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 이념 강조 무색…기업시민 공염불 지적
"연달아 터지는 비리사건에 투명경영 찾을 수 없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표방하는 포스코가 수년째 납품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포스코 스스로가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 돼 임직원, 주주, 고객, 공급사, 협력사,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함께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담은 해당 문구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역사회의 비난에 직면하면서 빛이 바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18년 7월 취임 초부터 강조한 '기업시민'은 투명하고 모범적인 경영이념을 담길 바랐지만, 연이어 터져 나오는 납품비리로 인해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경찰청, 포항제철소-하청업체 납품비리 수사 박차
경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포항제철소와 하청업체 간 납품비리에 대해 수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상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에 정확한 사안에 대해서는 말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납품비리 의혹을 철저하게 밝히고자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직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저가 제품이 정상 제품으로 둔갑해 납품된 과정 △이를 묵인한 포항제철소 관계자 확인 △향응 제공 의혹이 짙은 하청업체 실태 △포항제철소 납품 제품 가운데 의혹이 이는 또 다른 물품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8일 하청업체 납품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포스코 50대 간부 A 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포스코 측은 지난달 6일과 17일 두 차례 진행된 수사에서 A 씨가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질문이 많았으며 17일 수사에선 6일 나온 질문을 경찰이 10시간 넘게 반복해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간 A 씨가 심적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1월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포항제철소와 하청업체 간 납품비리를 석 달 넘게 수사하면서 금품·향응 제공에 따른 보은 계약 등 혐의 일부를 밝혀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직원 제보로 수사 착수…경찰, 전방위적 강압수사
경찰의 이번 납품비리 수사는 하청업체가 포항제철소에 납품한 고강도 시멘트가 납품기준보다 저품질의 제품을 공급, 현장에서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부직원의 제보로 시작됐다.
특히 해당 제품은 지난해 6월 포항제철소 2코크스 공장에서 파손 등의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월 7일 포항제철 사무실 등 4곳과 같은 달 10일 포항지역 한 골프장, 포항세무서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또 지난 3월 20일 포항제철소 중앙수리섹션 외주 수리·정비계약 부서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 계약 담당자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문서 파일 등을 압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 같은 경찰의 강제수사 배경에는 포스코 측의 비협조적인 행태가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가 포항제철소 철강 생산 과정 중 안전을 위한 설비에 정상 제품보다 질이 떨어지는 값싼 제품을 설치하고, 포스코 고위 간부 등에게 각종 향응제공 등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포스코 측에 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지만, 비협조적으로 나와 강제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가 내세우는 투명하고 모범적인 경영이념을 담았다는 '기업시민'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포스코가 자료 제출 요구 등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응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차례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우, 투명경영 강조 무색…계속 터지는 납품비리
포스코가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하청업체 납품비리로 몸살을 앓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먼저 지난해 3월 포항제철소 투자엔지니어링의 한 간부가 하청업체로부터 자동차와 현금 4000만 원 등 뇌물을 받고 해당 업체를 포스코 협력기업풀에 등록시켜 공사 입찰 자격을 부여해 준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간부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에 추징금 4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또 포스코 구매담당 직원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납품업체로부터 80억 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발주하는 대가로 1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에 추징금 4억 82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항 지역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납품비리로 최 회장의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은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투명거래'를 재차 강조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와 성과공유제 확대 등으로 역량 있는 공급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잇단 하청업체 납품비리로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투자엔지니어링실 직원과 협력업체 임원이 금품수수로 구속됐다"며 "올해 1월에도 납품비리 건으로 경찰이 포스코 현장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연달아 터지는 비리 사건에 포스코가 줄기차게 외치는 윤리경영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시민단체와 노조가 합심해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국민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변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말로만 투명경영과 기업 시민을 강조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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