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저가 요금제' 나올까…정부 압박에 통신업계 "아직"

이민재 / 2020-02-07 11:04:20
과기부 "5G 대중화 위해 중저가 요금제 필요…4만 원 이하"
"여전히 투자 단계, 수익 나려면 멀었는데"…이통 3사 난색

정부가 5G 중저가 요금제를 이동통신업계에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통신업계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아직 전국망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는 등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요금 인하는 무리라는 것이다. 급하게 요금을 내리면 이통사가 5G 관련 투자비와 지원을 줄이게 돼 결과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기부 "5G 대중화 위해 중저가 요금제 필요…4만 원 이하로 생각"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신년간담회를 열고 "5G 대중화를 위해 네트워크 품질 제고와 함께 다양한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날 "알뜰폰이 조기에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유도하고 이동통신사가 청소년, 실버 요금제 등 5G 맞춤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협의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5G 요금제 인하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최 장관은 작년 11 29일에도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5G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저가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저가 요금제는 4만 원 이하로 생각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3사 CEO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파크센터에서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최 장관, 박정호 SKT 사장. [뉴시스]


이통사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박정호 SKT 사장은 "아직은 5G 가입자가 부족하고 망 구축에 많은 돈이 들어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는) 시기상조다"라고 우려했다.

"여전히 투자 단계, 수익 나려면 멀었는데"이통 3사 난색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이뤄진 공개 요구에 통신업계는 난색을 보였다. 올해도 망 구축 등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중저가 요금제를 시행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5G 도입으로 인해 작년 설비 투자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KT의 작년 설비 투자(케펙스집행액은 5G 기지국 등 네트워크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65% 증가한 32568억 원을 기록했다.

▲ 이필재 KT 마케팅부문 부사장이 지난해 4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KT사옥에서 열린 KT, 5G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T는 국내 데이터 완전 무제한, 해외 톡 무제한 요금제인 베이직, 스페셜, 프리미엄 등 'KT 5G 슈퍼플랜 3종'과 함께 '5G 슬림' 요금제 등 4종의 요금제를 공개했다.[정병혁 기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TE에 투자하던 재작년에는 15000억 원 정도 케펙스에 투자했다" "작년에는 25000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의 투자를 했는데 5G 도입 등으로 1조 원 이상이 추가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1년 영업이익이 7000~8000억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25000억 원은 어마어마한 수준의 투자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5G는 전국망이 아니며, 품질에 대한 지적도 있어서 올해 역시 망 구축과 인빌딩 장비 도입 등에 신경 써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해 5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LG유플러스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이 5G체험을 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싸면 무조건 좋아?…소비자 혜택 줄고 대중화 늦어질 수도

정부의 5G 중저가 요금제 요구가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무리한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이 투자를 악화 시켜 전국망 구축이 늦어지면 되레 5G 대중화가 늦어질 수 있고, 각종 지원이 줄어들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중저가 요금제를 시행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마케팅비, 투자비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비를 줄인다는 건 5G 전국망 구축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며, 마케팅비를 줄인다는 것은 공시지원금 및 비싼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이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자하고 있는 단계에서 요금을 낮추면, 예상 회수 금액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다른 무언가를 줄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박정호 SKT 사장이 '시기상조'라고 말했던 부분에 대해 3사의 의견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라고 덧붙였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해 4월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로비에서 열린 '5GX 서비스 론칭쇼'에서 5GX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정병혁 기자]


중저가 5G 가격 인하, 언제 이루어질까?

통신 3사는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SKT 측은 "통신업 특성상 초기비용 많이 들어간다. 조금씩 만회해가는 식이다"라며 "(5G 요금 인하에 대해)구체적으로 말하기 이르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측 역시 중저가 요금제를 언제 시행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KT 측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중저가 요금제와 수익적인 부분을 위한 프리미엄 요금제 모두 필요한 것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5G 요금제에 대해서는 게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5G 중저가 단말기가 다양해지면 통신사가 5G 중저가 요금제를 냈을 때 시너지 효과도 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5G를 지원하는 중저가 단말기가 많이 나와 있지 않아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아도 고객이 체감하긴 어려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알뜰폰의 경우 중저가 5G 요금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번 달 LG헬로비전과 KT엠모바일은 각각 3만 원대, 4만 원대 5G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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