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통큰 베팅…홈런일까, 병살타일까

남경식 / 2021-01-26 17:15:31
이마트, 1352억 원에 SK와이번스 인수…"야구에 적극 투자"
정용진 강력한 의지에 기대감 '솔솔'…삐에로쇼핑 전철 우려도
재계 서열 11위 신세계그룹이 수천억 원을 투자해 프로야구에 뛰어든다. 신세계가 기존 유통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홈런'을 칠지, 무리한 투자로 기존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병살타'를 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그룹은 인천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KBO 한국 프로야구 신규 회원 가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마트는 SK텔레콤과 SK와이번스 주식 및 자산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이날 체결했다. 오는 2월 23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 인천시,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승인을 거쳐 3월 중 정식으로 야구단을 출범할 계획이다. 매각가는 총 1352억8000만 원이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고객과 야구팬들의 교차점과 공유 경험이 커서 상호 간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해 SK와이번스 인수를 추진했다"며 "한국 프로야구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 팬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구단으로 성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년사 영상 화면 [신세계그룹 인사이드]

SK와이번스 인수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2013년 스타필드 하남 착공식에서 "앞으로 유통업계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마트는 오는 2031년 개장을 목표로 테마파크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내 418만㎡(약 127만 평) 부지에 총사업비 약 4조6000억 원을 투자해 복합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택진이형 다음은 용진이형" vs 삐에로쇼핑·부츠 전철 밟을까 우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택진이형 다음은 용진이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만큼, NC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처럼 프로야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9년 7월 SK와이번스 팬들이 이마트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SK와이번스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정 부회장이 실패한 신사업이 많지 않았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마트는 최근 4년간 선보인 신사업 중 일본의 만물상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쇼핑', H&B스토어 '부츠', 남성패션 편집숍 '쇼앤텔', 가정간편식 전문점 '피코크' 등에 실패했다. 특히 '쇼핑보다 재미'라는 역발상을 강조한 삐에로쇼핑은 이마트 측이 신성장동력으로 손꼽았지만, 적자 규모가 커지며 1년 6개월 만인 2019년 말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진심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신세계는 1997년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 여자프로농구단을 인수한 뒤 15년 만인 2012년 해체했다. 당시 농구계에서는 팀 순위가 연일 내리막을 걷자 무책임하게 해체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통업 위기 와중에 야구단에 수천 억 투자 vs 새로운 복합쇼핑공간 기대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기존 유통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지 여부에도 물음표가 뒤따른다. 신세계의 라이벌로 꼽히는 롯데그룹 역시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통업과의 시너지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가전양판점을 운영하는 전자랜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를 끝으로 프로농구단 운영을 포기하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2019년부터 자산 유동화와 적자 사업 구조조정 등의 움직임을 보여 온 이마트가 1352억 원을 들여 야구단을 인수한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신세계는 돔 구장 건립 추진을 공언한 만큼, 야구단 운영에 향후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유일의 돔 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 건설에는 2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이와 별개로 신세계그룹은 매년 200억 원가량을 야구단에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와이번스는 2019년 매출 562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40%가량인 235억 원이 SK텔레콤, SK가스, SK브로드밴드 등 모기업 계열사 상대로 낸 수익이었다.

▲ 스타필드 청라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 인수를 통해 새로운 복합쇼핑공간을 선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스타필드 청라 부지 등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스타필드 청라가 받은 건축허가 용도에는 운동시설도 포함돼 있다.

또한 인천에 있는 이마트 연수점은 이마트 전국 140여 점포 중 매출 규모가 최상위권이라, 신세계가 인천에서 고객 충성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마트가 젊은 세대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프로야구 관중의 주축이 20~30대 연령층이며 여성 관중 또한 증가하고 있어 향후 소비를 주도할 마케팅 측면에서 타깃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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