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85%가 양육비를 안 준다니 이게 말이 되나"

김형환 / 2020-02-05 16:11:53
[이슈인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
"해외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양육비 국가대지급제' 궁극적 해결방안
"제도적 장치 마련해 개인 고통 줄여야"

우리나라에서 (이혼 후 자녀양육 부모에 대한) 양육비 미지급은 개인 간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각은 점점 변하고 있다.

최근 '배드파더스' 사이트 구본창(57) 대표 등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상 명예훼손' 혐의로 넘겨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 대표 등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신상(이름+사진)을 제보 받아 운영 중인 사이트에 공개한 혐의로 당사자 5명으로 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를 계기로 양육비 문제는 논쟁적 이슈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 4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왼쪽)가 UPI뉴스 김형환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동훈 인턴기자]


'배드파더스' 관계자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오자 방청석에 있던 미지급 피해자들은 눈물을 터트렸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과 기쁨을 나눴다. 국가가 처음으로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그 기쁨 속에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가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2018년 9월 발족한 시민단체다. 이 단체에는 양육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양육자들과 아동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영 대표를 만나 양육비 문제의 현주소를 들어보았다.

—양육비 문제 개선을 위해 앞장서게 된 이유는

"나도 양육비를 받지 못한 사람 중 하나다. 아이가 이미 성년이 됐기 때문에 양육비 문제에 현재는 해당 사항은 없다. 하지만 지난 몇년 간 기관(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한 절차를 밟으며 현행법과 제도가 실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돼서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개설되고 이런 활동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현실을 알려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양육비도 못 받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은 생계와 육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해서 시간이 없다. 아이를 계속 돌봐야 하는 입장이 아닌 내가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도움은 안 됐나

"처음에는 굉장히 희망을 가졌다. 개인 대 개인으로 (고생)하지 않고 국가에서 이행을 확보해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출범한 해(2015년) 제 (양육비) 채권을 (관리원에) 이관시켜서 절차 쭉 밟았는데 안 되더라.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법은 있지만 불이행시 강제로 (양육비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담당자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이행이 안 된다. 두 번째로는 이행원이 서울에만 있다. (양육비) 미지급문제를 안고 있는 분들은 전국에 있으니 서울에서 전부 커버할 수가 없다. 세 번째는 인력 문제다. 처음에는 57명이었는데(한국건강가정진흥원 확인 결과 현재 직원 정원은 71명) 100만으로 추산되는 전국 피해아동 전체를 관리할 수가 없다. 네 번째는 예산도 부족하다. 추심 절차에 따라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압류를 하려면 집행관이 현장에 가고 해야 하는데 전부 비용 들지 않나. 이런 여러 부분에서 제한이 있으니 담당자분들이 업무 보기 힘들고 결국 전시행정같이 돼 버린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양육비 국가 대지급제'는 사실상 국정과제에서 제외됐다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지급제 도입하겠다고 공약하셨을 때 사전에 얼마나 연구가 된 것인지, 구체적 계획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경험상 국가 대지급 만큼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아이들에게 양육비가 확보되는 제도가 없다. 궁극적이고 완전한 제도다. 물론 처음 도입할 때는 국가 예산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도 충분히 가능하고, 결국 의지의 문제 같다. 일단 예산으로 먼저 지급하더라도 지급의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서 회수가 가능하다. 대지급제는 저희의 가장 궁극적 목표다."

—해외에서는 양육비 지급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

"우선 1차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해야 국가에서도 예산낭비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고의적 회피가 맞지만, 지급의무자가 정말 양육비를 지급할 수 없는 여건인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대지급제로 먼저 가정에 지급해주고, 만약 극빈자일 경우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해 직장 연계도 시켜준다. 그러면 당연히 다 구제가 된다. 해외에서 장치를 잘 마련해 둔 국가들의 관점은 '아동 인권'이다. 비록 부모가 이혼했다 하더라도 이혼 전과 이혼 후 아이들의 삶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국가 아닌가. 그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뤘으면 문화적 측면, 사회규범적 측면에서도 균형 이뤄 성장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된 것 같다."

—양육비 문제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양육비 문제는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문제다. 이혼 가정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구성원이 된다. 이런 부분을 소홀히 했다간 10~20년 뒤엔 문제가 크게 불거질 거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은 아이들과 관계도 단절한다. 아이에게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 입장에서는 큰 상처가 된다. 잘못이 하나도 없는 아이들이 고통받으면서 성장기를 보낸다. 세상으로 나가기도 전에 부모에게 자신의 가치를 부정당하면,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잃어버리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상담 치료를 받는다. 한 아이는 아빠한테 그런 전화를 받고 자해를 했다. 양육자는 생활비용 이외에도 치료비 등 특수비용까지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양육비를 못 받는데 추가적으로 나갈 비용은 많으니 아이를 병원에 못 보내고, 학원에 못 보내고 이런 상황이 온다.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차등적 조건으로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한 부모 가정의 이런 문제는 책임을 다해 양육비만 지급하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는 아직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다루지 않고 민사 문제로만 다루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아동학대로 간주하기 때문에 강력히 규제한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양육비 받는 게 15.2%밖에 안 되니까, 85%가 학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양육자분들이 아동학대로 몇 차례 고소했는데 검찰에서 다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이 났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국가 공적 사안이다. 양육비 문제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영국, 캐나다, 독일 같은 곳들은 바보인가. 이번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그분들도 양육비 미지급, 면접교섭 불이행을 아동학대라고 보고 있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사회 인식도 바뀐다. 음주운전이 (잠재적) 살해행위라는 것 다 알고 있었고, 암암리에 촌지라는 게 만연해 있는 사실도 다 알았는데 변화가 없다가 윤창호법, 김영란법 생기니까 바로 바뀌지 않았나. 그런 계기가 필요하다."

—양육비 지급과 더불어 면접교섭권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면접교섭권을 비양육자의 권리로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 인권 측면에서 아이가 당연히 같이 살고 있지 않은 한쪽 부모와 교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어른들의 시각으로만 보고 있다. 어른들이 이 면접교섭권 가져갈 거야, 내가 양육비 가져갈 거야 이렇게 다투는데 정말 잘못된 거다. 양육비도 아이 거고 면접교섭권도 아이가 정서적으로 사랑받으면서 갈 수 있도록 하는 도구다. 면접교섭에서 이런 경우도 있다. 양육비 지급 않는다고 해서 양육자가 비양육자와 아이와의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거다. 양육비도 안 주면서 무슨 면접교섭이야, 안 주니까 안 보여줄 거야, 이런 것도 정말 잘못된 거다. 이것도 학대다. 아이는 부모와 교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 3일 오후, 동대문경찰서에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왼쪽)와 피해자 A 씨가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이영 제공]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라는 이야기를 하며 이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와중에 이 대표의 휴대폰은 끊임없이 울렸다. 최근 청량리에서 있었던 '배드파더'의 폭행사건 때문이었다.

지난달 17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이곳 상인이자 양육비 미지급자인 박모(37) 씨가 위자료와 양육비 지급 이행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던 전 부인과 취재차 동행한 기자 2명을 폭행한 것이다.

—최근 불미스러운 폭행 사건이 있었고, 고소도 했는데

지난 3일 오후에 피해자와 함께 고소장을 제출했다. 상해와 아동학대 두 가지 건이다. 상해는 공동상해로 기자 두 분과 양육자 한 분을 병합해 고소장 넣었고, 나머지는 그 사람을 아동학대로 고소한 거다.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된,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아동학대 부분을 명시했다. 전 남편이 아이를 면접교섭 하다가 애인과 데이트하러 가버리고 아이는 (전남편이) 장사하는 시장에 방치했다. 아이를 사과 상자에 넣어 두고 유모차를 발로 차서 애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배드파더스의 출범 계기는

"가정 안의 문제, 개인 간에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이 문제를 방치해 와서 그간 계속 곪아 왔다. 2015년 이행원이 생기고 양육자들도 '국가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법의 문제인데 잘 해결되지 않는구나' 하고 알게 됐다. 현행법으로도, 기관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자 다른 방향의 움직임이 생겨난 셈이다."

—'배드파더스'가 무죄판결이 났다.

"그동안 논란도 많았고 현행법 상 사실적시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게 맞아서 노력을 많이 했다. 국민정서도 영향 있을 것 같아서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준비 많이 했고, 각종 아동단체들에서 성명도 내 주셨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분들이 대부분 젊었다. 젊은 세대들은 아이에 대해 잘 모르고 인터넷 상의 명예도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걱정했다. 그런데 전원 무죄라고 해서 감사했다. 판사님도 공정하게 진행을 하셨다. 배심원 중 한 분은 나중에 연락이 왔는데, 재판 끝나고 3일을 우셨다며 후원을 하고 싶다고 하시기도 했다. 사실 이 재판은 양육비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첫 관문이었다. 이 재판에서부터 막혀버리면 다른 수단으로 넘어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추후 활동계획은

"무조건 제도가 마련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입법활동을 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10개 안이 발의돼 있고 그 법안들이 시행되면 이행률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법안들이 시행된다고) 전부 다 구제되진 않겠지만 차차 바꿔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번 국회 내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다가오는) 총선이 끝나고 나서 빠르게 (다시) 발의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 분들 간담회나 이런 심포지엄 같은 것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법안만 통과돼서 시행만 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배드파더스 사이트 신상공개 사이트는 논란이 될 필요가 없다."

KPI뉴스 / 김형환·양동훈 인턴 기자 hwan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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