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근친혼 금지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해 자유침해"
법무부 "외국에 비해 근친혼 범위 넓지만 국가마다 인식 달라"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청구인 측)
"유전학적 측면에서 근친혼의 경우 유전적 질병의 발현 위험이 커진다는 점 인정돼" (피청구인 측)
8촌 이내 족끼리 결혼을 금지한 민법의 근친혼 금지 규정이 위헌인지를 두고 12일 헌법재판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현행 민법은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엔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따라 혼인 무효 처분을 받는다.
지금까지 이런 내용은 당연한 상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아닐 가능성이 있다. 1997년 동성동본 혼인금지를 위헌으로 선언한 헌재가 이번에는 '8촌 이내' 근친혼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헌재는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A 씨가 "민법 제809조 제1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A 씨는 2016년 5월 B 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나 같은 해 8월 B 씨가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A 씨는 패소했다. A 씨는 결국 2018년 2월에 민법 제80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이날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결혼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심판대상조항이 오늘날의 친족관념에 부합하는지 등을 심리했다.
해당 조항은 헌재가 1997년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옛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8촌 이내의 근친혼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2005년 개정됐다.
A 씨는 항소했고, 재판이 계속되던 2018년 해당 민법 규정들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법 개정 이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쟁점은 근친혼의 범위이다. '8촌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근친혼의 범위가 입법 목적이나 외국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넓고 오늘날의 친족관념이나 가족개념에 부합하지 않아, 배우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외국의 경우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다.
청구인 A 씨 측은 이와 관련해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민법 조항의 근친혼 금지의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전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6촌 내지 8촌인 혈족 사이 혼인의 경우에는 그 자녀에게 유전질환이 발현된 가능성이 비근친혼 자녀의 경우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청구인 측은 또 "과거와 달리 혼인은 가(家)와 가(家)의 결합보다는 인격 대 인격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8촌 이내 혈족 혼인의 금지는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타당한 윤리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은 "외국에 비해 근친혼 범위가 넓지만 국가마다 인식이 다르다"며 "외국 입법례에 비해 우리 법의 범위가 넓은 것이 논리필연적으로 위헌이란 결론을 가져오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 개인화된 것은 맞지만 혈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기초고 민법 제777조 제1호도 8촌 이내의 혈족을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근친혼 금지는 친족관념과 혼인질서가 뒤섞이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전학적 측면에서 근친혼의 경우 유전적 질병의 발현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 인정되는 이상 이를 고려함이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등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견을 냈다.
청구인 측 참고인 현 교수는 "근친혼은 혼인과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초적 생활단위를 보장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에서는 반드시 금지되어야 하지만, 그 제도적 보장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개인의 자유를 무익하게 또는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무부 측 참고인 서 교수는 청구인 측이 지적한 유전학적 목적에 대해 "심판대상조항을 입법할 당시에 유전학적 목적은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혼인을 금지한다고 출산까지 막을 수는 없으므로 유전학적 이유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직권지정 참고인으로 출석한 전 명예교수는 "가족개념에 변화가 있다 해도 여전히 문중·당내를 기반으로 한 재례, 상례가 유지되는 한, '8촌이 곧 근친'이란 관념은 오늘날에도 보편타당한 관념"이라고 법무부 측을 옹호했다.
그러나 전 명예교수는 "혼례문화는 재례, 상례와 달리 자기중심적 친족관계의 경향을 강하게 반영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에 한해 '8촌이 곧 근친'이란 관념이 오늘날 보편타당하다고 단정키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선율'의 남성진 대표변호사는 "법조인들의 의견을 보았을 때 위헌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좁고 유전질환적인 면에서도 부명확한것은 사실이나 몇 촌이내로 금지할지는 입법재량의 요소로 보아 이를 위헌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 내용을 토대로 최종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