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표가 가른 이재명 운명…허위사실공표 이견 '팽팽'

주영민 / 2020-07-16 16:21:14
다수 "토론회 엄격한 법적 책임 부과하면 의미 사라져"
소수 "이 지사 불리한 사실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공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유는 후보자 토론회가 가장 영향력 있는 선거운동이라는 다수의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 발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할 경우 토론회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치열한 공방과 후보자 검증 등을 심각하게 위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후보자 등이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시작된 18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6월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1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사의 입장에선 직을 유지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다수의견이 7명, 소수의견이 5명으로 집계됐다. 2표가 이 지사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판결의 쟁점은 이 지사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해 다른 후보자가 TV토론회에서 한 질문을 이 지사가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숨긴 답변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7명의 대법관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지사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5명의 대법관의 판단은 달랐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예상하지 못하거나 유권자들이 알지 못하는 주제가 즉흥적·돌발적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다른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돌발적인 것이 아니었고 이 지사도 그 답변을 준비할 정도로 질문 자체가 포괄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독촉한 사실이 있음에도 해당 질문에 대해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즉, 이 지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지사가 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지사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 중에 한 발언을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따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결정 즉시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 후보자 토론회의 기능과 특성 등을 모두 고려했다"며 "후보자 토론회의 토론과정에서 한 발언 중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며 "토론과정 중 발언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토론회를 더욱 활성화하는 등 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해 작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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