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규제로 새벽배송 뒤처져…정부는 뒷짐
복합쇼핑몰 건설은 연일 난항, 국정감사서 질타 "온라인에 밀렸다."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 공룡들의 지난해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쏟아진 분석이다. 원인이 분명한데 늑장 대응으로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도 억울한 면이 있다. 그동안 정부 규제와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427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저치다. 매출은 2001년 5조6817억 원에서 2020년 17조6328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었지만, 실제 수익은 18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롯데쇼핑은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현재 운영 중인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곧바로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는 지난 17일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안 중단을 요구했다. 노조는 "재벌 그룹이 경영 악화의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와 협력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며 "200여 개 사업장 수만 명의 노동자를 생존 벼랑으로 내모는 구조조정안을 반드시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홈플러스도 새롭게 선보인 안양 풀필먼트센터로 타 지점 직원을 발령시켰다가 노조를 탄압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풀필먼트센터는 홈플러스의 기존 대형마트 공간을 활용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온라인 몰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등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홈플러스는 풀필먼트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굴지의 유통 대기업들이 새벽배송 시장에서 쿠팡, 마켓컬리 등 신생 업체에 뒤처지며 전반적인 주도권을 내준 것은 정부 규제 영향도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SSM에서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시간 동안 온라인 배송을 위한 점포 내 업무 또한 금지된다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및 트레이더스 점포 158개, 이마트에브리데이 점포 236곳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구축해 새벽배송에 나서고 있다. 네오 1곳을 구축하는 데는 약 1500억 원이 소요된다.
또한, 복합쇼핑몰 등 새로운 형태로 트렌드에 발맞춰 가려는 시도는 출점 규제에 발이 묶여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롯데의 서울 상암 디지털미티어시티(DMC) 복합쇼핑몰 건립 사업은 8년째 표류 중이다. 서울시가 전통시장과의 상생 합의를 요구하며 개발계획안 심의를 보류한 탓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상생 합의는 도시계획승인의 필수요건이 아니라며 서울시가 심의 절차를 부당하게 지연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인회가 감사원을 규탄하고 나서면서 롯데의 상암 복합쇼핑몰 사업은 다시 미궁 속에 빠졌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마트가 편의점, 복합쇼핑몰, 노브랜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전통시장, 골목상권에 대한 불공정 행위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9월 '대규모점포 규제효과와 정책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점포 규제는 과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규제"라며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대규모점포 규제가 시행된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대규모점포 규제가 정착된 2014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대규모점포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는커녕 복합쇼핑몰 등에도 월 2회 의무휴업을 실시하는 방안이 발의돼 있다.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온라인 쇼핑몰들과 동등한 규제 하에서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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