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가사도우미' 이명희, 항소심도 집행유예 받은 까닭

주영민 / 2019-11-14 13:20:51
재판부 "불법 고용 인식 없어 벌금형 죄에 상응하는 형벌 아냐"
1심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재판부 원심판단 유지
"불법 고용을 인식하고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의 벌금 구형은 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아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에서도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선고형량을 받은 이유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 6월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정병혁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일염 부장판사)는 14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그룹 총수 배우자라는 사실을 이용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채용하는데 회사 인사팀 임직원을 동원해 후보자를 선별해 면접을 보게 하는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이어 "만 70세 고령이고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점, 장녀와 함께 재판을 받고 남편마저 사망하는 등 제반 사항으로 고려해 기회를 부여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심이 명령한 160시간 사회봉사는 취소했다.

앞서 검찰은 원심과 같이 이 전 이사장에게 벌금 3000만 원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선고형량을 내리는 이유는 죄질이 나쁘거나, 사회적 파급효과가 있으면 재량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 전 이사장의 경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로 판단한 부분과 대기업 총수 배우자가 주는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선고형량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이 전 사장은 항소 이유로 형량부당 들었다. 이 전 이사장의 변호인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기본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양형만 검토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1심이 반성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전후 사정에 관해 몇 가지 사실을 다르게 판단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듯하다"며 "이를 재고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 전 이사장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필리핀 출신 가사 도우미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속여 입국시켜 일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한항공은 이 전 이사장 지시를 받아 필리핀 지점을 통해 본사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처럼 꾸며 일반 연수생(D-4) 비자를 발급받았다.

가사 도우미로 일 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와 결혼이민자(F-6) 등으로 제한된다.

1심은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이사장에겐 사회봉사 160시간을, 조 전 부사장에겐 120시간을 각각 명령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소하지 않아 1심 선고가 확정됐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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