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재용에 "기업총수로서 할 일 해달라" 당부

이민재 / 2019-10-25 15:50:55
정준영 부장판사, 5분가량 당부사항 3가지 전해
이재용 측 "유무죄 다투지 않겠다"…양형에 집중

25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파기환송심) 심리 기간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날 "대법원이 추가로 인정한 뇌물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다투지 않겠다"고 밝혀 양형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정병혁 기자]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장판사 정준영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로 본 심리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이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사례를 들며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회장은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부회장을 향해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삼성그룹 총수(이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라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한다"고 전제한 뒤삼성그룹이 이런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며 5분가량 이 부회장에게 3가지 당부사항을 전했다.

그는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노력을 요청하면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 및 재벌 체제의 폐해 시정 등 2가지도 함께 요청했다.

또 그는 "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급 직원뿐만 아니라 고위직과 기업 총수의 비리를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미국의 연방양형기준 제8장과 미국 대기업들이 이미 실행 중인 준법감시제도를 참고해달라고 강조했다.

정 부장판사는 "국가경제발전을 주도한 재벌 체제는 이제 그 과도한 경제력 집중 현상과 일감 몰아주기단가 후려치기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 국가 경제가 혁신형 경제모델로 도약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대법 판결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양형에 관해 변소할 생각이고, 사안 전체와 양형에 관련된 3명 정도의 증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추가로 인정한 뇌물의 유·무죄를 다투기보다는 최대한 선처를 받기 위해 양형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부회장이 뇌물을 건네며 했다는 부정 청탁과 관련된 '승계 작업'에 대해서도 공방이 예고됐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 작업' 개념이 최순실 씨 사건 공소장과 대법원판결, 이번 사건 등에서 확연히 다르다" "판결에 어느 정도 정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특검은 "검찰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적법하게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 "승계작업이 존재했고,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됐으며 대통령의 우호적 조치 없이 불가능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기록을 증거자료로 내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 측은 "대법원은 승계작업을 매우 포괄적으로 인정했고, 부정한 청탁도 포괄적으로 인정해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양형이 핵심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반론했다.

이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의 기록까지 증거로 다루며 승계 작업의 존재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투기보다는 형량을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11 22일과 12 6일에 걸쳐 두 차례 공판을 열고 양형 판단에 관한 양측의 주장을 듣기로 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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