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취지에 맞게 서민 위해야" vs "사후 법개정은 위헌 소지"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 필요"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오히려 서민을 쫓아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곪아왔던 갈등이 결국 터졌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LH를 상대로 대규모 집단 소송에 나서면서다. '분양전환가 산정기준'이 부당하다며 광화문과 청와대, 국회 앞에서 시위를 이어오던 이들은 '배신감'을 토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산정기준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고, 국회에도 이미 3건의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아직도 변화가 없다는 건 입주민들에게 '집 나가란' 소리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건 '원칙'이다. 입주 계약서 작성 때 명시한 기준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분양전환이 이뤄진 단지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당초 10년 공공임대아파트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택지에 지어진 만큼, 공공성이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집값이 폭등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입주민들은 서로 내세운 '원칙'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전국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산운마을 입주민들은 지난 2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분양전환 가격 통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LH가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아파트 11만여 가구 중 최초 입주자들이다. 분양전환 제도인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LH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2003년 도입된 제도다. 5년 혹은 10년간 입주민(임차인)에게 임시로 주택을 공급하고, 월세를 내면서 살다가 기간이 만료되면 우선분양권을 준다. 전환 시점에 분양가를 내면 내 집이 되는 것이다.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화하고, 취약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다며 당시 호평을 받았다.
집값만큼 분양가도 올라…"고액 대출 불가"
하지만 10년 새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 현행 임대주택법상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분양 전환 시 내는 '분양가'는 산정기준이 없다. 단지 '감정평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만 규정돼 있어, 통상 시세의 80~90% 수준으로 책정된다. 임대기간이 만료된 입주민들은 분양전환을 해야 하는데, 주변 집값의 80%라고 하더라도 이미 폭등해버린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령 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장은 "감정평가액으로 분양가를 책정한다 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이 정도로 폭등하지 않았으면 불만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대로 하면) 5억~6억 원의 대출을 받아야 분양 전환을 받을 수 있다"면서 "입주민 대부분이 저소득층, 노인층이라서 대출한도도 안 나오지만,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대출해도 이자만 한 달에 100만~150만 원씩 나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성남 판교 봇들마을 4단지(32평형)의 시세는 11억~12억 원이다.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인 봇들마을 3단지 감정평가액은 8억8000만 원(80%) 수준이다. 김동령 연합회장은 "모든 신도시(공공택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았는데,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평당 1000만~1400만 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경우 봇들마을 3단지 분양전환가는 최대 4억4800만 원이 된다. 시세의 40%, 감정평가액의 50% 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입주민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아니라면, 5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가 산정방식으로 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10년 공공임대와 다르게 5년 공공임대는 분양전환 시점의 감정평가액이 아니라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을 평균하는 방식이다. 봇들마을 3단지 분양전환가를 5년 임대방식으로 적용하면 5억4500만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시세의 50%, 감정평가액의 62% 정도다.
김동령 연합회장은 "지금의 분양전환가 산정방식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면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100% 이윤을 남기는 LH의 폭리"라고 말했다. LH의 주택분양규정 세부시행세칙에 따르면, 사업수지 및 지역 간 가격균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분양전환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양자 합의계약에 의한 것…법적 개입은 위헌 소지"
LH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공고 때 입주민도 '감정평가로 분양전환가격을 책정한다'는 사항을 알고 있었고, 공고문이나 계약서에도 명시돼 있다"면서 "입주민의 요구를 전체 다 수용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근 시세를 고려해서 분양전환가 조정을 검토할 순 있지만, 관련 법령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감정평가라는 기조 이외에는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뿐 아니라 외부 법률기관과 법제처 등 의견을 검토한 결과 법적으로 개입하는 건 위헌소지가 있다"면서 "다른 단지들은 이미 법체계 하에서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분양 미전환을 조건으로 임대기간을 4년 연장(취약계층 최장 8년)하는 등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라면서 "민간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LH는 장기 분할납부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취지 따라야" vs "이중 특혜 안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세무사)은 "심정적으로는 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시장가 대비 낮은 가격에 분양전환을 해준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선한 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면 특혜 논란 등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지만, 이제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첫 입주 당시 생활여건이 좋지 않은 불편을 감수하고, 간접적이지만 해당 지역의 도시 형성에 기여한 점, 주택 가격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사회 전체적으로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당초 계약사항에 명시된 내용도 고려해야 하지만, 공공임대라는 건 사회적 책임도 있다"면서도 "분양가 상한제는 새로 공급하는 아파트에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소급적용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등 LH와 입주민 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10년 동안 공공임대주택에서 낮은 임대료를 내고 살았다는 건 불이익이 아니라 특혜를 받은 것"이라면서 "누구나 저렴한 돈으로 주택에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지금 입주민들은 오히려 대가를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지금 분양가보다 훨씬 낮아지는데, 로또 아파트가 되면 이중 특혜가 된다"면서 "감정평가액으로 하는 게 원칙과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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