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치던 타다, '상생' 앞에 무너지나

김이현 / 2019-11-29 17:32:04
타다 놓고 혁신-불법 입장차 뚜렷…'타다 금지법' 통과 연내 가시화
박홍근·김경진 의원 "타다는 현행법 위반"…이재웅 "혁신 가로막는 것"
경쟁업체, '혁신형 택시'로 몸집 키워…"불법 여부 재판 결과가 분수령"
▲'타다 금지법' 통과가 연내 가시화하면서 '타다'가 벼랑 끝에 몰렸다. 서울시내 한 골목에 주차돼 있는 타다 차량. [정병혁 기자]

'혁신'에는 언제나 '상생'이란 단어가 따라 붙는다. 정부의 기조도 혁신 성장과 상생 발전이다. 혁신은 멈추지 않으면서도 기존 산업과 상생 번영하자는 취지다. 두 단어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타다' 논란이다.

'혁신적인 이동 수단'을 강조하며 출발한 타다는 '유사 택시영업'으로 상생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불법의 기로에 서 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 통과가 연내 가시화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신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5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운송플랫폼사업'을 신설하고, 시행령상 기사 알선 허용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논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공감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이견이 있어 추가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빠르면 이번 회기(다음달 10일) 내에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이 명시한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기사 알선 허용 범위는 △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할 때 △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 △ 운전자가 주취나 신체부상 등의 사유로 직접 운전이 불가능할 때 등으로 제한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리기사를 알선해 렌터카와 연결하는 '타다'의 영업 근거는 사라진다. 불법 운송 영업이 되는 것이다.

타다는 이를 '타다 금지법'이라 주장하며 작심 비판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여야 합의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졸속으로 택시업계와 대기업 편만 드는 일방적인 법을 만들지 말라"고 촉구했다. 또 "사회 편익을 증가시키고 있는 타다를 왜 실패한 택시회사가 되라고 하는가"라면서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 시도조차 1년 만에 금지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러자 박홍근 의원도 정면 반박했다. 박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은 모빌리티 혁신 금지법이 아니라 택시산업의 혁신·재편을 위한 신산업 지원법안"이라며 "타다가 제도권 내에서 혁신적 서비스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법안을 놓고 입장과 해석이 전혀 다른 것이다.

▲ 이재웅(오른쪽)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지난 2월 21일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쏘카 제공]

이러한 차이는 '타다'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재웅 대표를 비롯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사업'이다.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인 차차, 파파가 박 의원의 개정안을 비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혁신을 가로막는 '붉은 깃발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영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막은 악법처럼, 공유차량 서비스가 시대착오적 규제로 인해 막힌다는 논리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택시요금보다 비싼데 소비자들이 왜 타다 같은 서비스에 열광했는지 자세히 봐달라"며 "이용자가 140만 명이나 되는 서비스를 국회에서 불법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VCNC도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 이용자의 권리가 축소될 수밖에 없고 9000명의 운전기사들의 일자리까지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대 입장도 명확하다. 타다는 차를 빌려 주고 그 차를 모는 운전기사를 알선해 주는 형태로 운용된다. '택시가 아니기 위해서'다. 여기에 기존 택시업계에서 나타나던 승차거부, 난폭운전, 불필요한 대화 등을 일체 금지한다. 결국 타다 혁신의 핵심은 '운전기사의 친절함'이지 기술개발과는 관련이 없다. 기존산업의 문제점을 개선한 '서비스 혁신'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택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업을 '혁신'이라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첫 '타다금지법'을 발의한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타다는 일당제 노동자를 기사로 고용해 건강보험과 산재보험도 적용하지 않고, 요금 인상 기준이 없으며, 대중 교통과 관련한 환경 규제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지위를 고려하지 않고, 법적 규제를 회피하는 게 무슨 혁신이고 상생이냐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택시는 안전한 법적 장치들이 갖춰져 있다"면서 "타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 전체에서 큰 리스크를 쥐고 대중교통 여객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점이 다르니 '상생' 방안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타다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량 면허 총량,기여금 규모 등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운송플랫폼사업'에 편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 공유를 허용하되, 운행 총량과 요금 변동 폭을 제한해 '서비스 혁신 경쟁'을 하면 택시산업 총량을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모빌리티 업계는 규제를 풀어야 상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빌리티 사업을 하는 입장에선 예측 가능성이 제일 중요한데, 향후 운영 가능한 총량이나 기여금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전 규제만 확실하다는 것이다. 타다가 제도권에 편입되면 국토부 장관이 이용자 수요, 택시 감차 추이를 고려해 허가물량을 관리하고, 운임·요금도 신고제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5월23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공유서비스 '타다'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상황에서 변수는 법원의 판단이다. 지난달 28일 검찰이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불구속 기소해 12월 2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법원이 타다의 손을 들어준다면 운행 근거에 대한 운신폭이 넓어지면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국회에서 타다 불법 규정에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 재판에서도 반영될 경우 타다는 사실상 멈춰서야 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쟁업체들은 '혁신형 택시'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국토부의 택시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법인택시 인수에 나섰다. 현재 진화택시, 명덕운수 등 총 7개 법인택시를 인수해 638개의 택시면허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1인승 승합차 택시인 '카카오 벤티'도 일부 법인과 논의해 12월부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도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와 함께 인공지능 '12인승 합승택시' 사업을 준비중이다. 이용자가 반경 2km 내외의 서비스 지역 내에서 차량을 호출하면, 대형승합택시가 승객들을 태우고 내려주는 합승 형태의 이동 서비스다. 현행 '택시발전법'상 서비스가 불가능했지만, 지난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되면서 활로가 열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택시와 함께 공유해가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면서도 "택시가 미래먹거리를 새로 마련하고 타다도 함께 활성화하게끔 돼야 하는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타다는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한 논란에서 항상 중심에 있었던 만큼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면서 "다른 경쟁업체들이 제도권 내 택시와 협업을 선택하면서 타다는 일종의 마이웨이를 걷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전환점이 될 수도, 내리막길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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