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택지 개발 지역 주민들 반발…'부가가치' 하락 이유
정부는 불끄기 바빠…"2년 임기 내에 흐지부지될 가능성" 8·4 주택공급 대책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까. 발표 직후 터진 '파열음'이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정부 발표자료의 제목은 '관계기관 합동'인데, 정부와 지자체 의견이 서로 조율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공공재건축이 아닌 민간 주도의 재건축을 고수하며 제동을 걸었고, 노원구와 경기 과천 등은 단순히 '공급 대책'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일단은 정부 방침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우선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 중 하나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이다. 공공 재건축으로 앞으로 5년간 5만 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재건축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최대 300%에서 500%로 완화하고, 층수도 50층까지 허용하는 게 골자다. 다만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 받고, 기대수익 90%를 정부가 환수하는 조건이다.
재건축 사업에 서울시 입장 반영 안돼
서울시는 사업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는 정부와 이번 대책을 준비하며 공급확대의 대안으로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내세웠다. 공공참여 재건축이라는 새로운 제도보다 더 실효성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않은 서울 지역 사업장 93곳(26만 가구 규모) 중에서 20%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한다는 '예상치'에 따라 공급량 5만 가구를 산정했는데, 서울시가 "정부만의 계산"이라며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민간 재건축까지 풀어버리면 강남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우려하는 것이고, 서울시는 민간 부문 활성화를 이행해야 할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민간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공공성도 강화하자는 합의점이 나왔을지는 몰라도, 이번 대책은 정부 입장만 반영됐으니 충돌이 생긴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공공참여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엔 의문"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제한하는 이른바 '35층 룰'도 입장이 엇갈린 것도 비슷하다. '50층 재건축 아파트' 추진에 대한 건물 층수 제한은 정부 권한이 아닌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따라 운영된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서다. 국토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면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고, 50층 아파트도 지을 수 있다고 했지만, 서울시는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시는 35층 제한을 오랫동안 고수해왔는데,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 곧바로 전환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일 것"이라면서 "어쨌든 정비사업이라는 건 수익성이 담보 돼야 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민간에서 움직여줘야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참여나 용적률 완화 등 취지는 굉장히 좋지만, 민간이 사업을 끌고나가는 게 실효성이 있다는 걸 서울시는 인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택지 개발 반대 이유는 '부가가치' 하락
신규택지를 놓고 지자체 반발이 나오는 건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김종천 과천시장, 유동균 마포구청장 등 지자체장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은 일제히 지역 내 주택활용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교통체증, 주민 불편 가중, 도시발전 저해 등 이유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유휴 부지를 개발해 단순히 주택 공급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이 지역 내 부가가치를 더 하락시킨다는 건 공통적인 인식이다.
송 대표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반대 이유가 되지만, 유휴지를 뒀던 지역들은 산업의 변화나 상업시설에 대한 기대감들이 있는 곳"이라며 "부가가치가 형성되고 집값이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만 대거 들어오면 주민에게는 호재일 리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택지 개발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보다 집값 하락과 주거불편 등 현실적인 걱정으로 반발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신규택지 개발에 반대한 이들 지자체장들과 의원은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불필요한 논쟁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선호 국토부1차관 등은 "서울시와 이견은 없다"며 "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 지연 불가피…민간에 인센티브 주는 방향 고려해야"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건축은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한다"면서 "특히 상암이나 과천 등지는 예전 목동 행복주택 사례처럼, 2년 정권 임기 내에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복주택 목동지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지구지정이 됐다가 주민의 거센 반발로 결국 건설이 무산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태릉 골프장은 최근 들어 상징성이 생기는 바람에 흐지부지되면 정부 위신이나 신뢰도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여러 사업들이 협의 및 착수하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급작스럽게 공급 대책을 발표하다보니 지자체와 조율이 안 됐고, 반발도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면서도 "신규택지 반대는 지역 주민들의 님비 현상이 나타난 데 동조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쇼"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밀어붙이면 결국엔 따라올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걸릴 거고, 재건축 조합 중 정부 방안에 따르는 비율이 10%도 채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대표는 "지역 주민의 반발이 하나의 여론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해도, 결국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인 만큼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이나 재개발·재건축이나 앞에 매번 '공공'을 붙이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민간 조합이든 주민이든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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