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한국, 대북 제재 지켜야"…보복조치 연관성 언급

김당 / 2019-07-07 22:04:50
"징용 관련 약속 안지키는데 무역관리 안지키는 것 의심 당연"
한일 갈등에 '대북 제재' 끌어들여 한국내 '여론 분열' 노림수
日 야권 "정치의 무역 이용 안돼"…연립여당도 "정부 타협해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해 단행한 '강제징용 판결 보복 조치'와 관련해 북한과의 관련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지난  6월 28일 오전 일본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아베 총리가 보복 조치의 이유로 ‘대북 제재’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흔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일 갈등 사안에 북한을 끌어들여 한국 내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노림수가 엿보인다.


앞서 아베 총리는 "안보를 위한 무역관리를 각국에 보장한 것이 바세나르 체제"라며 "상대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우대조치는 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공산권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해온 CoCOM(대공산권수출통제)이 해체되고 96년에 만들어진 바세나르 체제는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으로 한국도 회원국이다. 바세나르 체제는 종전의 통제 대상국가를 공산권 국가라고 지정한 CoCOM과는 달리 '국제평화와 지역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모든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 WA 포괄적 통제시스템…백색국가는 한국 등 27개국, 적색국가는 북한 등 11개국


바세나르 체제(WA) 사무국 홈페이지(www.wassenaar.org)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6년 6월 WA 실무 워크숍에 제출한 일본의 포괄적 통제 시스템(Catch All Control System)을 보면, 백색 국가(White Countries)에는 아르헨티나, 호주, 한국, 미국 등 27개국이 들어가 있다.


▲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6년 6월 WA 실무 워크숍에 제출한 일본의 포괄적 통제 시스템(Catch All Control System)을 보면, 백색 국가(White Countries)에는 아르헨티나, 호주, 한국, 미국 등 27개국이 들어가 있다. [바세나르 사무국]


반면에 유엔 무기 수출 금지국에는 아프가니스탄, 콩고, 에리트레아, 코트디부아르, 이라크, 레바논, 라이베리아, 북한,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수단 등 11개국이다. 아베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이 북한에 군용으로 전환 가능한 이중용도 물품을 수출하거나 수출통제를 하지 않았기에 수출을 규제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BS후지TV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의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들며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 4일 일본 업체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한국 기업에 수출할 때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제재를 단행하며 '한국과의 신뢰관계',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 두 가지를 이유를 들었다.

이 중 '부적절한 사안 발생'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아베 총리가 ‘북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은 '(대북) 제재로 제재를 지키고 있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무역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징용공(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게 됐다. 무역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사회자가 이번 조치의 이유에 대해 북한 등에 대량살상무기의 제조에 전용되는 듯한 물질이 흘러 들어간 것이 문제였느냐고 묻자, "이 자리에서 개별적인 것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이) 정확한 수출관리를 하고 있다고 확실히 제시해 주지 않으면 우리는 (해당 품목을) 내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이 나온 BS후지TV 프로그램은 참의원 선거(21일 투개표)를 앞둔 여야 정당 대표 토론회였다.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은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지난 5일 BS후지TV에 출연해 한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기우다 대행은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군사 용도로의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 '아베의 언급은 바세나르 체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또한,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이른바 특례적 대응을 해 왔던 것을 그만둔다는 것"이라며 "(그간의) 특별한 조치를 그만둔다는 것이므로 금수(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FNN(후지뉴스네트워크)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일본 내에서도 비판여론이 일자 "안보를 위한 무역관리를 각국에 보장한 것이 바세나르 체제"라며 "상대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우대조치는 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바세나르 체제를 언급했다.


▲ '국제평화와 지역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모든 국가'에 대한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인 바세나르 체제 사무국 홈페이지.


하지만 아베의 이런 언급은 바세나르 체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바세나르 체제는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의 근간이다. 수출 물자가 무기로 쓰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을 경우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특정 국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야 하고, '선량한 의도의 민간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기본 지침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그동안 전략물자 관리와 관련한 어떤 제재나 지적을 받은 사실이 없는 한국을 특정해 양국 민간기업간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바세나르 체제 기본지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자민당 제외한 정당 대표들은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 비판


한편, 이날 여야 정당대표 토론 프로그램에서 자민당 총재인 아베 총리를 제외한 정당의 대표들은 입을 모아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에 대해 비판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신뢰관계가 손상됐다고 한다면 정부가 행할 것은 타협이다"라고 지적하며 자민당과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조치의)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징용공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고 받아들여도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대표는 "총리의 설명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고,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정치적인 분쟁에 무역 문제를 사용하는 것은 써서는 안 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야당 '일본 유신의 회'의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대표마저도 "안전보장상의 문제가 있다면, 미국의 힘을 빌려 북한에 압력을 걸어야 할 일"이라며 아베 정권의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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