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변수'…여야 치열한 공방
"일부 방안 해볼 만하지만, 대부분이 시장 권한 넘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대 화두는 단연 '집값 문제'다.
현 정부와 정반대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시장에 활로를 마련한다는 공약부터 획기적인 공급 대책으로 수요를 확실히 잡겠다는 방안이 나온다. 다만 1년2개월 남짓한 임기 내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당초 권한 밖의 대책을 남발해 시장 불안만 더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여권 후보들은 공공 위주의 주택공급에, 야권 후보들은 민간 위주의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 정부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새로운 공급 패러다임을 제시한 여권과, 현 정부 부동산 실책을 부각시키면서 민간 시장 부활을 내세운 야권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여권, 공공주택 확대 초점…박영선표 '재건축 완화' 변수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고 행보에 나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 선명성을 분명히하고 있다. 핵심 공약은 인공지대 조성을 통한 공공주택 16만 가구 공급이다. 강변북로와 철도 위에 인공부지를 조성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123 서울하우징'으로 청년에 10년간 10평대, 신혼부부·직장인에 20년간 20평대, 장년에 30년간 30평대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아파트 재건축 완화는 선을 그었다. 그는 "재건축을 통해 대량 공급이 가능하고, 집값이 잡힌다는 논리는 허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개발이익 환수·임대주택 확보를 전제로 낙후된 강북 등 지역의 재건축은 검토하겠지만, 강남 고가 아파트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35층 층고 제한을 푸는 대신 공공주택 기부채납을 활성화한다는 것도 현 정부 기조와 방향이 비슷하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1분 컴팩트 도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 21분 이내 교통거리에서 직장·교육·보육·보건의료·문화 등 모든 것이 해결되는 다핵분산도시다. 국회의사당~동여의도 도로를 전면 지하화 하고, 그 위에 공원과 1인 가구텔을 세우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또 토지임대부나 시유지·국유지를 활용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고, 5년 내 공공분양주택을 30만 가구를 건설하겠다고 제안했다.
강남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에도 여지를 남겨 뒀다. 박 전 장관은 "우리나라 아파트는 1980년대에 지어졌다. 1980년대식 아파트를 더 이상 지속하기는 힘들다"며 재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남 재건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온 여당과는 다른 목소리를 낸 셈이다. 공급방안을 비롯해 구체적인 계획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지만, 공공을 위한 기부채납 등이 담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야권, 민간 공급 강조…"낡은 규제 풀어야"
야권에선 민간주택 비중을 늘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공급 주체는 공공이 아닌 '민간'인 만큼,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민간주택 확대와 부동산 세금 인하 등을 핵심 공약으로 꺼냈다. 서울시장 재선 구상까지 그리며 5년간 주택 74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청년임대주택 10만 가구 추가 공급, 30·40, 50·60세대를 위한 40만 가구, 민간개발과 민관합동 개발방식을 통한 재건축·재개발로 20만 가구 공급 유도 등을 꼽았다.
또 한시적 거래세 인하, 1주택자의 취득세와 재산세율 인하와 함께 일정기간 이상의 무주택자에게는 규제지역이어도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대출 제한을 전면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들이 가진 집을 시장에 내놓게 해서 먼저 공급을 늘리고,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을 내걸었다. 나 전 의 원은 "낡은 규제를 풀고 심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해 신속한 재건축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금천구의 남서울 럭키아파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규제 완화가 주택 공급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구상에서다. 또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세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취임 100일 이내에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으로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강변 35층 규제 제거, 재건축·재개발·고밀개발을 방해하는 기조 변경, 용적률 상향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주거 문제는 20~30대에 쉐어하우스, 30~50대 장기 무주택자 대상 청약 특별 공급, 50~60대에 공동생활이 가능한 클러스터형 주택 공급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주자들 서로 "실현 가능성 없는 정책" 지적
여야 주자들은 서로 상대방 부동산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출신 시장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나경원 전 의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바닥면적 계산도 안 해보고 공약을 막 던지나"(우상호 의원), "10년 전 사고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박영선 전 장관) 등 실현 가능성 놓고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도 '현실성'이다. 우선 세금 인하, 분양가상한제 폐지, 대출규제 완화 등은 서울시장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안전진단·층수 제한·용적률 완화는 시장의 권한이긴 하지만 시의회와 국토교통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개발이익 환수, 공공임대 등 공공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뾰족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성, 예산 확보 방안 등 면밀한 검토 필요"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시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용적률을 높이거나, 층수제한을 높이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그나마 가능성 있는 대책"이라며 "그 외 대부분 정책은 서울시장이 아닌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임기를 한 번 더 하더라도 시장 권한 밖의 공약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며 "사업성, 예산 확보 등 측면에서 검토하지 않고 공약을 남발하면 시장 혼란만 더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인공부지 위에 집을 짓는 건 기존 도시 계획과 맞아야 하고, 재건축·재개발도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단기간에 주민들이 협조할지 의문"이라며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주요 공약을 즉각 시행하긴 어렵다. 자신들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서로 현실성 없다고 지적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당 공약 중 철도부지를 덮어 주택을 공급한다는 학계에서도 연구가 돼온 것이고, 토지임대부도 예전에 실행했던 것"이라며 "생소한 정책은 아니고 루틴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 다만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위를 덮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나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야당의 공약은 장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정부의 기조와 거대 여당 등 여러 상황으로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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