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소 후 참고인 진술조서 증언 안 돼"…정경심 재판 영향 미칠까

주영민 / 2019-12-23 09:36:13
검찰이 피고인을 재판에 넘긴 후 참고인을 불러 피고인에 불리한 진술을 받았다면 그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공판에서 재판부가 이 대법원 판결을 언급한 적이 있어 향후 재판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 서초동 대법원 [장한별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중·고교 후배인 이 씨는 지난 2007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양재동 화물터미널 복합개발사업 시행사 대표에게 최 전 위원장을 통해 인허가에 도움을 주겠다며 청탁비용 명목으로 5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가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돈을 준 시행사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냈다.

이후 검찰은 항소심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 시행사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그의 진술 내용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진술은 이 씨에게 불리한 내용이었으며 검찰은 시행사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 법정에 선 그는 검찰 진술조서와 똑같이 증언했다.

피고인이 기소되고 1심에서 무죄 판결까지 받은 상황에서 검찰이 갑자기 참고인을 불러 조사해 받은 진술조서와 그 이후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부각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려면 적법 절차에 따라 확보되는 자격(증거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하기 어렵지만 법정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4억원에 대해서만 이 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시행사 대표의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법정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후 참고인을 소환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판절차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면 피고인과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검사가 수사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된다"며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심리주의에 반하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했다.

이어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형사절차의 모든 권한이 법원에 속하게 되며, 수사 대상이던 피의자는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인 피고인의 지위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고인이 나중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고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된다고 하더라도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시행사 대표의 법정 증언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시행사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하기 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진술조서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영향을 받아 공소사실에 맞추기 위해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정 교수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은 대법원 판결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공소제기 후 피의자신문과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다면 정 교수 측이 다툴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며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을 듣고싶다"고 했다.

정 교수 사건은 검찰이 피의자인 정 교수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를 해 논란이 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검찰이 정 교수 기소 이후 확보한 진술 증거는 정 교수 재판에 증거로 제출해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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