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發 '발포주' 재조명…오비맥주 '필굿' 할인 연장 진짜 이유?

남경식 / 2020-01-06 18:13:28
지난해 7월 말 시작한 할인 행사, 여전히 진행 중
500㎖ 가격이 355㎖보다 저렴…이례적 가격 유지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필굿 출시 후 판매 속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면서 영화속 발포주가 재조명받는 가운데, 오비맥주의 발포주 시장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포주는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기택(송강호) 가족의 경제적 여건을 보여주는 소재로 등장한다. 기택의 가족은 영화 초반부 발포주를 마시다가 아들 기우(최우식)가 부잣집 과외교사가 되자 수입맥주를 마신다. 가족 전원이 부잣집에 취직한 뒤에는 대저택에 모여 코냑과 위스키를 마신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발포주는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였다.

오비맥주는 발포주 '필굿'의 할인 기간을 대폭 연장했다. 독보적 1위 발포주인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를 견제하기 위한 가격 정책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7월 말 시작한 발포주 필굿의 출고가 할인 행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필굿 할인은 이번 여름 6~7월까지 연장됐다"고 밝혔다.

일부 편의점은 필굿 500㎖ 캔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기존 1600원에서 1200원으로 할인 판매한다는 문구를 부착했다. 대형 창고형 매장에서는 필굿 500㎖ 24캔 묶음이 약 1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355㎖ 12캔 묶음은 9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 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된 발포주 필굿과 필라이트. [남경식 기자]

오비맥주는 지난해 7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대표 브랜드인 맥주 '카스'와 함께 발포주 '필굿'을 특별할인 판매했다. 일본 맥주 불매 운동과 하이트진로 맥주 '테라'의 돌풍 때문에 카스의 할인 판매에 이목이 쏠린 바 있다.

할인 폭은 필굿이 훨씬 컸다. 필굿은 355㎖ 캔은 716.94원에서 10.3% 내린 643.30원, 500㎖ 캔은 977.28원에서 40.9% 내린 577.26원으로 출고가를 조정했다. 카스는 생맥주를 제외하면 할인 폭이 4~5%대였다.

500㎖ 제품의 가격이 355㎖ 제품보다 저렴해진 점도 이례적이었다. 12캔이나 24캔 묶음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며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받은 355㎖ 캔과 달리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500㎖ 캔은 재고가 많아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필굿은 특별할인을 통해 편의점에서 500㎖ 캔 가격이 1600원에서 1200원으로 떨어졌다. 경쟁 제품인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는 1600원의 가격을 유지했다.

그러나 가격 할인에도 필라이트의 독주 체제를 깨지 못하면서 오비맥주는 필굿의 할인 기간을 계속 연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라이트는 지난해 10월 초 누적 판매 7억 캔을 돌파했다. 당시 하이트진로 측은 "2월 5억 캔 판매 돌파 기록에 이어 7개월 만에 2억 캔을 더 판매했다"며 "5억 캔 판매 달성 시점보다 1억 캔 판매 달성 기간이 약 13일 이상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이후 판매 속도가 소폭 상승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2월은 오비맥주가 필굿을 출시한 시점이다. 경쟁 제품이 새로 나왔음에도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판매량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 서울 한 대형마트에 놓인 필굿 특가 패키지. [남경식 기자]

필굿은 출시 때부터 필라이트 '베끼기' 논란이 일었다. 필굿은 필라이트처럼 제품명에 '필'을 강조하면서 동일한 스펠링(FiL)을 사용했다. 영어 소문자와 대문자도 같았고, 글씨체마저 비슷했다. 또한 필라이트가 코끼리 캐릭터를 제품 패키지 전면에 사용한 것처럼 필굿은 역시 동물 캐릭터인 고래를 제품 패키지에 등장시켰다. '12캔 1만 원'이라는 프로모션 전략도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부터 주세법이 개정된 것도 필굿의 할인 연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맥주에 대한 과세 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며 저가 수입 맥주의 가격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맥주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받은 발포주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돋보일 여지가 생긴 셈이다. 발포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로 주세법상 '기타 주류'로 분류된다. 발포주는 세금이 주세 30%, 교육세 10%로 맥주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지난해까지 맥주는 세금으로 주세 72%와 교육세 30%가 책정됐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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