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근무, 자녀학비는 세금 '펑펑'…외교관의 이상한 '워라밸'

김당 / 2020-10-05 15:35:34
[국감] 김영호·김영주 의원, 감사원 지적·'재외공관 자녀학비 지원현황'
재외공관 185곳 중 89곳 주재국 관공서보다 근무시간 짧아…6시간도
만3세 외교관자녀 한학기 학비 3800만원…지급기준 상한선 '무용지물'

전체 재외공관 185곳 중 절반에 가까운 89곳의 재외공관에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적용된 '1일 기준 8시간 근무'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 민주당)이 감사원 및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재국보다 근무시간이 90분 이상 짧은 공관은 5곳, 60분 이상 짧은 공관은 32곳 등 전체 185곳 중 근무시간이 주재국보다 짧은 공관이 8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재외공무원 근무시간이 주재국 관공서 근무시간보다 짧은 공관(출처 : 감사원)

구분

주재국 관공서 근무시간 – 재외공관 근무시간

합계

90분

60분

45분

30분

21분

15분

12분

재외

공관수

89

5

32

7

40

1

3

1

 

주교황청 대사관의 경우 주재국 관공서보다 2시간 짧은 6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싱가포르 대사관, 주인도대사관,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등은 주재국 관공서보다 1시간 이상 짧은 6.5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공무원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주40시간, 1일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재외공관 직원의 경우, 주재국의 실정을 고려하여 외교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공관장이 근무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외교부 소속 국가공무원 신분인 재외공관 직원의 경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의해 8시간을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재외공관은 '재외공무원의 근무시간은 공관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는 재외복무원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재외공관에서 근무시간 단축·조정 사유로 이른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줄여 이르는 말로,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뜻함) 조직문화, 직원 근무여건 개선, 출퇴근 시간 단축, 근무복지 향상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외공관 근무시간 단축·조정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던 감사원에서도 재외공관 근무시간이 주재국 관공서보다 짧게 운영될 경우 공관 사증발급, 재외국민보호 등 업무 소홀이나 민원인의 불편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재외공무원 근무시간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을 조치사항으로 지적한 바 있다.

 

김영호 의원은 "재외공무원 복무규정은 공관장이 근무시간을 자율로 정하되, 외교부장관이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9곳에 달하는 재외공관이 주재국보다 짧게 근무하고 있는 사태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외교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 재외공무원 복무규정 개정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재외공관의 전반적인 근무실태와 예산운용에 문제점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근무시간은 적은 외교부가 느슨한 규정을 통해 재외공관 직원 자녀들의 학비는 과도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통위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 민주당)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재외공무원 자녀 학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외교부가 2017~2019년 기간 중 재외공관 주재 외교관 자녀 학비로 지원한 금액은 3963만2841달러, 한화로 463억 원(1달러당 1169원 환율)이었다. 

 

[표2] 최근 3년간 외교관 자녀학비 지원 현황(10월 3일 환율 1169원 기준)

연도별

직원수(명)

자녀수(명)

총지원액(미화)

총지원액(원)

2017년

537

819

$11,728,904

13,711,088,776

2018년

540

838

$12,578,427

14,704,181,163

2019년

769

1,183

$15,325,510

17,915,521,190

합계

1,846

2,840

$39,632,841

46,330,791,129

 

연도별 학비 지원액을 보면 △2017년 1172만8904달러(137억 원) △2018년 1257만8427달러(147억 원) △2019년 미화 1532만5510달러(179억 원)였다. 학비를 지원받은 자녀는 직원 1846명의 자녀 2840명이었다.

 

외교부는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재외공무원 자녀들에 대한 학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규정이 지나치게 느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규정에는 재외공무원의 유치원 자녀에게는 '1인당 월평균 미화 300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으나, 국제학교에 보낼 경우 제한이 사실상 없었다. 초, 중학생 자녀 학비 기준도 '1인당 월평균 미화 700달러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외교부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초과분의 65%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

 

고등학생 자녀 학비 역시 '1인당 월평균 600달러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외교부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초과액의 65%까지를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사실상 외교관의 초·중·고등학생 자녀 학비 지원에 상한선이 없는 셈이다. 

 

[표3] 가장 많은 자녀학비가 지원된 재외공관의 대표적 사례

연도별

지역

학년

학비(달러)

2017년

주 히로시마 총영사

7학년(중1)

$32,863

주 휴스턴 총영사

만4세

$29,093

2018년

주 히로시마 총영사

G2(초2)

$35,051

주 휴스턴 총영사

만4세

$30,613

2019년

주 히로시마 총영사

7학년(중1)

$35,277

주 히로시마 총영사

만3세

$33,002

 

실제 가장 많은 학비가 지원된 사례는 2019년 히로시마 총영사관 외교관의 중학교 1학년(현지 7학년) 자녀의 한 학기 학비로 3만5277달러(4123만 원)가 지원된 경우였다. 또한 같은 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의 만3세 자녀의 같은 해 국제학교 한 학기 학비로 3만3002달러(3857만 원)가 지원됐으며, 2018년 휴스턴 총영사관 근무 외교관의 만4세 자녀에게는 국제학교 학비 3만613달러(3578만 원)가 지원됐다.

 

▲ 지난 9월 14일에 열린 주히로시마 총영사관 이전 개관식. 기존의 히가시코진마치 청사에서 미도리마치 신청사로 이전한 주히로시마 총영사관이 관장하는 주고쿠·시코쿠 지역의 5개현에는 재외국민 1만5000여 명이 살고 있다. [주히로시마총영사관 홈페이지 캡처]


외교부 재외공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주히로시마 총영사관은 주고쿠 지역의 3개 현(히로시마·야마구치·시마네)과 시코쿠 지역의 2개 현(에히메·고치)현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 5개현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재외국민은 1만5000여 명이다.

 

3년간 자녀에게 2만 달러 이상의 한 학기 학비가 자녀에게 지원된 공관은 히로시마, 휴스턴, 후쿠오카, 홍콩, 호치민, 헝가리, 함부르크, 필리핀 총영사관 근무 외교관 자녀였으며, 이들 공관 근무 외교관 자녀에게는 한 학기당 2만 달러에서 최대 3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주 의원은 "재외공관 외교관의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일정 수준 국가가 지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한 학기당 수천만 원의 학비를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학비 기본지급액에서 초과분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지원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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