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현실적 필요성 인정되나 독점 카르텔은 극복돼야"

손지혜 / 2019-12-11 11:03:59
민언련 등 '취재관행 개혁' 토론회서 지적
"기자단 정보 독점은 국민 알권리를 침해"
"출입처 줄이고 취재기사 늘려야" 주장도
"출입처 제도를 없애겠다" 차별화된 뉴스 보도를 위해 최근 KBS의 엄경철 신임 보도국장은 이같이 밝혔다. '출입처'란 기자가 취재를 담당하는 영역을 뜻한다. 기자는 출입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취재하고 보도한다. 같은 출입처를 가진 기자들끼리 출입 기자단을 꾸리기도 한다.

출입처 제도는 그간 저널리즘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출입처에서 나오는 보도자료에 의존해 천편일률적인 기사를 쓰는 '발표 저널리즘'과 기자단에 속해있는 특정 언론사의 기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과 담합 구조를 이루는 '패거리 저널리즘' 등이 대표적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언론사들은 출입처발 정보, 취재원 형성 등의 이유로 출입처를 포기하지 못했다. 이에 9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는 '취재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 출입처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라는 토론회를 열고 출입처 폐지에 관해 논했다.

▲ 9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는 '취재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 출입처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라는 토론회를 열고 출입처 폐지에 관해 논했다. [손지혜 기자]

출입처 제도, 섬세한 접근 필요

"출입처 폐지에 대해 논하기 전에 출입처라는 말에 다양한 층위의 얘기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박영흠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출입처 제도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해당 기관의 문자를 받는 등의 가장 낮은 수준의 출입처 제도가 있고 기자들이 기자단을 형성하는 것, 기자실에 상주하는 것,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 등의 높은 수준의 출입처 제도가 있다"면서 출입처 제도를 구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수준의) 출입처 제도 가운데 어떤 것이 문제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출입처에 등록하고 취재 편의를 취하는 것은 허용될 소지가 있지만 기자단에 소속 기자들이 신규 매체의 진입을 가로막는 관행은 극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입처는 필요한가?

이날 토론회에서는 출입처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점진 개혁해야 한다는 중도적 입장,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출입처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의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출입처 폐지의 부작용은 한국 관료의 답변의 책임성을 고려할 때 크다. 기자단이 없을 경우 관료들은 그저 기자에게 '모른다'고 하면 된다"면서 "관료들은 '모른다'고 하면서 오보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고 나중에 보면 이들의 답이 잘못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출입처를 없애는 것에 신입 기자들이 굉장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 주장했다. 문 실장은 "출입처를 없앤다는 얘기에 초년 기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지면을 절반 정도 줄여야 할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면서 "(중견 기자들은) 출입처 제도를 없애도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젊은 기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상규 셜록 기자도 동의했다. 박 기자는 "재심 사건들을 만약 다른 기자가 취재했다면 나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라면서 "지금까지 법조를 출입한 적이 없었는데 재심 사건에 대해 무리 없이 취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준영 변호사와의 협업 덕이었다"라면서 취재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출입처 제도의 점진적 개혁을 주장했다. 박 기자는 "출입처를 줄여나가는 것은 맞다고 보지만 당장 출입처를 없앤다고 하면 '어디서 하루를 보내지?' '누구를 만나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라면서 "하루아침에 출입처를 없앤다는 것은 개혁의 좌초를 초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KBS의 엄경철 보도국장은 "모든 출입처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고 점진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출입처 개혁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심층 기사를 쓸 수 있는 언론사의 구조가 필요하다. 최근 '타다'와 관련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여기에는 다양한 층위의 논쟁점이 있다. 그러나 국토부 기자는 이 논쟁의 찬반만 다루게 된다. 9시 뉴스에 나갈만한 제목을 내야 해서다"라면서 "출입처 구조가 9시 뉴스에 반영되고 있고 9시 뉴스가 출입처 구조를 강화하는 격이다"라고 출입처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 국장은 "그러나 기자를 허허벌판에 내놓기는 어렵다"면서 "내년 초 20~30% 정도의 기자들을 출입처로부터 자유롭게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이사는 출입처 제도라는 문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출입 기자단은 언론의 자유 및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21조 1항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기자단의 폐쇄성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출입 기자를 경남 도청으로 보내놓으니 그들이 도청을 자기 권리 구역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내가 아닌 동료 기자가 도청의 행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이상한 문화가 생기기에 어떤 출입처로 보낼지는 언론사에서 알아서 하되, 출입처가 '배타적 권리 구역'이라는 생각은 타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한 정부 보완대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문제는 기자단? 기자단 밖의 기자들이 겪는 차별

"배제하는 것은 거의 없다. 진정한 차원에서 뉴스를 만들고자 하는 곳이라면 투표했을 때 어지간하면 다 들어온다"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기자단 제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신생 언론사의 기자들은 기자단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신생 매체에 입사한 A 기자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은행 기자단 가입에 성공했다. 이는 2년 만의 매체 가입이었다. 그는 "한국은행 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 출석체크와 기사작성은 기본이었다"면서 "이 외에도 커피를 돌리고 투표날에는 전화를 50통가량 돌리는 등 여러모로 부탁을 드렸고 감사하게도 정족수를 채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세 매체에서 3년가량 근무했던 B 기자는 "금감원 출입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해 직접 키운 과일을 준비했고 자필 메모까지 몇십 장을 썼지만 투표가 부결됐다"면서 "기사도 평소에 충분히 써왔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는데 기자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카르텔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시청 기자단 가입도 기사 이외의 것에 신경 써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C 기자는 "기자단에 가입을 신청한 매체의 기자는 기존 출입 기자들의 캐리커처를 한 명씩 그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기자단에 가입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지만 기자들은 안간힘을 쓰며 기자단에 가입하려 한다. 기자단 밖의 기자들은 업무와 학습의 기회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검찰 출입기자가 아닌 D 기자는 "검찰 기자단의 경우 그동안 검찰측 백브리핑에 비 기자단은 출입조차 하지 못하게 해왔다"면서 "현재 검찰이 공보관을 통해 취재를 할 수 있게 하는데 이 역시 기자단이 아니면 정보 제공을 미리 받을 수 없다"며 취재 기회의 박탈에 대해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출입하지 못하는 E 기자는 "한국은행 출입기자단의 단체카톡방이 있다고 들었다. 이곳에서 부총재와의 오찬 일정이 공유되니 일정을 알아도 몰래 취재 가는 느낌이 든다"면서 "또 한국은행에서 제공하는 출입기자 연수도 기자단들에게만 알려지니 아쉬웠다"고 밝혔다.

F 기자는 "금감원에 취재 자료를 요청했으나 출입 기자가 아니면 와서 자료를 가져가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면서 "물어보려고 전화하면 답변을 해주기 전에 '출입기자세요?'라고 물어보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인격적 차별은 더 심각한 문제다. 영세 매체에 있다가 일간지로 옮긴 F 기자는 "금감원에서 마주친 기자에게 명함을 주며 인사를 했더니 '왜 나한테 인사 하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또 예탁결제원에서는 '이런 매체도 있어요? 여기 앉아도 되는 거예요?'라는 말까지 들었다"면서 작은 매체에서 근무했던 고충을 토로했다.

출입처 폐지 논의가 기자단을 통한 기자의 차별 철폐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출입처에 언론들이 상주할 수 있는 이론적인 근거는 국민의 알권리인데, 국민의 알권리로 기자들이 있으면서 다른 언론이나 다른 시민들이 접근하는 것을 투표로 막거나 찬성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이율배반적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정훈 신한대 교수의 말이다. 인격적 차별부터 정보 취득 기회의 불평등, 학습의 기회 박탈까지 많은 배제와 차별을 겪고 있는 기자단 밖의 기자들을 위해 새겨야 할 얘기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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