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민간교류 실무접촉 전면 취소…"北, 인력 철수 통보"

김당 / 2019-05-23 21:44:58
北측, 23일 오전 공문…"제반 정세상의 이유"로 취소
"北, 미·한 누구와도 안 만나기로 결정…먼저 美 태도변화 주장"

중국 선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북 민간단체들과 북측 간의 릴레이 실무접촉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측은 23일 오전 6·15 공동선언 실천 해외위원회 명의로 팩스 공문을 보내 회의 취소 및 선양 현지 인력 철수를 통보했다.


▲ 지난 4월 25일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오전 비행기로 선양에 도착해 회의 장소로 이동 중에 이 같은 전갈을 받았다"면서 "아직 예정된 회의 일정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일단 현지에서 좀 더 경위를 파악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북측은 공문에서 취소 사유에 대해 "제반 정세상의 이유"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사단법인 겨레하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이날부터 26일께까지 줄줄이 선양에서 북측과 접촉 예정이었던 다른 단체들도 모두 취소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민화협 관계자도 "상황이 바뀌어서 회의를 취소한다는 취지로 통보받았다"면서 "인력 철수까지 명시한 거로 볼 때 당분간 실무접촉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실무접촉은 북측이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에 가까스로 불씨를 살려낸 남북교류 움직임이 또다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측이 취소 사유로 '정세 변화'를 특정해 거론한 것을 두고 미국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 압류 조치 이후 또다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북미관계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앞서 연합뉴스는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게오르기 불리초프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회의'(CSCAP) 러시아 국가위원회 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당국자들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당분간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CSCA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지역 각국의 전문가 중심 민간 대화 포럼으로 러시아와 중국, 남·북한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평양을 방문하고 18일 모스크바로 돌아온 불리초프는 방북 기간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과 유럽국 부국장, 국제기구국 부국장, 외무성 산하 평화군축연구소 부소장 등과 만나 한 면담 내용을 토대로 북측의 입장을 이같이 전했다.

불리초프는 "하노이회담 결렬은 북한이 예상치 못했던 기분 나쁜 충격이었다"면서 "북한 인사들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 양보 의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 대해 아주 큰 모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하노이 이후 북한은 문을 닫아걸고 어떤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미국·한국 등 누구와도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협상 재개를 위해선) 먼저 미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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