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딸 향한 검찰의 '억지', 증언에 뒤집혔다

주영민 / 2020-04-27 16:39:31
딸 논문초록 저자 관련 증인 심문서 상반된 진술 나와
"논문초록 억지 공소제기" vs "부모 찬스 쓴 업무방해"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될수록 검찰이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 씨에 대한 공소사실이 억지 주장이라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 검찰-정경심 [UPI뉴스 자료사진]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재판에서 딸 조모 씨의 공주대 허위 인턴, 논문초록에 대한 증인심문이 이뤄졌다.

논문초록은 논문에 필요한 내용을 뽑아 쓴 요약본으로 논문 전체를 읽어볼지 고려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글을 의미한다.

정식 논문이 아니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문제는 공주대 논문 초록에는 연구샘플을 구해다 준 어민들의 이름이 올라 있을 정도로 그 범위가 넓은 것으로 전해진다는 점이다.

검찰의 공소장 핵심내용은 정 교수와 딸 조 씨, 공주대 교수가 언제 만나서 무엇을 부탁했고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됐는지다.

정 교수가 지난 2008년 딸 조 씨를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학회에 보내고 싶어 당시 논문초록에 이름을 올리고 난 뒤 뒤늦게 조 씨가 실험실에서 인턴을 했기에 허위라는 것이 검찰 공소장의 핵심 주장이다.

또 2009년 일본 조류학회에 발표된 논문 포스터와 초록 등에 조 씨가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허위라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시 공주대가 발급해준 '체험활동확인서'도 허위로 가짜 서류를 입시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조 씨가 2008년 정 교수와 친구인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김모 교수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별다른 기여 없이 일본 학술대회 발표를 위한 논문초록 제3저자에 이름을 올렸고,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전형에 합격했기에 업무방해라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이를 입증하고자 검찰은 해당 논문초록의 제1저자인 공주대 대학원생을 증인으로 내세워 "조 씨가 논문초록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하게 했고, 이후에는 공주대 교수를 불러 2008년도에 처음 만났다는 증언을 하게 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을 작성한 공주대 교수는 증인 심문에서 2004년에 이미 정 교수와 이메일로 연락을 시작했으며 해당 이메일에는 2007년 딸 조 씨가 해당 교수와 금강에 가서 "녹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 교수가 2008년 조 씨를 일본에 열리는 국제학회에 보내고 싶어 논문초록에 이름을 올렸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진술이다. 날짜 자체가 맞지 않은 공소사실이라는 의미다.

검찰 공소장 요지를 다시 살펴보면 '2008년 조 씨와 공주대 교수가 처음 만나 (정 교수의 청탁에 의해) 논문초록에 이름을 올리고 국제학회에 보내기 위해 뒤늦게 인턴에 참여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실상은 2007년도에 이미 조 씨와 공주대 교수가 만났고, 논문초록을 쓰기 전부터 조 씨는 사실상 연구체험활동을 시작했다는 게 증인 심문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오히려 당시 조 씨는 구피, 선인장, 장미 등을 키우며 매달 이메일로 식물 성장일기와 영문 책들의 독후감을 보냈다는 내용까지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측은 "실험실에서 허드렛일했다고 증언했다면 인턴확인서에는 그렇게 했다는 내용을 적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렇지 않기에 허위"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논문초록 제1저자인 대학원생도 증인 심문에서 '조 씨를 본 적 있느냐, 무슨 체험활동을 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조 씨를) 연구소에서 수차례 봤고, 실제 홍조식물 배양실험에 도움을 줬다"고 증언했다.

대학원생 증언에 따르면 조 씨는 주말에 불규칙적으로 연구실에 왔고, 올 때마다 3~4시간 머물다 갔으며 일본학회를 앞두고는 홍조식물 배양에 필요한 바닷물을 갈아주고 대체를 옮겨주는 작업을 도왔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공주대 지도교수인 김모 교수의 다이어리를 보면 조 씨의 활동은 기록돼 있지 않은데 정말 조 씨가 배양을 도와준 적 있었냐"고 재차 질문했으나, 대학원생은 "그런 적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거듭 "조 씨는 여성 연구원을 보지 못했다며 기억조차 못 하는데 물갈이 작업을 해준 적이 있다는 것이냐"라고 물었으나, 대학원생의 증언은 바뀌지 않았다.

의미 있는 증언이 나오지 않자 검찰은 "(배양 과정에) 아무런 기여가 없는 상태에서 초록에 조 씨의 이름을 넣으려면 뭐라도 하긴 해야 하니 (지도교수가) 조 씨에게 물갈이를 시킨 것이 맞지 않느냐"고 유리한 증언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학원생이 즉답을 피하자 검찰은 "초록을 쓰기 전까지 조 씨가 관여한 건 없고 초록에 이름을 올린 뒤에 물갈이했다는 것이 맞냐"고 물었고, 대학원생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대학원생은 초록에 정 씨의 이름을 올리는 이유에 대한 지도교수의 설명이 있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이 조 씨가 조력한 작업을 '물갈이'라고 표현한 데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설명하기 어려워서 '물갈이'로 표현했다고 했는데, 이해하기 쉽게 그렇게 표현되는 거지 배양 과정에서 전문적으로 필요한 것을 한 것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대학원생은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대학원생은 "제가 했던 실험의 기초가 되는 것이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조 씨가 나와서 일한 것은 어느 정도 기여가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라며 학회 발표 당시 조 씨의 역할에 대해 "(학회) 참가자들에게 영어로 설명하다가 막히면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검찰의 공소 내용이 얼마나 억지와 거짓으로 점철된 것인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재경지법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 측이 논리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변론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논문초록 제3저자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남은 재판에서 검찰 측이 이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입증하거나, 변호인 측이 그 부분을 논리적으로 깰 수 있어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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