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둘러앉아 빨랫방망이를 세게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 대처에 나간 자식들 자랑엔 추임을 더해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정경들은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25년의 세월을 오롯이 담아낸 최국순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우물 이야기, 사진으로 그리다'가 18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서울 충무로 와이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에 대해서 "우물은 동네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곳으로 지난날의 소통 공간이자 신화와 설화적 공간이며, 민간 신앙과 제의적 공간, 정서적 공간, 동양 사상의 원리를 담아낸 곳이 우물이었다"고 말한다.
물이 좋고 이야기가 있는 한 마을의 역사가 머무는 곳이었으며 예로부터 우물은 마을신앙에서 용왕이 사는 곳이라 하여 매우 신령스럽게 여겼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해마다 물을 상징하는 우물지기인 용에게 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무사태평을 비는 용왕제를 지냈다.
또한 마을 우물이 물맛이 떨어지거나 물이 자주 마르면 대보름날 새벽 다른 마을의 물맛 좋은 우물물을 몰래 떠 와서 제 마을 우물에 붓기도 했다.
영·호남 지방에서는 우물에서 치성을 드리면 용왕이 사내아이를 점지해 준다고 여겼다.
또 전라북도 고창에서는 청소를 마친 뒤에 우물 안에서 어른 손바닥만 한 붕어 서너 마리를 잡았다. 이 붕어를 '샘각시'라고 불렀다. 아무도 넣지 않은 것이어서 청소를 고맙게 생각한 우물신이 선물한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우물은 마을 아낙네들의 휴식처이자 세상 소식을 접하는 소식통 구실도 했다. 이곳에서 온갖 소문이 퍼진 탓에 상류층에서는 며느리가 우물에 가는 것을 지극히 꺼렸다. 젊은이들이 마음에 있는 사람을 남몰래 만나는 장소로도 이용한 곳도 바로 우물이었다.
최 작가는 그간 다수의 그룹전을 통해 작품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작품도 동양철학에서 본 우물을 사상과 정서, 소통, 제의, 민간신앙, 신화, 생명 등을 담아냈다. 감정의 불꽃과 사유의 빛이 담긴 사진을 보는 순간,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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