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은 '계획이 다 있구나'…이선호 승계작업 '정중동'

남경식 / 2020-01-13 17:50:14
대마 논란 속 승계 작업 계속
이재현 회장 조카, CJ 지주사 지분 포기…다른 승계 가능성 차단
국민연금, CJ 지분 추가 획득…주주총회서 주주권 적극 행사하나
CJ그룹이 대마 밀반입 혐의로 논란이 불거진 이재현 회장의 장남 선호 씨에 대한 승계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 씨는 최근 그룹 내 벤처캐피털(VC) 회사 대주주로 올라섰다. 선호 씨의 사촌들이 최근 CJ그룹 지주사 지분을 포기하면서 오너 일가 다른 3세로의 승계 가능성도 차단됐다.

▲ 해외에서 변종대마를 흡연하고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CJ그룹 계열사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지난달 30일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로부터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주식 102만 주를 75억7900만 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재환 대표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이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선호 씨가 지분 51%를 갖고 있어 경영 승계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선호 씨 외에도 이 회장의 장녀 경후 씨가 지분 24%, 경후 씨의 남편 CJ 정종환 부사장이 15%, 이재환 대표의 장녀 소혜 씨와 장남 호준 씨가 각각 5%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 오너 3세들이 지분 전체를 갖고 있는 가족 회사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번 거래를 통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선호 씨가 벤처캐피털(VC) 회사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가 된 셈이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문화콘텐츠를 시작으로 ICT융합펀드, 바이오헬스케어펀드 등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CJ ENM과 함께 결성한 콘텐츠 커머스 융합펀드 규모를 기존 203억 원에서 379억 원으로 늘리는 등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추세다. CJ대한통운 100억 원, CJ CGV 30억 원, CJ올리브네트웍스 45억 원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추가 출자에 참여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을 경우 씨앤아이레저산업의 기업 가치 역시 상승해 승계 작업의 지렛대 효과 또한 커질 수 있다. CJ그룹은 이같은 인식 때문인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지난 2014년 기존 CJ창업투자주식회사에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018년 8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선호 씨는 지난달 27일 CJ그룹 지주사 지분을 처음 보유하게 됐다. CJ그룹이 CJ올리브네트웍스 IT 부문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뤄진 지분 교환이 마무리되면서다. 이같은 계획이 지난해 4월 이사회에서 의결됐을 당시 선호 씨에 대한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호 씨의 사촌이자 이재현 회장의 조카인 소혜 씨와 호준 씨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같은 방식으로 CJ그룹 지주사 지분을 갖게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아버지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와 함께 지분 교환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지주사 지분 대신 현금을 획득했다. 이재환 대표는 804억 원, 소혜 씨와 호준 씨는 각각 118억 원가량을 얻었다.

범삼성가인 CJ그룹은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대표 역시 지주사 지분을 일절 가지고 있지 않다. 2011년 CJ제일제당 상무직을 그만둔 뒤 그룹 경영에서도 사실상 물러난 상태다.

2020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오너 일가 중 이재현 회장의 사위인 CJ 정종환 부사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도 장자 승계 원칙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사장은 지난 2017년 3월 아내인 CJ ENM 이경후 상무와 같이 상무대우로 승진했으나, 부사장으로 먼저 승진했다. CJ제일제당 이선호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상무가 승진할 경우 경영 승계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올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최근 주주권 행사 강화를 예고한 국민연금이 CJ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횡령,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CJ 지주사 주식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7.48%에서 8.48%로 끌어올렸다. 국민연금은 CJ 지주사 주식을 이재현 회장 다음으로 많이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또 국민연금은 지난달 CJ제일제당 주식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이 12.32%에서 12.56%로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CJ ENM 지분도 6.01% 보유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선호 씨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대주주로 올라선 것에 대해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로부터 지분을 취득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재환 대표 일가의 CJ 지주사 지분 포기에 대해서도 "각 개인이 주식매수청구권을 선택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선호 씨는 지난 7일 열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어리석은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인생의 큰 교훈 삼아 앞으로 더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살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5일 열릴 예정이다.

CJ 계열사의 관계자는 "판결여부를 떠나 국민여론과 CJ임직원들의 시선등을 고려해 당분간 이선호씨는 경영전반에서 손을 떼는 모양새를 취할 것은 확실하다"며 "그러면서 차분히 뒤에서 이미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승계 작업이 차근차근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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