에 행하는 미용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실었다.

▲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충북대학교의 살아있는 개 안구 적출 사건 관련 비윤리적 동물실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을 연 시민단체들은 "동물실험은 동물윤리와 과학윤리가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오로지 과학만이 중요시되고 동물들의 생명은 기계나 물건으로 전락해 실험실에서의 동물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이 실험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것을 두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미승인하고 제동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면서 "단순한 통과의례이고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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