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 뒤 코로나 확산세에 판사 해임 청원도 "참가자 마스크 착용 및 명단 작성·비치,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손 세정 등 감염예방 조치를 적절히 취한다면 감염병 확산 우려가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예상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가 지난 14일 민경욱 전 의원이 주도하는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의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 3000명 규모 집회와 보수단체 '일파만파'의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100명 규모 집회 등 2건에 대해 집회금지 행정명령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리며 밝힌 말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전광훈 서울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한 8·15광화문 집회를 전후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법원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를 불러왔다.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서울시를 가로막은 것 때문에 코로나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전 목사의 보석 석방을 결정한 법원의 판단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실정이다.
실례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8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은 20일 오후 4시 기준 참여 인원이 11만9073명에 달했다.
청원인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수도권 감염 "폭발을 경고하고 그 중심에 교회들이 있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알렸다"며 "그리고 확진자가 속출하는 사랑제일교회 중심으로 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경고와 호소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광화문 한복판에서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판사는 해임 혹은 탄핵을 청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00명의 시위를 허가해도, 취소된 다른 시위와 합쳐질 것이라는 상식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기계적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내세운 무능은 수도권 시민의 생명을 위협에 빠트리게 할 것"이라며 "지난 8개월 피 말리는 사투를 벌이는 코로나 대응 시국을 방해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가 시위참여자, 일반 시민, 그리고 경찰 등 공무원을 위험에 빠지게 한 판단에 해임 혹은 탄핵과 같은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며 "판사의 잘못된 판결에 책임을 지는 법적 제도 역시 필요하다. 왜 그들의 잘못은 어느 누구도 판단하지 않는가"라고 질책했다.
서울시, 모든 집회 금지명령 내렸지만…법원, 2건 집회 허가
앞서 서울시는 도심 개최를 신고한 모든 집회에 금지명령을 발동하고 방역당국·경찰 등과 협조해 집회 개최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일 확진자 수가 조금씩 증가하는 등 지역감염 재확산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는 집단감염 온상이 될 수 있다. 종교행사 등 대규모 집회가 감염 확산의 시발점이 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시의 이같은 조치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타당했다.
문제는 서울시의 이러한 노력이 허망하게도 법원은 30여개 단체에 내려진 명령 가운데 2건에 대해 집회를 허락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집회 금지 명령 당시부터 소규모의 집회를 허락해도 집회 참여자들이 이를 어기고 대규모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지만 법원은 이를 무시했다.
법원은 "집회가 신고 내용과 달리 이뤄질 것이라고 미리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의 실상은 광복절 당일 100명이 신고한 집회 구역에 5000명 이상이 밀집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는 코로나 재확산의 빌미가 됐다.
법원이 서울 도심 시위의 특성조차 이해 못 할 정도로 무지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이 코로나 확산 빌미 제공했다는 논리도 문제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전 목사를 보석 석방 결정한 것'과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서울시를 가로막은 것' 때문에 코로나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목사와 방역활동에 훼방을 놓는 일부의 일탈행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로 이들의 행위를 법원 책임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 예방이 국민의 생명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인 것은 맞지만 신체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다.
앞서 재판부는 전 목사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위법한 집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이를 어긴 것은 1차적으로 전 목사 본인 책임이라는 것이다.
또 법원은 보수성향 단체들이 제기한 효력정지 신청 대부분을 기각하고 4.16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와 일파만파 등이 제기한 일부에 대해서만 인용 결정했다.
이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집회를 할 수 있는지 따져보지 않고 집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특히 법원은 이들 단체가 신고한 집회 규모로 볼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집회를 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신고 내용과 다르게 광복절 당일 집회 인원이 크게 늘어났지만 이는 법원이 예상할 수 없는 변수라는 것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법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은 법관들에게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감정적인 동요는 이해하지만 이번 코로나 상황의 책임을 법원에만 따지겠다고 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명밖에 안 모인다는 말을 믿었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비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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