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은 뛰어난 문학성 갖춘 열정적 휴머니스트였다"

이원영 / 2020-11-12 15:10:23
50주기 맞아 최재영 목사 <인간해방의 횃불, 전태일 실록> 펴내
30여 년에 걸쳐 250여 명 증언 채취, 자료수집·취재 담은 결정판
전태일 열사 50주기(11월 13일)를 맞아 전태일의 모든 것을 담은 평전이 발간됐다. <인간 해방의 횃불, 전태일 실록>이다. 그동안 나왔던 전태일 관련 책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이 빼곡해 가히 전태일 총서라 할 만하다.

이 책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전태일의 육필 수기들이 고스란히 담겼고,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 여사와 동생의 생생한 증언도 가득하다. 책의 전면에 걸쳐 저자의 열정과 수고가 고스란히 담겼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 책의 저자는 의외로 미국에 살며 한국과 북한을 오가며 통일운동을 하는 최재영(58) 목사다.

최 목사는 수차례 방북한 기록을 여러 권의 책으로 낼 정도로 꼼꼼한 기록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북한의 종교에 대해 활발한 강연을 펴고 있는 열정가다.
▲최재영 목사가 30여 년 취재와 사료 수집을 위해 열정을 바쳤던 결정판의 표지.

최 목사는 서문에서 "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그에 따른 교훈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1차 자료가 필수적이며, 그 토대 위에 연대별로 정리한 일대기가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분신 항거 이후 지금까지 전태일의 모든 생애를 체계 있게 정리한 일대기가 발간된 적은 없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한다.

최 목사가 전태일에 주목하고 집필을 위한 취재와 자료수집을 시작한 것이 30년 전부터라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책이 세상에 나왔는지 알 만하다.

필자는 어느 날 강원도 철원에 있는 대한수도원 경내에서 전태일과 이소선 어머니가 다녔다는 창현교회를 비롯해 임마누엘수도원과 대한수도원 소속 목회자들과 신자들 일행을 우연히 만나서 대화하면서 전태일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싹텄다고 한다.

그들의 증언들은 한결같이 가슴 뭉클한 이야기였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으며, 기존에 공개된 이야기들과도 사뭇 차이가 있어 그 후부터 전태일과 관련된 구전들을 듣기 위해 여기저기 관련자들을 찾아다니며 체계 있게 탐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군부정권 시절 폭압적인 정치적 상황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맞물리면서 또 다른 전태일들이 자기 몸을 던지는 사건들이 연속으로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태일 평전 집필을 결심한 것이 어느덧 30여년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하루 빨리 책을 완성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짓누르고 있을 무렵, 이소선 어머니의 적극적인 구술과 협조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선생의 구술과 자료 제공으로 인해 마침내 원고가 완성을 향해 치달을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필자의 집요함 때문에 면담과 전화를 통한 증언과 구술 과정에서 이소선 어머니는 진액을 뺄 정도로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최 목사는 집필 자료 확보를 위해 전태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250명이 넘는 주변 인물들을 만난 것은 물론 전태일과 관련된 각종 서적과 논문, 칼럼, 사설, 기고문, 특집기사, 인터뷰 기사 등을 선별해 참고했다. 그중에서도 현존하는 전태일의 일기장과 육필 원고를 고스란히 담은 '전태일 일기 CD 사본'을 유족 대표인 전태삼 선생이 제공해주어 이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책은 특히 그동안 미공개되었던 전태일의 출생과 성장 과정에 얽힌 일화들은 물론 학력, 취업 등의 과정을 통해 그가 지닌 배움에 대한 열정과 사업에 대한 꿈을 재조명했으며, 그의 가치관과 사상의 근간이 되었던 기독교 사상과 신앙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필자는 "유능한 문학적 소질을 겸비한 전태일이 평소 수기장에 옮겨놓은 자작 시와 소설 초안 등을 가감 없이 게재하여 그의 문학적 세계관도 드러나게 했으며, 특히 기독교 사상과 천부적인 성품이 결합되어 형성된 그의 숭고한 인간애는 물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성과 투쟁가로서의 면모, 지독히 순수했던 연애 감성과 친구들과의 우정 관계, 냉철한 사고방식과 지혜로운 생활철학, 인간적인 면 등도 다양하게 재조명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전태일은 1969년 9월, 1970년 4월, 같은 해 8월 모두 3편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그의 문학성과 치열함, 휴머니즘이 농축되어 있다.

<세 번째 유서, 1970년 8월 9일>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理想)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생(生)을 두고 맹세한 내가, 그 많은 시간과 공상속에서,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오늘은 토요일. 8월 둘째 토요일. 내 마음에 결단을 내린 이날. 무고한 생명체들이 시들고 있는 이때에 한방울의 이슬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치오니
하나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1970. 8. 9』

최 목사는 "50주기에 맞춰 출간된 전태일 실록은 이제 전태일 연구의 기초를 닦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의식이 점점 전태일에게 상정(上程)되거나 전태일을 영웅시하기보다는 각자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전태일을 찾도록 이 책이 동기 부여의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고 말했다.

"작가 최재영은 특유의 치밀함과 성실함으로 우선 조영래 평전의 서술을 모두 확인하고 기술되지 않은 부분까지 일일이 취재와 면담 등을 통해 전태일의 출생에서 죽음까지의 일대기를 정확하게 재구성하는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30년 전부터 시작한 집필 작업은 이소선 어머니 등을 인터뷰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면담과 전화 등을 수시로 하거나 때로는 같이 밤을 새우는 등의 성실함을 보여주었으며 항상 상상하기조차 힘든 최악의 상황이었던 전태일의 처절한 삶을 좇아 일일이 발로 뛰며 현장을 확인했던 노력은 전태일의 삶만큼이나 치열했습니다."(전태일재단 이수호 이사장)

"전태일기념관 개관식을 하는 날 저자로부터 전달받은 실록 세부 목차 인쇄물을 읽어보니 놀라움과 함께 이 책이 단순하게 열사에 대한 삶의 추적기나 연구서의 관점을 넘어 전태일 생애 연구의 총서로서 확고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전태일이 지닌 인간애의 근간이 되는 사상과 정신 그리고 신앙과 철학을 이제서야 독자들로 하여금 확실하게 종잡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보입니다."(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필자 최재영 목사는 남북을 이어주는 오작교 통일운동가임을 자처하고 있으며, 그의 방북 경험을 담은 '북녘의 교회를 가다' '평양에서 서울로 카톡을 띄우다' 등 수 권의 저서가 있다. NK VISION 2020대표와
인터넷언론 프레스아리랑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저자 최재영 목사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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