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 청원·정치권 추경 논의…기본소득 공론화 활발
일부 전문가 "기본소득 일괄지급, 분배 효과 없어…방역에 투자해야"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 한시적 재난기본소득 30만 원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와 기본소득당·미래당·시대전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에 처한 국민을 위해 한시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며 "15조 원을 투입해 한시적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지금 가장 효과적인 방역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는 소비쿠폰 발행, 임대료 인하 시 50% 세액공제,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등을 진행 중이고 이를 통해 경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안"이라며 "정부가 발효한 대책은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의 몸을 돌볼 권리로서 한시적 기본소득이 지급되어야 한다"며 "전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모든 국민의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우리 정부, 우리 예산은 양극화 해소를 전혀 못 하고 있다. 무능한 정부"라며 "유일하게 양극화를 해소하는 예산이 기초연금으로 아주 보편적이며 하후상박 구조로 지급된다. 기본소득은 그런 점에서 옳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민생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다루는데 청년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기본소득을 과감하게 주장하고 최대한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기본소득당은 온 국민에게 30만 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며 "30조 추경 중 15조 원을 코로나 기본소득으로 편성한다면 온 국민이 자신과 가족을 돌볼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인철 미래당 비례대표 후보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위한 소득을 지급하고 대구·경북에 있는 이들에게 먼저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방역 체계는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생계 위기 극복 대책도 호평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석빈 시대전환 정책위원장은 "지금 많은 정치 세력이 여러 형태의 기본소득 지급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며 "각 정당 대표들이 조속한 시일 내 모여 합의해 이를 정부에 제안하고, 정부는 추경을 비롯해 긴급 재난 기본소득을 집행하기 위한 실행력을 강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는 "기본소득이 당장 실시되고 있진 않지만, 시범 실시를 통해 빈곤을 완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가 검증됐다"면서 "이런 재난 상황에서 효과가 검증된 기본소득을 실시해서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계기로 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기본소득안에 공감…일부 전문가, 일괄 지급에 부정적
재난 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을 맞아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위해 정부가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재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졌다.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민생·경제 종합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며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재웅 쏘카 대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 기본소득 50만 원을 지급하자'는 청원을 올리면서 논의를 공론화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준비 중인 코로나19 추경에 재난 기본소득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시에 준하는 경제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 기업인이 제안한 '재난 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3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장도 "국민당 평균 50만 원 이내의 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해 전시에 준하는 재난 시기의 기본소득을 실현해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기본소득 지급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본소득이 소득 재분배의 효과도 없을뿐더러 소득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우리가 세금을 내서 받는 건데 분배 효과도 없다"며 "모든 사람에게 30만 원을 주면 재정도 엄청나게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역에 필요한 재원이 엄청날 텐데 거기에 더 많이 투자하던가 아니면 일반적인 경기부양책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면서 "이전 지출(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아무런 대가 없이 지급하는 소득의 이전)을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이라면 아예 안 쓰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없는 경우를 대비해 나온 것"이라며 "지금은 기본소득을 편성해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빨리 끝나야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소비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방역, 보건, 의료 등에 재정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긴급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재정을 고려해 봤을 때 기본소득 편성으로 인해 재원 자체가 치명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런 형태의 재정 지출이 초래할 왜곡, 전체적인 소득 재배분 구조의 왜곡 등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소득 지원을 하는 것 자체가 중장기적으로 저소득층의 노동 의욕을 왜곡할 가능성보다는 지금 상황이 원체 재난 수준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게 맞다"며 "실제로 한계 계층은 생존 위기에 몰렸다"고 했다.
다만 전 국민에게 3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데 대해서는 "매우 잘못됐다. 소득 재배분 구조를 왜곡시키는 잘못된 접근"이라며 "정부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아무 정보가 없고 소득 데이터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통계청이 가지고 있는 소득분포 데이터는 꽤 정밀하다"며 "소득 구간 10분위 정도로 생각한다면 최소한 지금 긴급지원은 최하위에 집중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민생·경제 종합대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지금 당장 저소득층의 생존 위기뿐 아니라 전체 소비 구조가 올스톱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이런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아주 적극적인 정책을 펴보겠다는 시그널 자체가 의미가 있다. 자동차 구매 의사가 있던 구매자들은 이런 식의 정책이 인센티브가 될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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