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법리적으로 문제없는 판단"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의 피의자인 이모(32) 씨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다시 기각되면서 사법부가 피해자 안전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더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거세다.
피해자 가족 측은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또 피해자가 스스로 상처 입으며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으려면 많은 분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누리꾼들도 피해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인공지능(AI)이 '판사를 대체해야 한다'며 공분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지난 4일 '위법한 체포'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기각 사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진행 경과 및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보면 이 씨가 새삼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범죄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본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춰 사안이 중대하다"면서도 "범죄 혐의사실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 대부분이 이미 충분히 수집된 것으로 보이고, 피의자 역시 객관적인 사실관계 자체에 대하여는 다투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행은 이른바 여성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돌출적 행위로 보인다"며 "이 씨는 사건 발생 후 가족들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고 이 씨와 그 가족들은 재범방지와 치료를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판사는 "이 씨는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앞으로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함과 아울러 수사 및 재판 절차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의자의 재범 방지는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씨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피해자 가족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의견을 나누고 분노해 주고 알려주고 공유해 주고 기억해주세요"라며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또 피해자가 스스로 상처입으며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으려면 많은 분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누리꾼들은 '사람을 패기 전 정신과 가서 진료받으면 구속을 면하는 건가', '누가 봐도 여혐 범죄에 묻지마 폭력인데 조현병 지겹다', '판사를 AI로 바꿔야 한다' 등 가해자 편을 드는 사법부의 판단을 비난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해당 사안에 비춰 이 씨의 영장 기각 사유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부득이 구속할 때는 구속 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을 거쳐 구속영장을 받아야 한다. 구속 사유는 △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 증거 인멸 우려 △ 도망 우려가 있는 때이다.
김 판사가 이 씨 사건의 경우 이들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이상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는 게 맞다는 것이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는 점이 영장 기각에 대한 분노로 바뀐 것 같다"며 "형사소송법 원칙상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기에 법적인 판단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께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처음 보는 30대 여성 A 씨의 얼굴 등을 때려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당시 이 씨의 폭행으로 인해 광대뼈가 함몰되는 등 중상을 입었지만,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경찰은 일주일 가까이 용의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A 씨 가족은 SNS와 라디오 프로그램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고 온라인상에선 여성 혐오 범죄가 또다시 일어났다며 공분이 일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