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금리 vs 보유세 부담…서울 집값 어디로

김이현 / 2020-03-19 13:53:45
"급매물 제한적으로 나오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 하락세 유지"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급증…"세부담으로 집 팔진 않을 것"
저금리·코로나19 겹쳐 불확실성 가중…정부 규제도 한몫
▲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부동산 밀집 상가. [정병혁 기자]

"그동안 숱하게 '세금 폭탄'이란 얘길 들었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세금 무서워서 집을 내놓을 리 없습니다."

'아리팍'으로 불리는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9억 원에서 올해 25억 원으로 올랐다. 공시가격이 35.1% 상승하자 보유세는 1123만 원에서 1652만5000원으로 530만 원가량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A 씨는 "수십억 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유세 부담이 수백만 원 늘었다고 집을 판다는 게 납득이 가느냐"고 반문했다. 아리팍(전용 84㎡)의 지난해 12월 실거래가는 31억 원이었다.

'래대팰'(래미안대치팰리스)도 마찬가지다.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B 씨는 "보유세 부담은 예견돼 있던 것이라 큰 의미가 없다"면서 "최근 강남구 전체 집값이 1억 원 정도 떨어졌지만, 결국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래대팰(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지난해 11월 29억 원이었다. 보유세는 695만 원에서 올해 1017만 원으로 320만 원가량 오른다.

정부가 9억 원 이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대폭 끌어올렸다. 고가·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높여 매물을 내놓도록 압박하고,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고가·주택자들은 세금부담으로 주택 처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매물이 일부 나오긴 하겠지만, 보유세가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 그래픽=김상선

금리 인하·코로나19 변수…불확실성에 관망 지속

변수는 저금리와 코로나19다. 유례없는 '제로 금리'(0%대 금리)와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경제 전반이 악화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큰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당분간은 관망세 속에서 '절세 매물'이 늘지 않고,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 부담은 예전에 나온 이벤트인데, 이미 시장에서 다 반영하기 때문에 한 번 충격으로 끝난다"면서 "내년에 5배 올라가고, 후년에 10배 올라간다면 영향을 주겠지만, 지금 보유세 인상은 예상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물이 나오긴 하겠지만, 세부담이 아닌 코로나19 영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 영향도 크게 없을 것"이라면서 "거시경제가 좋으면 저금리로 집값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은 작동할 상황이 아니고, 대출이 꽁꽁 묶여있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요자들은 주택시장 활황기보다 위축기에 세부담을 더 민감하게 느끼는데, 보유와 처분을 놓고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면서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시장을 경색시킬 만큼 급매물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폭에 비해서 소득증가율이나 경제성장률의 하락이 예견되면 오히려 자산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면서 "하방 경직성은 금리 인하 때문에 어느 정도 제어되는 효과가 있지만, 20억~30억 원 자산가들에게 보유세 인상분은 큰 부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부담이 낮아졌지만, 현재 경제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투매 수준의 급격한 매물이 나오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실물 경기 위축 우려에 따른 매수심리 감소로 매입 시기를 미루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값이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매수심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양도세 중과 혜택 이용…증여 늘어날 가능성"

반면 보유세 증가가 부담으로 이어져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단은 공시가격 자체가 물가보다 훨씬 올랐고, 서울은 구간별로도 차이가 상당하다"며 "고가 주택은 최대 25% 이상 오른 데다 공정가액비율이 추가로 5% 오르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이 대폭 인상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매물이 나오는 것은 코로나 영향보다는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는 6월 말 이전에 계약하려는 규제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랩장은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달에 비해 10~20% 이상 가격이 하락 거래된 아파트 단지가 나타나고 있는데, 6월 1일 보유세 과세기준일 이전에 추가 매도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파는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제하는 퇴로를 열어줬다. 보유세는 올리는 대신 양도세는 일시적으로 낮춰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을 내놓으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다만 양도세를 피하면서 증여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정부가 6월 말까지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와 세금 인상 등으로 다주택자의 매물을 늘리려고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매도가 아닌 증여의 기회로 본다"면서 "양도세 중과를 피하면서 증여를 할 수 있는 부담부증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전문위원도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6월 말 이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자녀에게 부담부증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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