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사회 '거수기'로 전락…안건 99% 그대로 통과

김이현 / 2020-12-09 14:41:37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691건 중 1건만 부결
퇴직한 임원이 '낙하산' 사외이사로…견제역할 부실
대기업집단 이사회에 오른 내부거래 안건 99% 이상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감시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발표한 '2020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상장사 266곳의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99.51%가 원안대로 가결됐다. 원안대로 의결되지 않은 안건은 31건(0.49%)으로, 이 중 부결된 건은 8건(0.13%)에 그쳤다.

특히 계열사간 대규모 내부거래와 관련 안건은 원안 가결률이 99.9%(692건 중 691건)였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있는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해 실질적인 심의나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 공정위 제공

266개 상장사는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두고 있는데, 이들 위원회 역시 1년간 상정된 안건(2169건) 중 1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안대로 처리했다.

원안 가결율은 후보추천위(99.6%)·감사위(99.6%)·내부거래위(99.5%)·보상위(98.0%) 순이었다. 총수있는 집단(99.6%)이 총수없는 집단(97.1%)보다 높았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수의계약으로 맺은 내부거래 안건 중 수의계약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78%에 육박하기도 했다"며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회사 경영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인 사외이사의 비중은 늘었다. 266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전체 이사 중 50.9%를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96.5%)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사외이사 후보추천위가 설치된 167개 상장사 중 63개에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15개 상장사에는 총수일가가 직접 후보추천위에 이름을 올렸다. 총수일가가 후보추천위에 참여한 회사에서의 사외이사 비중(64.2%)은 전체 상장사 평균보다 10.3%p 낮기도 했다.

19개 대기업집단의 35개 회사에서 계열사 퇴직임직원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한 경우도 4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42.9%(18건)는 사익편취 규제 및 사각지대 회사 소속이었다.

성 과장은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해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이사회가 견제의 역할을 잘하지 못하는 점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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