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 증거인멸 시도"···조기 패소판결 요청

김이현 / 2019-11-14 16:05:34
LG화학, ITC에 조기패소 판결 요청서·증거목록 제출
포렌식 명령 위반·탈취 영업비밀 사내 전파 주장도
SK이노 "여론전 불과···정정당당하게 소송 임할 것"
LG화학이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고강도 제재를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법정모독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은 14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월 29일 자사가 미국 ITC에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에도 이메일을 통해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와 관련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을 제출했으며 13일(현지시간) ITC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ITC는 예비결정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피고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아울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LG화학에 따르면 올해 4월8일 기술유출 우려가 있는 인력 채용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당일, SK이노베이션이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관련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12일 사내 75개 관련 조직에 삭제지시서와 함께 LG 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 SK이노베이션의 자료 삭제 지시 이메일. [LG화학 제공]

75개 엑셀시트 중에서 SK이노베이션이 8월21일 제출한 문서 중 휴지통에 있던 'SK00066125' 엑셀시트 한 개에는 980개 파일 및 메일이, 10월21일에서야 모든 존재가 밝혀진 74개 엑셀시트에는 3만3000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되어 있었다고 LG화학은 주장했다.

이에 ITC는 지난달 "980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며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며 포렌식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980개 문서가 정리되어 있는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만 조사했다. 포렌식을 진행할 때 LG화학 전문가도 참여하라는 ITC의 명령에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고 ITC나 LG화학 모르게 추가적인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는 게 LG 화학의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으로부터 탈취한 영업비밀을 이메일 전송과 사내 컨퍼런스 등을 통해 관련 부서에 조직적으로 전파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까지 ICT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경쟁사와 달리 정정당당하게 소송에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LG화학의 조기 패소판결 요청에 대응하는 답변서를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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