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고 극단적인 인물의 악행…배우 명연기로 화제
"'순옥드'는 안드로메다로" 시청자에 상상의 공간 허용
우선 펜트하우스는 스케일이 커진 막장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와 명예를 가진 등장인물들. 그리고 이들이 사는 최고가 주상복합아파트의 펜트하우스라는 배경설정. 이런 배경설정 하에서 부, 명예와 지위 혹은 이 모든 것을 지닌 이들이 손을 뻗치고 다다를 수 있는 '막장' 범위는 넓어졌다.
여기서 펜트하우스는 '막장드라마의 특징'인 2가지, '자극적 내용'과 '개연성 없는 형식'을 충실히 따른다. 통속 연속극에서 흔히 사용되는 출생의 비밀과 불륜 등도 포함한다.
먼저 첫 회부터 죽음이 시작된다. 민설아(조수민 분)는 헤라팰리스에서 추락해 석고상 위에 떨어져 사망한다. 이후 이어지는 6회 동안 자살, 추락사부터 방화와 집단 폭력 등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수시로 등장한다. 쉴새없는 자극으로 시청자들을 몰아친다.
김선영 문화평론가는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어떻게 하면 실시간 시청률이 높게 나오나'에만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고 어떻게 하면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충격적인 장면들을 연속해서 내보낸다"라고 설명했다.
펜트하우스는 규모를 키웠다. 부(富)가 뒷받침되는 인물들의 악행 범위는 기존 막장 드라마를 넘어선다. 최고의 부촌답게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고 비리를 저지른다. 살인도, 납치도 간단하다. 주단태(엄기준 분)는 딸을 위해 학교 시험지를 구한다. 로건 리(박은석 분)는 위장 취업을 하거나 주단태를 대규모 투자사기에 옭아맨다. 여기에 화려한 배경과 자극을 강조하는 연출도 더해진다.
김 평론가는 "기존에는 주로 일일, 주말 연속극에서 막장드라마를 많이 방영했다"라며 "그때는 주로 가정 안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홈드라마 형식이었다면, 펜트하우스는 화려한 세트 등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라고 말했다.
빠른 전개를 위해 인물의 심리묘사와 이야기의 개연성 역시 생략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윤리적인 잣대로 봤을 때 지나치게 자극적인 상황이나 설정뿐만 아니라, 완성도 측면에서도 막장을 이야기할 수 있다"라며 "펜트하우스는 '과연 저런 상황들이 그럴듯한가'하는 개연성 측면에서 충분한 디테일이 묻어나지 않아 보면서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문 밑으로 준 쪽지를 통해서 주단태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심수련(이지아 분), 딸의 예고 입시를 위해 불법적인 일을 마다하지 않는 등 돌변한 오윤희(유진 분)의 모습이 그렇다.
개연성과 인물의 행동뿐만 아니라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 등 인물의 서사도 충분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기에 새로운 인물의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막장의 2가지 요소가 어우러지며 펜트하우스는 재미를 만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굉장히 과장되고 노골적이게 폭력과 극단적인 정서를 표현해서 사람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고 순간적으로 쾌감을 느끼게 한다"라며 "그렇게 자극적으로 만드니 재미가 따라온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과도하게 극단적인 악인 캐릭터의 행동은 배우들의 명연기를 통해 화제가 된다. 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쓰러진 아버지를 두고 문서를 훔쳐 달아난 천서진(김소연 분)은 비를 잔뜩 맞은 채로 피아노를 친다. 죄책감과 욕망 등이 뒤섞인 광적인 모습으로 피아노를 치는 천서진. 이를 표현한 김소연의 연기는 "올해 연기대상 받을 듯", "소름 돋았다, 연기 대박" 등 시청자들의 감탄을 불렀다.
게다가 개연성이 없는 부분은 오히려 시청자에게 상상의 공간을 허용한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전개를 예측한다. 극 중에서 언급만 되고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여기며 새로운 캐릭터나 반전을 추측한다.
시청자들은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를 '순옥드'라 부르며 유의사항을 공유하는데, "순옥드는 산으로 가지 않는다. 산에서 시작해서 안드로메다로 간다", "순옥드에 '왜'란 없다. '와'만 있을 뿐이다", "부검할 때까지는 죽은 게 아니다" 등이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죽음을 맞이한 심수련이 돌아올 것'이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한계를 두지 않고 새로운 설정을 예측하며 재미를 느낀다.
김선영 문화평론가는 "'저게 말이 되나'라는 의문이나 생각할 틈을 안 주고 사건을 몰아치는 구성으로, 이는 김순옥 작가가 제일 잘하는 부분"이라며 "아내의 유혹에서 등장인물이 점을 찍고 다른 사람인 척 나타난 설정이 하나의 유머가 된 것처럼, 새로운 설정으로 사건을 만들어내 박진감 있게 밀어붙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소재의 다양화도 있다. 펜트하우스의 주 소재는 파급력이 크다. 부동산, 교육, 청소년, 학교폭력 등 많은 이들이 평소 관심을 갖는 주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 작품이 결국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부동산, 교육 문제 등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그런 부분을 재밋거리로 많이 풀어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하나 바라는 것은, '어른의 존재'다. 펜트하우스에서 그리는 숱한 자극 중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청소년 학교폭력 문제다. 집단따돌림과 폭력장면이 빈번하다. 펜트하우스 청소년들에게 도덕성과 선의 기준을 잡아줄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수련은 선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악에 맞서 아이들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기에는 딸인 석경이가 괜히 부리는 투정처럼 무언가 부재한 느낌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옳고 그름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못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과 그 책임을 오롯이 지는 것이 맞는 일임을 알려주는 어른이 없다. 엄마의 악행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은별이를 보듬어줄 사람도 없다.
김선영 평론가는 "펜트하우스는 아예 하나의 서브플롯처럼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는데, 이 아이들이 '헤라 클럽 키즈'라고 해서 어른들의 범죄를 똑같이 따라 하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기존 막장 드라마에서 보였던 것보다 훨씬 더 비윤리적으로 아이들을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청소년들의 악행이 과도해서 불쾌함을 느낀 시청자가 있었을 것"이라며 "청소년들의 폭력이 티비에서 반복돼 나온다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극, 악행, 배경, 소재, 상상의 범위까지. 모든 면에서 규모를 확대한 펜트하우스. 재미와 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펜트하우스 시즌2'는 오는 2월 19일 첫 방송된다. 매주 금토 10시 드라마로 12부작이 될 예정이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