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401억여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정태수 회장이 관련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도 정 씨는 아들로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며 "피해회사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인다. 국외 도피 중에도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소가 제기되고 구속을 우려해 범인도피죄를 저지르도록 교사했고, 공문서 위조도 공모했다"며 "나아가 도피 중 재산국외도피와 횡령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정 씨는 오랜기간 국외로 도피해 가족이나 지인을 쉽게 만날 수 없게 됐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정 씨가 자초한 것으로 스스로 야기한 것을 법원이 유리한 정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재산국외도피와 횡령 금액의 총합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등 매우 많은 액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징역 12년에 추징금 401억여 원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소위 한보사태로 우리나라가 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던 상황에서 주식 600만주가 금융권,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되거나 압류당하자 정 씨와 대표이사 등이 공모해 한보그룹 채권자를 해할 의도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횡령·도피한 금액이 미화 3257만 달러, 한화로 329억 원 상당이고,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스위스 비밀계좌까지 동원해 지분 20%를 매각해 차액 6070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며 "그 후 철저한 자금세탁을 거쳐 2100만 달러의 처분권을 확보해 2차 범행 여건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최후진술에서 "도피 생활 속에서 제가 저지른 어리석은 잘못을 끝없이 반성했고, 지금도 하루하루 참회의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죗값을 치르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면서 가족과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329억 원을 횡령해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와 국세 253억 원을 체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해당 혐의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해외로 도주했다. 정씨는 해외 도피 중이던 부친 정 전 회장의 건강이 나빠지자 에콰도르에 함께 살며 병간호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1일 현지에서 숨졌고 정 씨는 지난해 6월 파나마 이민청에 의해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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