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는 스타트업에 '관심'…ICT 기술 투자해 사업과 연계
"건설경기 저성장 돌입…재무여력 넘어선 지나친 사업 다각화 경계"
주택건설 경기가 악화하자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 신사업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건설사업만으로는 수익이나 성장에 한계가 있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이에 건설사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보폭을 넓히거나, 신사업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국내 건설경기는 2018년 하반기부터 불황기에 진입해 올해 초중반까지 침체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2017년 160조5000억 원이었던 국내 건설수주액은 2018년 154조5000억 원, 지난해 148조9000억 원, 올해는 140조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 증가율도 둔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기준 건설업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건설공사 매출액은 394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2조2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9년(-11.1%) 이후 최저치다.
이처럼 주택건설 경기 침체와 국내외 수주환경 악화로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건설사들은 생존전략으로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사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건설업을 벗어나 모빌리티 그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항공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체성을 '건설 기업'에서 거대 '교통·물류·유통기업'으로 변경한 것이다.
권순호 HDC현산 대표는 "2020년 이후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지금보다 더 복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그룹에 있어서 다시 오지 않을 터닝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HDC그룹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와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를 통해 그룹 전반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다짐이다.
GS건설은 포항 영일만 규제자유특구 부지에서 2차전지 재활용 관련 사업을 펼친다. 2차전지는 전기를 화학적 에너지로 바꿔 저장하는 장치다. 3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해 2차전지에서 연간 4500톤의 니켈, 코발트, 리듐, 망간 등의 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리사이클 제조공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어 2차 투자로 연간 1만여 톤 규모로 사업을 확대, 전후방 산업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SK건설은 미국 주요 연료전지 제작업체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단순 생산을 넘어 기술 개발까지 진행해 새로운 사업 모델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경북 구미 공장에 생산설비를 설치 중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연료전지를 생산할 전망이다. 생산규모는 연산 50메가와트(MW)로 시작해, 향후 400MW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건설사 뿐 아니라 중견건설사들도 미래를 위한 먹거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고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형건설사와는 달리 중견사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미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견건설사는 자금여력에 한계가 있어 건설과 관련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건설‧부동산과 관련 스타트업 분야에 진출하는 중견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자본금 50억 원을 출자해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기업)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했다. 또 스마트팜 플랫폼 '쎄슬프라이머스', 인공지능(AI) 기반 건축설계 솔루션 '텐일레븐', 안면인식 보안 솔루션 '씨브이티' 등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들 모두 호반건설의 라이프플랫폼 사업과 연계 가능한 기술력을 지닌 초기 스타트업이다. 기술을 통해 공간을 개선하고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우미건설은 '부동산+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적극 발굴 중이다. 공유주택 스타트업 '미스터홈즈', 부동산 기반 P2P(개인 간 거래) 금융 플랫폼 테라펀딩을 운영하는 '테라핀테크', 공유주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스트키친'에 투자했다. 공유경제 분야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아울러 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 등 부동산 첨단기술(Proptech)기반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우리나라는 성장 단계를 지나 안정 단계로 접어들어 있어 국토개발, SOC 사업이 많지 않다"면서 "건설사들도 성장가능성이 있는 신사업 진출이나 해외 사업을 진행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견건설사들은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구축해서 전문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이제 과거와 같은 호황은 없다"면서 "저성장기에 살아남으려면 사업다각화가 필수적이지만, 재무여력을 지나치게 넘어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