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가능성 놓고 '의견 분분'…"든든한 자본력" vs "무리한 사업 진출"
전문가들, "아시아나 정상화가 우선…성공 시 대한항공 넘을 수도"
"HDC그룹은 항공 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할 것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이후 정 회장은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그룹'으로서 도약해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인수에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통 큰 베팅'을 하고, 13년 동안 달았던 '날개' 모양의 마크를 전면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에게 HDC그룹이 가지고 있는 모든 서비스를 연계시켜 사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각오다.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대규모 경쟁사의 항공업 진출이 시장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는 분위기다.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에 인수금액뿐 아니라 추가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항공업은 불황을 겪는 중이다. 과도한 비용을 치르다 위험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자본력에 기댄 낙관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비관론이 맞물리는 상황이다.
'모빌리티 꿈' 위한 과감한 도전
정몽규 회장에게 아시아나 인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로 잘 알려진 HDC현산을 이끄는 정 회장의 전공은 원래 자동차였다. 아버지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이 터를 닦은 현대자동차에서 핵심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1999년 3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첫째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정몽규 회장은 선친과 함께 HDC현산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건설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된 계기다.
정 회장은 대형 건설업체들과 사업 구조를 차별화했다. 단순 시공으로 공급 가구 수를 늘리는 형태가 아니라 개발계획, 분양, 시공을 모두 책임지는 자체개발사업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시공업보다 리스크가 크지만 사업이 성공할 경우 돌아오는 수익도 크다. 건설산업이 위축됐던 시기에도 알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 HDC현산은 현재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업체로 자리잡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과감한 시도'다. HDC현산의 매출 95% 이상은 건설 부문이 차지한다. 건설업을 벗어나 모빌리티 그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항공업'으로 방향을 꺾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으로 입찰하면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정 회장은 "경제가 어려울 때가 오히려 상당히 좋은 기업을 인수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인수 관련 실무를 진두 지휘한 HDC현산 정경구 경영지원본부장도 "본업인 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육·해·공' 연계하는 시너지 창출 목표
HDC현산이 노리는 것은 '시너지 창출'이다. HDC현산은 인수합병을 통한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로 호텔, 면세, 항만, 유통, 레저관광, 리조트사업까지 진출했다. 총 24개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부산신항 지분과 운영권도 확보하고 있다. 강남의 '파크하얏트'와 해운대의 '파크하얏트 부산' 등 호텔도 운영 중이다. 정 회장은 "향후 항공을 비롯해 육상과 해상 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육·해·공' 사업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HDC그룹의 올해 자산규모는 10조5970억 원으로 재계 순위 33위다. 자산 규모 11조 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재계 17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연매출액(7조 원)은 HDC그룹 전체의 연매출액(6조5000억 원)보다 많다. 아시아나인수를 통해 HDC현산의 정체성을 '건설 기업'에서 거대 '교통·물류·유통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금호그룹 실수 데자뷔?…"불확실성 여전"
하지만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약 6조4000억, 2007년에 대한통운을 4조 원 넘게 베팅해 인수했다"면서 "자기보다 더 큰 놈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고, 워크아웃 절차를 밟으며 도로 게워내서 되팔았다"며 "그 어려움이 오늘까지 이어진 승자의 저주"라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자금 투입도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9조5899억 원으로 부채비율만 660%에 달한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인수금 외에도 정상화를 위해 조 단위의 금액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면서 "현산이 아니라 어떤 대기업이라도 적자를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교수는 "아시아나는 재무구조가 워낙 안좋고 노후화된 비행기도 바꿔야 한다"면서 "경영 정상화에 추가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HDC현산의 올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조4760억 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산이 보유 현금과 일부 부채성 자금 조달을 통해 아시아나 인수금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 내년도 지방 주택사업 등 건설업에도 자금을 꾸준히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자업운용 계획이 별도로 세워져 있고 현금유동성이 우려되는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투자은행 관계자는 "꾸준한 자금투입이 요구되면서 보유 현금 고갈이라는 부담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 '적자 기조'…시너지 효과도 '글쎄'
항공업 전체 사정도 좋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와 더불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공세에 항공업계 전반이 수급불균형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국내 대부분 항공사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도 어려운 영업 환경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존 산업과의 시너지 창출도 의문이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항공과 면세, 호텔 등 사업은 일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개발업과 시너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허희영 교수는 "항공과 관광은 연계성이 깊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그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HDC현산 관계자는 "항공업과 건설업 각각 경쟁력을 높이고 이후 시너지도 창출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아시아나의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 산업 진출이나 시너지 창출을 논하기는 아직 섣부르다"면서 "자본으로 투입된 2조 원으로 아시아나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교수는 "악재가 겹치고 겹친 상황에서 현산이 아시아나의 정상화를 어떻게 단기간에 할 것인가가 관전포인트"라면서 "승자의 저주와 시너지 창출 중 어느쪽으로 기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2조 원이 넘는 자금 투입으로 아시아나항공은 강력한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해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한항공의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에 성공한다면 1위 사업자로 발돋움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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