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가니 이제는 '공수처'…'공수처법'이 뭐길래

김광호 / 2019-10-23 16:37:21
검찰개혁 핵심 공수처, '포스트 조국'의 쟁점으로 급부상
DJ 이후 역대 정권에서 도입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민주 "공수처 반드시 필요"…한국 "다음국회서 논의하자"

조국 전 장관의 사퇴 이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논쟁이 불붙고 있다. 검찰개혁의 핵심 화두인 공수처 설치법이 '포스트 조국'의 쟁점으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공수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공수처법의 국회통과를 위해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하며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개최한 당 검찰개혁특위 회의에서 검찰개혁의 또다른 핵심 사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 '공수처 신설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경우 내용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장 임명 방식 등에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말도 당내에서 들린다.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검찰보다 더한 권력기관이 '옥상옥'으로 생기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공수처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비호아래 야당에 대한 견제와 통제 기관으로 변질될수 있다며 검찰개혁안에서 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공수처법은 문재인정권의 집권연장 시나리오"라며 "공수처법은 다음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가칭)은 공수처 설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각당마다 이견이 있으니 합의 처리를 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10월 말 처리에도 부정적이다. 다만 정의당은 민주당의 입장에 동의한다.

이처럼 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며 '제2의 패스트트랙 정국'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제10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정권에서
'검찰개혁' 뜰 때마다 나온 공수처법 역사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판·검사 등 행정·입법·사법부의 고위급 공직자들이 부정부패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를 수사하는 독립 수사기구다.

사실 공수처는 역대 정권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자주 언급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본격적으로 공수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후다. DJ는 방대한 검찰조직의 견제 수단으로 공수처를 내세웠다.

2002년 10월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신기남 의원이 발의를 하며 공수처법이 첫 선을 보였다. '신기남안'의 경우 공수처가 대통령 소속으로, 공수처장(임기 5년)은 대법원장의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직무 대상은 국무총리 이하 고위 관료, 국회의원, 법관 및 검사, 군장성, 지자체장 등이었다. 하지만 신기남안은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음 정권인 노무현 정부는 2004년 '공직부패수사처' 정부안을 만들어 공수처를 관철시키려했지만 역시 불발됐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 이후 공수처는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설치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당시 민주당의 양승조·김동철 의원,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은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 설치법을 발의했다. 김동철안의 경우 공수처장 등이 퇴직 후 2년 이내에 고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사건 수사 등이 논란이 되자 공수처의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됐다. 다시 한번 양승조·김동철 의원이 나서서 다시 대표발의를 했고, 통합진보당의 이상규 의원도 발의자로 나섰다.

2016년에는 현직 검사장의 뇌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면 아래 있던 공수처 논의가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대통령을 포함해 퇴임 3년 이내의 전직 고위 공직자 및 친족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양승조 의원 역시 공수처법 발의에 나섰다.

이처럼 김대중 정부 이후 계속된 논의에도 번번이 좌초되던 공수처법은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6년 7월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발의를 시작으로 21대 국회에도 공수처 관련 법안이 앞다퉈 발의됐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 사법개혁안을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구성됐다.

이후 한국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자, 지난 4월 29일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채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과 공조했다. 한국당의 물리적인 반대속에도 여야4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담은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을 여야 4당 합의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지정 막판 협상과정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법안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백혜련 의원안(민주당안)과 권은희 의원안(바른미래당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태웠다.


해외 반부패기구
영국·미국은 기소권 부여, ·싱가포르는 수사권만

외국 사례를 살펴봐도 공수처와 같이 검찰 외에 별도의 반부패수사기관을 두고 있는 곳이 많다. 상당수의 국가들이 검찰과 다른 별도의 반부패수사기관을 갖고 있지만, 기소권 부여 여부는 국가별로 다르다.

우선 영국의 중대부정수사청(SFO)은 소속은 행정부인 법무부 소속이지만 조직운영의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부여받았다. 또 신속한 수사를 위해 법원의 영장이 없이도 금융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모두 가지고 있다.

미국 특별심사청(OSC)과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의 경우 행정부나 사법부에 속하지 않은 별도로 독립된 기관이다. OSC는 수사권과 조건부 기소권을, KPK는 조사권과 수사권, 기소권을 가지고 있다.

반면 공수처의 롤모델로 거론된 싱가포르 탐오조사국(CPIB)이나 홍콩 염정공서(ICAC)는 압수수색권과 체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다. 다만 CPIB는 영장 없이 체포와 압수수색이 가능하고, ICAC는 영장 없이 48시간 내에 혐의자를 억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와 말레이시아 부패척결위원회(MACC)는 수사권만, 대만 염정서는 조사권만 가진다.

▲오신환(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귀빈식당 별실에서 여야3당 교섭단체 3+3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백혜련
·권은희 공수처 법안 차이는'임명권·기소권 여부에 달려'

그렇다면 현재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안은 구체적인 내용과 쟁점은 무엇일까?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법안은 2가지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법률안이 있다.

그런데 두 개의 안은 큰 틀에서는 유사하지만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민주당안을 살펴보면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야 추천 위원 2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대통령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한다.

공수처는 전·현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을 수사 대상으로 하며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직접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할 경우 정치 권력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권한을 축소하고자 했다.

바른미래당안에 따르면 공수처장으로 임명되기 위해서는 민주당안 절차에 국회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 특히 수사 대상도 고위공직자의 부패 범죄로 제한되며, 기소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 7~9명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두 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민주당의 경우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도입에는 찬성하나 기소권은 분리돼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검찰보다 더한 권력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며 공수처 설치를 원천 반대하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를 대신해 검찰의 수사, 인사, 예산, 감찰권 등의 독립 방안을 담은 '자체 검찰개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수처 논란과 관련해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수처 도입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지금이 검찰개혁의 적기임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어떠한 형태로든 검찰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는 한국당조차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입장"이라며 "공수처는 그 규모가 작고, 권한의 범위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검찰보다 더 많은 독립성을 부여해도 검찰과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 권한남용의 우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앞으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라와 있는 두 개의 안 중에 먼저 민주당 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안이 부결될 경우, 바른미래당 안을 다시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어떤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고, 공수처도 마찬가지"라며 "백혜련 의원안과 권은희 의원안은 공수처의 설치와 운영에 있어 결정적인 하자는 없으나, 그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몇 가지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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