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해위증 및 교사 공소시효 남아…형사처벌 가능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법조계 안팎이 들썩이고 있다.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2년을 복역하고 만기출소했지만, 고(故) 한만호의 옥중 비망록 공개를 계기로 검찰의 강압 수사·증언 조작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위증 교사나 강압 수사 등은 없었다는 취지로 관련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또 한만호의 동료 수감자였던 최모 씨가 법무부에 낸 진정을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하면서 공은 일단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진정인 조사 등을 시작으로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발견될 경우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전 총리 재판 법정 증인 2명 "검찰 위증교사 있었다"
지난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법정 증인으로 섰던 최 씨는 지난 4월 법무부에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진정을 제기했다.
최 씨는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이를 번복한 한만호의 구치소 동료 수감자다.
최 씨는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한만호가 구치소에서 '검찰 진술이 맞지만, 법정에서 뒤엎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최근 입장을 바꿔 당시 검찰로부터 위증 교사를 받아 거짓으로 한 전 총리와 한만호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진정은 관련 절차에 따라 대검찰청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됐다.
인권감독관은 검찰의 내부 비리를 근절하고 인권 옹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신설된 직제로 부장검사급이 맡는다.
수사 절차에 대한 이의·진정 검토와 피해자 보호가 주 업무인 만큼 배당 자체가 감찰이나 수사 착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진정인인 최 씨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당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허위 증언을 종용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스타파는 한 전 총리 사건 재판 당시 검찰의 위증교사를 주장하는 또 다른 수감자 한모 씨가 조만간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씨는 당시 '한명숙 사건' 수사 검사들의 위법 수사 의혹과 관련 검찰총장, 전현직 검사 등 수사라인 13명과 증인 등 18명을 고발할 방침이다.
고발장을 통해 한 씨는 "당시 검사들은 공작 수사로 선거에 개입한 범죄자들"이라며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이 요직에서 승승장구 하고, 잘나가는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면서 "사회악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고발 대상으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준규 서울중앙지검장, 중앙지검장이었던 노환균·한상대 검사, 중앙지검 1128호실의 엄희준 검사와 한명숙 사건을 담당했던 신응석 검사, 당시 특수 1부 부부장이었던 임관혁·주영환 검사, 특수 2부 부부장이었던 조재연 검사, 특수 1부 부장이었던 김기동·이동열 검사, 특수 2부 부장이었던 권오성·최윤수 검사, 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윤갑근 검사 등 전현직 검사 13명을 적시했다.
또 특수부 수사관이었던 신모, 곽모 계장, 주모 경찰관과 당시 법정에 나가 한만호의 진술 번복이 거짓이라고 증언했던 최 씨도 고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 씨 측은 공소시효가 10년인 모해위증과 모해위증교사가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기에 재조사를 통해 위법성을 다퉈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해위증·교사 공소시효 남아…드러나면 형사처벌 가능
모해위증은 상대방을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 진술, 즉 위증을 한 경우를 말한다.
모해위증의 모해는 사전적 의미가 '꾀를 써서 남을 해침'이다. 거짓 증언을 통해 상대방이 유죄를 받아 처벌을 받게 하려는 목적성이 있어서 단순 위증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모해위증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해진다. 특히 모해위증의 경우 벌금형 없이 무조건 징역형을 선고 받는다.
모해위증교사는 말 그대로 법정에서 위증을 하도록, 다시 말해 거짓 증언을 하도록 부탁한 혐의를 의미한다.
만약 검찰의 거짓 증언 종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 전 총리 수사팀 검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만호의 동료 수감자들은 2011년 3월경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는데 직권남용의 경우 7년의 공소 시효가 지났지만 모해위증 및 교사죄는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내년 2월까지 기소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법무부 진상조사가 이뤄져 재심 요건이 마련될 경우 유죄로 확정된 한 전 총리 사건이 재심으로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형사소송법은 기존 판결의 증거나 증언이 허위인 것이 확정판결을 통해 증명되거나,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재심에서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확정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며 "한만호 비망록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있고 위증에 대한 증거가 명백하다면 상당 부분이 새로운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심의 경우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 모해위증 및 교사가 있었음이 사실이라고 해도 처벌의 여지가 있는지 따져 봐야 하는 점이 각각 문제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측은 한만호가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는 이상 재심은 물론, 모해위증 및 교사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한 전 대표의 동료 수감자들이 장기 수형자 신분이라는 점을 들며 이들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검찰은 "한 전 대표가 법정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3명의 수감자를 불러 한 전 대표의 위증 경위를 조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중 2명만 법정 증인으로 신청해 진술을 들었고, 그마저도 한 전 총리 유죄 인정의 증거로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형을 선고받고 장기간 복역 중인 두 사람이 최근 같은 시기에 같은 맥락으로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다른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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