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수사권조정안 앞두고 검·경 사사건건 마찰

주영민 / 2019-12-13 11:08:14
화성 8차 사건·특감반원 휴대전화·울산 고래고기 등
'밥그릇 챙기기' '자존심 싸움' 곱지 않은 시선 쏠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수사',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휴대전화 쟁탈전', '울산 고래고기 사건' 등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임박하면서 검찰과 경찰이 국회를 상대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자 로비를 벌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검찰과 경찰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 검찰이 최근 사망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경찰의 두번째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그런 가운데 9일 경찰은 "검찰이 특감반원의 휴대전화 내용을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래픽=김상선]

먼저 검찰이 최근 화성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로 하면서 경찰의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검찰은 재심을 청구한 윤모(52) 씨 측으로부터 수사촉구의견서를 받는 등 직접수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경찰과 수사권조정을 두고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보니 그 진위에 대한 의심만 짙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화성 8차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해당 사건을 이춘재(56)의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춘재가 범죄를 자백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가 오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스스로 밝히기 위해서라도 해당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데 불쑥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경찰의 '국과수 감정 조작과 강압수사'가 있었다며 언론에 발표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에게 있어 30여 년 동안 가려졌던 화성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기회가 검찰과 경찰에게는 기 싸움의 또 다른 행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 특감반원 휴대전화 쟁탈전은 더욱 가관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특감반원 A 씨가 서울 서초동의 한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꼬박 1주일 사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은 경찰의 영장신청, 검찰의 기각이 수차례 반복됐다.

표면적으로 경찰은 "A 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파악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기에 불청구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해당 사건의 해결이 아닌, 수사권조정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이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벌이는 행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의 불을 지핀 '울산 고래고기 사건'도 결국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대립의 장외전이라는 의혹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검찰과 경찰이 국회를 상대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로비를 이어가는 행태도 보기 민망하다.

검찰은 최근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참여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검찰이 움직이자 경찰도 4+1 소속 의원들에게 수사권조정 관련 의견서를 전달했다.

검찰은 수사권조정 원안에 담긴 내용의 변경이 필요한 입장인 반면, 경찰은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수사권조정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한 발짝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화성 8차 사건 등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검경 수사권조정과 관련이 전혀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수사권조정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기에 단순히 몇 가지 사례만 보고 갈등을 빚는다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특감반원 휴대전화를 놓고 벌이는 검찰과 경찰의 행태는 분명 기 싸움으로 볼 수 있다"며 "울산 고래고기 사건은 경찰이 검찰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기에 작금에 벌어지는 검·경 마찰은 수사권조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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