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 씨가 재심을 청구했다.
윤 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소속 변호인은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의 자백이 구체적이고 사실에 부합하고 1989년 수사 당시 폭행과 강압, 진술서 조작이 있었다는 점을 재심 청구의 이유로 들었다.
변호인단은 13일 오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 3층 대강당에서 재심청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윤 씨의 재심청구를 통해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밝히는 것 뿐 아니라 사법 관행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기자회견 후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윤 씨의 재심 청구 사유는 △이춘재의 자백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체모 감정 오류 가능성 △수사기관의 불법행위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이춘재가 최근 경찰에 한 자백이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8차 사건을 자백하면서 장갑을 끼고 목을 조르는 등 구체적인 범행을 진술했다.
특히 이춘재는 사진기록으로 남은 피해자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를 진범으로 지목한 증거인 체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도 오염가능성이 크고, 통계상 믿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당시 수사팀의 폭력·강압수사도 재심 청구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윤 씨는 1989년 7월 체포 당시 미란다원칙(용의자나 피의자 등 수사 대상에게 보장되는 권리) 고지를 받지 못했고 구속 영장 발부까지 불법 구속상태에서 감금당했다는 게 변호인단 측의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화성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수많은 가혹행위를 하고 허위자백을 받았다"고 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모(당시 13살) 양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범행수법이 다른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달랐다는 이유로 모방범죄로 결론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윤 씨의 지문과 체모가 나왔고 그가 범행 정황을 상세히 자백했다는 이유로 1989년 7월 검거해 범인으로 발표했다.
유전자(DNA) 분석기법이 없었던 당시 경찰은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통해 윤 씨의 체모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같다는 결론을 내렸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윤 씨는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하지만 최근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제기됐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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