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차벽' 논란…"방역 위해 불가피" vs "극단적 위헌"

김광호 / 2020-10-06 16:45:27
보수단체 "한글날 집회 강행"…경찰 "개천절처럼 강경 대응"
헌재, 2009년 경찰 차벽 위헌 판단해…"차벽, 마지막 수단"
경찰 "개천절 차벽은 적법"…전문가 "헌재 결정과는 다른 사건"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이 광화문 광장 주변에 세운 차벽은 위헌인가.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차벽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던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기본권 제한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가 전면 금지된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경찰로 인해 봉쇄돼 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검문소 90개소를 설치하고 800여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뉴시스] 


경찰은 개천절인 지난 3일 광화문광장 일대에 300여 대의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펜스를 쳤다. 경찰차가 광화문광장과 인근 도로까지 둘러쌌고, 서울 경계·한강다리·도심 등에서 3중 검문을 하며 일반인의 통행도 철저하게 통제했다. 이날 보수단체들이 차량 시위,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펼쳤지만 결국 소규모로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오는 9일 한글날에도 1000명 규모의 도심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상황이다.

최인식 8·15집회 참가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사무총장은 5일 오후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의 폭압에 맞서는 길은 그나마 집회 결사의 자유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에 다시 한글날 집회 신고를 하게 됐다"며 "집회에서도 법에 따라 방역수칙 등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경찰은 한글날 집회 역시 개천절 집회와 마찬가지로 차벽을 세워서라도 집회를 봉쇄하겠다는 전략을 예고했다.

경찰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본권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9년 6월3일 경찰버스로 서울광장을 둘러쌌던 사건에 대해 2011년 위헌 판정을 내린 것을 근거로, 이번 개천절 차벽 설치 역시 위헌적 행동이라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당시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집회를 막기 위한 경찰의 차벽 설치에 대해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경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판단해 위헌이라 봤다.

헌재는 "경찰의 조치가 전면적이고 광범위하고 극단적"이라며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차벽으로 일반 시민들의 통행까지 막은 게 과도했다는 취지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경찰들이 집회를 막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뉴시스]


집회를 신고했던 보수단체들은 물론 진보적 시민단체들도 차벽으로 통행을 막은 것은 과잉 대응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달 28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경찰이 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대응 방침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은 방역이라는 제약 조건에서도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뭐가 두려워 막대한 경찰력과 버스를 동원해 도시 한복판을 요새화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민주주의가 발전은커녕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 광장을 경찰 버스로 겹겹이 쌓은 '재인산성'이 국민을 슬프게 했다"며 "사실상 코로나19 계엄령을 선포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6일 '10·3 개천절 집회 차벽 설치의 적법성'이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내고 개천절 차벽 위헌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경찰은 "당시 헌재는 '차벽설치 자체'를 위헌이라고 한 게 아니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과도한 차벽설치'를 위헌이라고 한 것"이라며 당시 헌재 판례를 들어 "당시의 차벽이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침해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번 차벽의 정당성에 대해 요목조목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차벽이 코로나19 예방이라는 목적이 있었고, 이 방법 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충족한다"면서 "집회 신고시간(오전 6시부터 오후 6시)보다 짧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차벽을 설치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역시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라는 공공복리가 집회의 자유 제한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크다'는 서울행정법원의 가처분 결정문을 근거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1가 일대에서 시위자들이 난동을 벌이며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차벽 설치가 앞서 헌재가 판단한 '마지막 수단'에 해당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선율의 남성진 대표변호사는 경찰의 차벽이 기본권침해로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수긍하면서도, 차벽설치를 비판하는 측의 논거인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이 사건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남 변호사는 "당시 2011년 헌재가 판단한 것은 경찰이 개별적인 집회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서 서울광장에서 열릴 여지가 있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며 일반 시민의 통행조차 금지했다는 점이었고, 청구인도 집회 주최자가 아닌 차벽에 의해 서울광장을 통행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사안의 경우 일반시민들의 통행권이 아닌 방역 목적으로 차벽을 설치하는 경찰의 조치가 쟁점인 바 이를 법리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이 2017년 5월 대법원은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판결에서 경찰의 차벽 설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고 본 사안과 오히려 더 유사하여 차벽설치가 불법이 아닐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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