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의미는 있지만…근본적 대응 필요"
"기후위기 진짜 막을 생각 있다면 석탄발전소 꺼야" 지난해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확산과 유례없이 긴 장마를 겪었다. 새로운 전염병의 발생, 그리고 이상기후 현상은 많은 이들에게 그동안 미래의 일로만 느껴졌던 '기후위기'가 바로 지금, 우리에게 닥쳤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국회는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에 그린뉴딜을 추가했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량이 산림 등으로 흡수되는 양과 같거나 그보다 적어져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아직 탄소중립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4일 현재 1만 명 이상이 동의한 '청소년들은 1.5도를 위해 다시 촛불을 듭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UPI뉴스는 이 청원을 기획한 청소년기후행동의 윤현정(17)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한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들은 결석 시위를 진행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활동가는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많은 계획이 수정되고 취소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한 달 동안 밤새 준비한 캠페인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온라인 캠페인을 기획하고 온라인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 중 하나였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은 이번 국민청원에 참여하는 것을 "촛불을 든다"고 한다. "정책과 정치가 당장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에서 2050년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이미 지구 평균 온도가 1.2도 이상 오른 상황에서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이 기후위기로부터 우리의 생존을 지켜줄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31일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에 제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대해 "당장의 노력을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2030년에 온실가스를 목표인 5억3600만 톤 수준으로 줄이더라도 매우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고, 석탄발전소를 당장 중단하는 조치가 함께 이루어져야 1.5도 이내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제한하자는 목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특히 석탄발전소 문제를 여러 번 강조했다. 비영리 민간기후연구소인 '클라이미트 애널리틱스'는 2029년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석탄발전소를 멈춰야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활동가는 "우리나라에서 단일 배출원 중에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석탄발전소"라면서 "기후위기를 진짜 막을 생각이 있다면 석탄발전소를 끄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청원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충실한 이행 △국내외 신규 석탄발전소 즉각 중단 △2030년까지 석탄발전 모두 중단 및 법제화 △온실가스 감축 목표 2배 이상 강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정부와 국회를 향해 요구사항을 내놓고 캠페인을 지속하는 것은 기후위기가 "구조적 문제라 개인적 실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정부나 국회, 기업이 나서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윤 활동가)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윤 활동가는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리고 대응을 촉구하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국회에서는 두 번 다 제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참고인 출석을 거부했어요. 결국 사전 영상 촬영으로 대체하기는 했지만 많이 씁쓸했어요. 우리 사회는 그저 학교에 다니고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과 부모님 등 주변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는 청소년들만을 원할 뿐이에요.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아직 뭘 모른다는 편견이 사라진 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더 크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올해에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정부와 국회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가라앉지 않아 올해 초 활동은 온라인으로 예정돼 있다.
윤 활동가는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꼭 오프라인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다"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기후위기를 접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정책결정권자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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